포스코가 지난해 국내 전체 기업 중 세번째로 영업이익을 많이 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주가상승세는 지지부진해 코스피 순위가 13위에 머물고 있다. 이는 철강업의 뚜렷한 한계이며 포스코가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포스코,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이어 지난해 영업이익 3위...시가총액은 13위 머물러


업계에 따르면 잠정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는 지난해 영업이익 51조5700억원을 기록하며 국내 기업 중 영업이익 부문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시가총액은 456조6884억원으로 코스피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다. 

2위는 SK하이닉스로 지난해 12조328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시가총액은 92조8203억원으로 포스코의 뒤를 이어 코스피 2위에 안착했다. 

두 반도체 업체가 지난해 영업이익 1, 2위를 차지하는 동안 지난해 3위는 생각치도 못한 포스코가 차지했다. 증권가 컨센서스에 따르면 포스코는 지난해 9조2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되는데 전년보다 285% 급증한 것이다. 

포스코는 영업이익 순위에서 지난해 사상최대 해운업 호황으로 실적 반전을 이룬 HMM과 호실적을 기록한 현대차도 큰 차이를 내며 밀어냈다. 두 회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6조9000억원 대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같은 실적에도 포스코는 주식시장에서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다. 국내 기업 중 영업이익이 3위인데 시가총액은 25조1098억원으로 13위에 머무르는 상태다. 포스코 주가는 올해 1월 말 24만원 대였으나 실적 급등이 예상되던 5월엔 41만원대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28만원 대로 떨어졌다. 

물론 지난해 비정상적인 철광석 가격 급등으로 인한 '철강 슈퍼사이클'로 철강업계가 반짝 호황을 누린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내고 있는 실적보다 포스코가 너무 저평가돼 있다는 지적도 많다.

실제 포스코의 PER(주가수익비율)은 역대급으로 저평가된 상황이다. PER은 주가를 주당순이익(EPS)로 나눈 값으로, 주가가 한주당 수익의 몇 배가 되는지 나타낸 지표다. 2020년 9월 이후 포스코의 EPS는 10배 이상 높아졌지만, PER은 10배 미만으로 낮아졌다. PER이 낮다는 것은 기업이 거둔 실적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것을 뜻한다. 

역대 최대실적을 기록했어도 철강업의 미래에 대해 암울하게 보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은 것이다. 


'한강의 기적' 만들었지만 산업트랜드 변화로 철강업 여기저기 약점 노출


지난해 12월 29일 경북 포항제철소 1고로(용광로) 작업자가 생산 중단(종풍) 직전 마지막 쇳물을 생산하고 있다. (사진=포스코)
지난해 12월 29일 경북 포항제철소 1고로(용광로) 작업자가 생산 중단(종풍) 직전 마지막 쇳물을 생산하고 있다. (사진=포스코)

철강업은 대표적 중후장대 업종으로 산업의 뿌리이자 근간이었다. 한국 경제의 고도성장에 포스코의 기여도는 측정 불가 수준이다. 포스코가 철강을 만들어 자동차, 조선, 건설, 전자 등 철강 전방 수요산업들에게 적절히 공급해 왔기에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시대가 달라졌다. ESG경영은 기업경영에 있어 필수불가결한 과제가 됐고, 전세계적 환경 규제는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철강업계는 온실가스 등 대기오염 물질을 가장 많이 배출하는 업종의 특성상 따가운 시선을 계속해서 받아야 하는 처지다. 탄소중립 시대에 기업가치 하락 우려가 생길 수 밖에 없다. 

국내에서는 중대재해법 발동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인명사고가 빈번한 철강업 특성상 안전 분야에서도 지속적으로 위기에 노출되고 있다. 

더욱이 철강업은 이미 산업이 성숙기를 지나가고 있는 상황이어서 산업 자체의 매력도도 주주들에게 어필하지 못한다. 현재 주식시장에서 뜨고 있는 종목들은 NFT, 메타버스, 2차전지, 전기차, 배터리 등 미래 성장성이 높은 업종들이다. 

전세계 철강생산의 절반을 차지하는 중국의 존재는 철강의 미래를 암울하게 볼 수 밖에 없는 배경이며, 여러 소재들의 개발과 전기차 등 산업 패러다임 변화로 철강 수요 역시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전세계 1위 철강사인 포스코로써도 급변하는 산업트랜드 속에서 철강업 중심으로 그룹을 꾸려나가기에는 한계가 명확했다. 

이같은 상황은 포스코로 하여금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하게 만들었다. 포스코는  이사회 개최를 통해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의결했다. 다양한 사업 다각화로 철강업에서 소재업으로 진화해 시장 우려감을 불식시키고,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낸 것이다. 


지주회사 추진하는 포스코, 성공하더라도 주가상승은 아직 제한적...향후 행보에 달려


포스코그룹은 지주회사 체제 전환 방식으로 물적분할을 추진하고 있다. 포스코를 물적 분할해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가칭) 아래에 비상장 자회사로 두는 방식이다. 그동안 포스코가 주요 자회사들의 사업지주회사 역할을 해왔지만 포스코홀딩스는 포스코 철강사업부문까지 아래에 두고 그룹의 전체 사업과 투자를 진두지휘하게 된다. 

이같은 결정은 포스코가 철강업에서 소재업으로 회사 DNA를 확장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다. 포스코는 포스코케미칼을 위시로 한 이차전지 소재사업, 수소사업 등 미래 핵심사업으로 삼고 키우고 있다. 생산능력과 밸류체인을 확장했고, 글로벌 파트너사들과의 사업 협력도 차질없이 수행해 왔다. 

포스코의 지주회사 추진은 지금과 같은 지배구조로써는 '포스코=철강사'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판단이 깔렸다. 그룹의 지속성장과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서는 전체 사업을 컨트롤하고, 이차전지 소재와 리튬, 니켈, 수소, 에너지, 건축 및 인프라 등 신사업 곳곳에 적절한 투자를 신속하게 처리할 지주회사가 필요했던 것이다. 철강과 신사업 동시 추진에 따른 경영 비효율성도 제거할 수 있다. 

최정우 회장은 신년사에서 "철강사업을 포함한 각 사업회사는 본업의 전문성 강화에 집중하고 지주회사는 그룹 성장전략의 수립과 미래사업 포트폴리오 개발, 그룹과 시장 전체 관점의 새로운 시너지 기회를 발굴함으로써 그룹차원에서 더 크고 견실한 성장을 실현해 나갈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다만 지주사로 전환되더라도 실제 의미있는 주가 상승을 이끌어낼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포스코가 추진하는 신사업들이 중장기적인 사업들이 대부분이어서 당장 눈에 띄는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그룹 실적의 80% 이상은 여전히 철강업에서 나오고 있다. 

신사업에서 그나마 성장세를 보여 준 것이 2차전지 배터리 소재 뿐인데 이 사업을 하는 포스코케미칼은 성장하고 있긴 하지만 매출이 2조, 영업이익이 1370억원 수준에 불과해 기대에 비해서는 성과가 미미한 편이다. 그래서 지속된 설비증설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지난해 1월 18만원대에서 끊임없이 하락해 현재 12만원대에 머물고 있다. 

수소사업도 아직은 먼 미래의 일이다. 친환경 측면에서 '꿈의 제철소'라는 수소환원제철은 연구 초기상황이고, 포스코의 상용화 계획도 2050년으로 무려 30년 뒤 얘기다. 포스코의 주가 재평가는 지주사 전환에 성공하더라도 제한적이며, 이후에 시도할 여러 중장기 관점에서의 성장 주춧돌을 어떻게 놓을지와 눈에 보이는 확실한 성과가 관건인 셈이다. 

한편, 포스코의 지주사 체제 출범은 오는 28일 임시주총에서 최종 확정된다. 기업분할 안건은 발행주식 3분의1 이상과 출석주주 3분의2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통과된다. 포스코 지분의 약 68%를 갖고 있는 소액주주들을 설득하는 일이 동의 확보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변수는 소액주주 중심으로 포스코가 지주회사 체제 전환 방식으로 선택한 물적 분할에 불만의 목소리가 크다는 점이다. 물적 분할 과정에서 비상장사로 전환되는 신설 자회사(철강사업부문)가 기업공개(IPO)를 통해 상장에 나설 것을 우려하고 있다. 

포스코는 자회사 지분을 상장하지 않겠다고 약속했고, 자사주 소각, 배당 확대 등을 제시하며 주주들 달래기에 나선 모양새다. 

포스코 관계자는 "새로 탄생할 지주회사의 신사업 투자로 기업가치를 상승시키겠다는 계획"이라며 "이는 기존 주주들에게도 호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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