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과 보험가입자 간 만기환급형 즉시연금 미지급금 관련 소송 판결을 앞두고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당국에서 추정하는 1조원 가량의 즉시연금 미지급금 중 삼성생명의 부담액(4300억원)이 가장 크다는 점에서 업계에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2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가입자 57명이 삼성생명을 상대로 제기한 보험금 지급 청구 소송 결과가 오는 3월 10일 오후 2시에 나온다. 

2019년 4월 12일 즉시연금 보험금 지급 관련 소송 첫 변론 기일이 열린 지 1년 11개월 만이다.  

즉시연금은 보험에 가입할 때 보험료 전액을 한꺼번에 내면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다음 달부터 매달 이자를 지급하고, 만기 때 처음 냈던 보험료를 돌려주는 상품이다. 

보험사는 만기 때 돌려줄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매달 지급하는 이자에서 사업비 등 일정 금액을 떼고 지급했는데, 삼성생명은 약관에 이러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쓰지 않아 분쟁의 중심에 섰다. 

삼성생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가입자들은 "연금 중 일부가 만기환급금 재원 마련을 위해 따로 적립된다는 설명이 없었다"며 연금을 추가로 지급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즉시연금 소송에선 상품 약관에 대한 설명이 주요 쟁점으로 꼽힌다. 

가입자가 약관이나 상품설명서 등을 통해 '연금월액 계산에서 만기 때 보험료 원금을 돌려주기 위한 재원을 차감한다'는 내용을 파악할 수 있는지가 핵심인 셈이다.  

삼성생명 즉시연금 약관에는 '연금계약의 적립액을 기준으로 계산한 연금월액을 연금개시 후 보험기간 동안 매월 계약 해당일에 지급한다'는 문구와 연금계약 적립액은 보험의 기초 서류인 산출방법서에서 정한 바에 따라 계산한다는 내용만 담겨있다.

삼성생명은 즉시연금 기초서류인 '산출방법서'에 매달 연금지급 시점에 만기보험금 지급재원을 공제한다는 내용이 쓰여있다고 주장하지만, 가입자는 '산출방법서'는 약관으로 볼 수 없다며 반박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소송에선 삼성생명이 만기보험금 지급재원이 차감된다는 내용을 가입자에게 설명했다는 것을 어디까지 입증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타 생보사와 가입자 간 소송에서 상품 설명이 충분히 이뤄졌는지 아닌지를 따졌기 때문이다.
  
실제 삼성생명 즉시연금과 약관이 유사한 동양생명은 최근 1심 소송에서 만기보험금 지급 재원 차감에 대해 안내한 내용을 입증하지 못해 패소했다. 

법원이 '연금개시 시점의 연금계약적립액을 기준으로 계산한 생존연금을 지급한다'는 동양생명 약관에 대해 보험 약관 문구만으로는 연금월액 지급금액이 어떤 방법으로 산출되는지를 알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아울러 동양생명의 핵심 상품 설명서에 '연금월액 계산에서 만기보험금 지급재원이 공제된다'는 내용이 기재돼 있지 않고, 담당 직원이 이런 내용을 설명했다고 볼 자료가 없다고 판단해 가입자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해 11월에는 미래에셋생명이 상품 약관에 연금액 중 만기보험금 지급 재원(사업비와 위험보험료 상당액)을 뺀다는 내용을 명시하거나 설명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즉시연금 미지급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1심 판결이 나왔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약관에 연금계약 적립액을 차감한다는 문구가 명확하게 담겨 있거나 해당 내용을 안내했다는 것을 입증하는 자료가 있는 경우라야 보험사 승소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즉시연금 규모가 가장 큰 삼성생명이 어떤 판결을 받을 지 관심사"라고 말했다. 
 
생명보험업계 즉시연금 미지급 사태는 지난 2017년 처음 불거졌다. 삼성생명 즉시연금보험 가입자가 보험금이 덜 지급됐다며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했고, 금감원 분조위는 약관이 문제가 있다며 보험사에 보험금을 추가로 지급할 것을 권고했다. 

당시 삼성생명은 분조위 판정을 수용해 민원인에게 미지급금을 지급했는데, 금감원이 유사한 계약에 대해서도 지급하지 않은 연금액을 주라고 요구하자 법원의 판단을 받은 뒤 결정한다는 뜻을 밝혔다. 일괄 구제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 건의 민원 판정 결과를 일괄 적용하면 향후 배임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금감원은 2018년 삼성생명뿐만 아니라 모든 생보사에 만기환급형 즉시연금 미지급금 일괄 지급을 권고했으나 대부분의 보험사는 법원의 판단을 받겠다고 맞섰다. 

현재 즉시연금 가입자와 소송을 진행 중인 보험사는 미래에셋생명, 동양생명, 삼성생명, 교보생명, 한화생명, KB생명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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