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에 다시는 오지 않을 줄로만 여겨졌던 '슈퍼사이클'이 도래했다는 설이 파다하다. 철강재 가격 급등과 글로벌 철강재 공급부족 현상으로 철강사들의 올해 실적이 '상상 이상'이 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그러나 철강 슈퍼사이클이 도래한 게 아니라 호주와 중국의 무역분쟁에 따른 일시적 현상일 것이란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호주와 중국의 무역분쟁이 부른 나비효과와 산업계 전반에 미치고 있는 영향, 현재의 철강업 호황이 언제까지 갈 것인지 예측해 봤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철강 슈퍼사이클의 진실①] 호주-중국의 무역분쟁이 불러온 나비효과...철광석 가격급등
[철강 슈퍼사이클의 진실②] '희비'가 교차하는 철강-조선업계 
[철강 슈퍼사이클의 진실③] 계속 호황일 수는 없다...단기간으로 끝날 가능성은


표정관리하는 철강업계...올 상반기 역대급 실적 예고


호주와 중국의 무역분쟁에서 시작된 철광석 가격 급등은 철강재 가격 급등으로 이어졌고, 이는 철강 뿐 아니라 다른 산업들에게도 큰 여파를 미치고 있다. 업종별로 희비가 교차하는 형국이다. 

우선 철강업종은 표정관리를 할 정도로 상황이 좋다. 다시는 오지 않을 것으로 보였던 '철강 슈퍼사이클'이 왔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올 상반기 철강업체들은 역대급 실적이 예고돼 있다. 증권가 컨센서스에 따르면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철강3사의 올해 상반기 매출 총계는 46조763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8.2% 증가가 예상된다. 

영업이익은 올 상반기 4조5555억원이 예상되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9.6%나 급증하는 것이다. 영업이익률도 지난해 상반기 2.6%에서 9.7%로 7.2%포인트 상승할 전망이다. 포스코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률은 10.6%가 예상되는데 포스코가 반기기준 10%대를 넘긴 것은 약 10년 만이다. 

아직 철강3사의 2분기 실적이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증권가에서는 연일 철강업계 상반기 실적 예상치를 높이는 중이다. 

철강사들의 실적이 역대급을 기록하는 것은 철강재 가격 인상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현재 생산하는 철강제품들은 작년에 비교적 싸게 산 철광석으로 생산한 제품들이다. 올 상반기 적극적인 가격인상 추진이 시장에 먹혀들면서 롤마진이 크게 늘었다. 

전세계 철강 공급과잉의 주범이던 중국 철강사들이 환경보호 이슈와 호주산 철광석 구매 감소 등으로 생산이 줄면서 글로벌 공급부족 사태가 벌어진 것이 가격인상이 성공한 배경이 됐다. 

전혀 예상치 못한 업종의 호황도 불렀다. 대표적인 예가 섬유업종이다. 스판덱스 가격이 급등했다. 중국 원사수입이 제 날짜가 안돼 납품업체가 가동을 못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중국은 스판덱스를 석탄을 주 원료로 만드는데 호주산 석탄 수입 금지 조치가 발동되고 내부 환경 이슈로 생산이 어려워졌다. 

중국과 호주의 무역분쟁 여파는 스판덱스를 주로 만드는 효성그룹 계열사 효성티앤씨의 실적 급증으로 연결되고 있다. 효성티앤씨의 올해 영업이익은 사상처음 1조원 돌파가 유력하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2666억원에 불과했다. 효성티앤씨의 주가는 올해 4월 초 53만원에서 현재 89만원까지 단 3개월 만에 67.9%가 뛰었다. 


조선업계 수주 회복됐지만 지금이 문제...후판값 급등에 목구멍 '포도청'


하지만 철강재를 사용하는 주요 전방산업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표적인 업종이 조선업계다. 

조선업계는 현재 수주가 대폭 회복되며 부활의 기지개를 펴고 있다. 전세계 LNG 운반선 수요가 대폭 늘어났는데 한국 조선업계로 발주가 집중되고 있다. 중국은 가격이 저렴하지만 중국 국영기업이자 LNG 수주잔량 1위 기업인 후동중화가 만든 LNG선 글래드스톤호가 호주 앞바다에서 엔진결함으로 서 버리면서 한국에 발주가 몰렸다. 

올 상반기 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3사가 252억달러를 수주하며 올 수주목표를 벌써 80%나 달성한 상황이다.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LNG운반선.(사진=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LNG운반선.(사진=삼성중공업)

하지만 조선업계는 후판가격 급등으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LNG선은 가장 표준이 되는 17만4000㎥급 기준으로 약 2억 달러(2268억8000만원)는 받아야 조선사가 약 1천만 달러(113억)의 마진을 챙길 수 있다. 

그러나 한국 조선사들은 지난 2018년 척당 1억8000만 달러 수준에 수주하면서 사실상 마진을 보기 어려운 구조다. 2019년, 2020년 배값이 조금씩 올라 1억9000만달러까지 올라왔지만 사실상 영업이익 제로 수준이었다. 

선박은 수주를 받고 설계에 들어가 건조를 시작하려면 1년에서 2년이 걸린다. 2018년과 2019년에 싸게 수주받은 선박들을 이제 설계를 마치고 건조하려고 하니 선박에 들어가는 후판가격이 대폭 올라 손해가 나는 구조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조선용 후판(사진=현대제철)
조선용 후판(사진=현대제철)

후판은 선박 제조원가의 30%를 차지한다. 조선3사와 국내 철강사들간의 상반기 조선용 후판 가격협상결과 톤당 10만원이 올랐다. 4년만에 큰 폭의 인상이 단행된 것이다. 

그동안 조선용 후판을 판매해 손해를 봐왔던 철강사들이 공급부족과 철광석 가격 급등을 이유로 삼으며 하반기에도 큰 폭의 가격인상을 추진 중이다. 현재 조선용 후판 가격은 톤당 85만원 수준으로 알려졌는데 후판 유통가격과의 격차가 크다. 현재 일반재 후판 유통가격은 톤당 130만원에 달하는 만큼 조선용 후판의 추가 인상여지가 넘친다는게 철강업계 입장이다.

하반기에는 조선용 후판 가격이 톤당 85만원 수준에서 115만원으로 30만원 인상설이 돌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급등한 철광석 가격이 본격적으로 투입되는 올 하반기나 내년에 어려움을 겪지 않기 위해서는 추가로 철강재 가격인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조선사들은 선박 값이 그렇게 오르지 않았는데 후판가격이 추가로 상승하게 되면 수익성 악화를 피할 수 없다고 하소연한다. 

실제 조선업계는 대규모 수주 랠리에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삼성중공업은 영업손실 5068억원, 대우조선해양은 영업손실 2129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매출 감소에 따른 고정비 부담과 후판 등 강재 가격 급등으로 손실폭이 커졌다. 한국조선해양은 전년동기대비 44.5% 감소한 675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는데 그쳤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업계가 현재 대량 수주하고 있는 물량은 보다 높은 가격으로 계약한 선박들인 만큼 1년, 2년이 지날 수록 조선업계의 실적은 나아지겠지만 당장이 문제"라며 "후판가격이 너무 오르고 있어 수익성 악화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은 조선산업 말고도 자동차, 전자 등 다른 전방산업의 가격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호주와 중국의 무역분쟁이 불러온 나비효과가 일반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준까지 이어지게 되는 셈이다. 

완성차업계에서는 하반기 포스코를 비롯한 철강업체가 자동차용 강판의 납품 가격을 추가 인상할 경우 출시를 앞둔 신차 모델의 출고가를 인상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들어 톤당 수십만원 오른 냉연도금재, 컬러강판 등을 쓰는 전자업계도 TV, 냉장고 등의 가격인상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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