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13일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불허하면서 대우조선해양이 또 다시 새주인을 찾아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이에 대우조선해양 인수 후보로 또 다시 포스코가 거론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는게 중론이다. 
 

포스코 사옥.(사진=포스코)
포스코 사옥.(사진=포스코)

인수 후보 거론 이유...과거 인수추진 이력, 시너지, 자금력, 기술협력, 조선업황 회복 등


포스코가 대우조선해양 인수후보로 시장에서 거론되는 이유로는 여러가지가 있다. 

우선 포스코가 과거에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추진했다는 점이다. 지난 2008년 포스코는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 공개 출사표를 던졌지만GS그룹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나섰으나 컨소시엄이 깨지면서 물러난 경험이 있다. 2010년에도 다시 물망에 올랐으나 대우인터내셔널을 인수하게 되면서 2순위였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포기했다. 

두차례나 대우조선해양 인수추진 움직임이 있었던 만큼 지금도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시각이 존재하는 상황이다. 

두번째는 시너지다. 조선산업은 대표적인 철강업계의 수요처로 꼽힌다. 대우조선해양은 조선용 후판의 상당량을 포스코로부터 구매하고 있다. 포스코가 조선용 후판을 생산해 대우조선해양에게 공급하는 수직계열화를 완성할 수 있다. 

세번째는 풍부한 자금력이다. 포스코는 '철강 슈퍼사이클'에 힘입어 지난해 연결기준 9조2000억원이라는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283.8% 급증한 수치로 사상최대다. 포스코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3분기 기준 5조4810억원에 달한다. 자금 측면에서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네번째는 포스코와 대우조선해양 간의 기술협력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었다는 점이다. 지난해 12월 14일 대우조선해양은 보도자료를 통해 포스코, 한국선급과 공동으로 잠수함 용접부 균열 방지를 위한 피로설계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힌 바 있다. 

피로설계 기술은 잠수함 성능 향상을 위한 원천기술 중 하나다. 포스코와 대우조선해양은 업무협약을 통해 잠수함 전용 특수강을 고려해 피해설계 기준을 개발했고, 균열이 발생하는 메커니즘을 규명해 새 피로설계 기술을 만들어냈다. 

포스코와 대우조선해양은 신소재 액체수소 저장탱크 개발에도 손을 잡고 있다. 지난해 4월 포스코, 대우조선해양, 한국기계연구원, 한국가스안전공사는 액체수소 고망간강(High Mn Steel) 저장탱크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를 체결한 바 있다. 

대우조선해양과 포스코는 2010년부터 고망간강 개발을 위한 공동연구에 착수했으며 2015년 개발에 성공해 현재 LNG 저장탱크 소재로 사용하고 있다. 향후 LNG보다 액화온도가 더 낮은 액체수소 저장탱크용 고망간강 소재 개발에도 협력할 예정이다.

이런 여러차례 업무협약으로 양사간의 공동 기술개발 사례가 많았던 점도 양사간 시너지를 짐작케 하는 요소로써 포스코가 대우조선해양 인수전 후보로 꼽히게 된 배경 중 하나다. 

다섯번째는 조선업황 회복이다. 선가가 계속 오르면서 12년 만에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는 한편, 카타르발 역대 최대급 LNG선 수주가 시작되는 양상이다. 지난해 여름부터 도크가 꽉 차기 시작해서 제값 받고 수주를 하기 시작했다. 지금 조선업계 실적은 좋지 않지만 오른 선가로 계약한 선박들이 건조에 들어가는 올해 하반기부터는 조선업계 실적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대우조선해양은 지해 1조원이 넘는 적자를 냈지만 적자에 업황 회복으로 올해부터 실적 반전에 나설 가능성이 유력하다. 이는 포스코로써 구미가 당길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현저히 가능성 낮은 이유...사업구조 변신과 조선사 물량 위축, 산재 우려 등


하지만 이런 여러가지 인수후보 거론이유에도 불구하고 포스코가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은 현저하게 낮은 것으로 관측된다. 

가장 큰 이유는 포스코의 사업구조 변신이다. 포스코는 지난해 12월 지주사체제로 전격 전환했다. 기존 포스코를 물적분할해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존속법인·가칭)와 철강사업회사 포스코(신설법인)으로 물적분할했다. 신설 포스코가 포스코홀딩스의 100% 자회사로 편입되는 구조다.

사업별 전문성을 강화하고 미래 신사업 기회를 발굴·육성해 그룹 내 사업 간 시너지를 창출하겠다는 의도다. 

포스코그룹은 지주사전환을 기반으로 2030년까지 기업가치를 현재의 3배 이상으로 증대시킨다는 계획이다. △철강 △이차전지 소재 △리튬·니켈 △수소 △에너지 △건축·인프라 △식량(Agri-Bio) 등이 주축이다.

가장 큰 변화는 철강업체에서 소재업체로의 변신이다. 철강산업도 수소환원제철 등 탄소중립 생산체제 구축을 추진하며 육성에 나서지만 이차전지 소재인 양극재, 음극재와 여기에 들어가는 리튬, 니켈 등 이차전지 소재사업, 수소사업, 식량사업 등 신사업에 온힘을 쏟고 있다. 

급변하는 산업구조 속에서 기존의 전통적인 굴뚝산업인 철강사업 만으로는 미래를 도모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조선업 역시 굴뚝산업이다. 이런 상황에서 오로지 조선용 후판 캡티브 마켓을 확보하기 위해 적자에 허덕이는 거대 조선사를 인수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다. 

두번째는 포스코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게 되면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과 글로벌 조선사들의 물량 위축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포스코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 순간부터 조선사들 입장에서는 경쟁사가 되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이라는 존재가 캡티브 마켓 확대가 아닌 축소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현재 포스코는 국내 조선3사에 캠팀을 두고 관리하고 있다. 선박 설계 과정에 포스코가 개입해 조선용 후판 물량과 제품을 결정하고 있다. 이렇게 긴밀히 각사와 설계도를 보는 상황에서 포스코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게 되면 다른 조선사들이 정보공유를 꺼려하고, 물량도 축소할 우려가 존재한다. 

포스코는 조선용 후판의 글로벌 판매를 확대추진하고 있다. 국내 업체에 의존도를 줄이고 고객사 다변화를 모색하는 상황에서 대우조선해양 인수도 방향이 맞지 않는 부분이다. 

세번째는 조선업황의 산업재해 우려다. 잇따른 인명사고로 포스코는 지난해 심각한 곤혹을 치뤘다. 지난해 2월 최정우 회장이 첫 산재청문회에서 집중난타를 당하기도 했다. 당시 이달 말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 1호 기업이 포스코가 될 것이란 얘기도 파다했다. 

이후 포스코는 대대적으로 안전 조직 격상, 안전 활동 강화, 시스템 개선 등에 나섰고, 그 결과 지난해 3월 이후 포스코의 중대재해 발생 건수를 제로로 만들었다. 

조선산업은 산업재해 우려가 큰 업종 중 하나다. 특히 사망 등 중대재해가 빈번하게 일어나곤 한다. ESG 경영을 대폭 강화하고, 안전을 최우선 경영가치로 삼게 된 포스코에 있어 대우조선해양은 매력적이 매물이 될 수 없다. 

이런 이유들로 포스코는 현재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염두에 두고 있지 않는 상황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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