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상반기 IPO 시장은 외형상 회복 기미를 보였지만 자금 유입과 공모가 확정률은 여전히 불안한 흐름을 드러냈다. 하반기 시장엔 제도 변화와 함께 기대주들이 포진하고 있다. 기업에겐 보다 탄탄한 펀더멘탈이, 투자자에겐 한층 정밀한 접근이 요구된다.
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상반기 IPO 시장에 상장된 종목은 총 38개다. 총공모 금액은 약 2조2000억원을 기록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32.2% 증가했다. LG CNS, 서울보증보험 등 1분기 상장한 대어들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상장 기업들의 주가 성과도 비교적 안정됐다. 상장한 38개 기업의 공모가 대비 시초가 평균 수익률은 64.8%를 기록했다. 100% 이상 수익률을 보인 기업도 9개에 달했다.
다만 투자 심리가 회복세에 진입했다고 판단하긴 아직 이른 모습이다. 기관 수요예측 평균 경쟁률은 898대 1로 전년 871대 1보다 소폭 상승했지만, 2021년 1315대 1에는 미치지 못했다. 일반 청약 경쟁률도 860대 1로 지난해 상반기 1595대 1 대비 47% 낮아졌다.
공모가 확정 수준에서도 투자 심리 냉각 기류가 엿보인다. 공모가 희망밴드 상단 이상으로 확정된 비율이 76.3%로 드러났다. 전년 동기 대비 8.2%p 낮아진 수치다. 시장이 고평가 이슈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IPO 시장의 체온계를 가늠할 수 있는 공모주 펀드 자금 흐름도 여전히 차갑다. 신영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8개월 연속 순유출이 이어지고 있다. 특정 종목이 상장 당일 가격제한폭까지 오르는 등 기대감을 이끄는 장면도 있었지만 이는 일부 사례에 그쳤다. 펀드별 성과 격차가 뚜렷해지고, 7월부터 적용되는 새로운 IPO 제도에 따른 불확실성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하반기 IPO 시장은 회복 여지를 품으면서도 불확실성에 따른 경계심이 공존할 전망이다. 상장 심사를 청구한 기업과 이미 승인을 마친 기업이 상당수 대기 중이다. DN솔루션즈, 롯데글로벌로지스 등 상장을 철회했던 대어급 기업들이 다시 시장에 나설 수도 있다. 또 통상적으로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더 많은 기업이 상장되기 때문에 상장 대기 물량은 충분할 것으로 예측된다.
반면 많은 우량 기업이 대기 중인만큼 시장 포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나온다. 결국 어떻게 시장에서 차별화된 매력을 증명하느냐가 기업에 중요한 과제로 주어질 전망이다. 제대로 기업가치를 증명해야만 투자자들의 수요를 끌어모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동시에 정부가 새로 추진하는 IPO 제도 개편이 큰 변수로 자리하고 있다.
이번 제도 개편의 핵심은 공모가 산정의 투명성과 일반 투자자의 보호 강화다. 수요예측 과정에서 허수가 끼지 않도록 장외 호가 거래 반영을 줄이고, 기관 물량 중 일정 비율은 일정 기간 락업(의무보유확약)을 걸도록 유도하는 등의 장치가 추가됐다. 취지는 명확하지만 시행 초기에는 기업과 주관사, 투자자 모두 낯선 규칙에 적응해야 한다. 업계는 투자자들이 기업을 살펴보는 기준이 더욱 촘촘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기관투자자들의 대응 방식도 관건이다. 대부분 투자자들이 제도 개편에 따르는 시장 흐름을 지켜보면서 신중하게 투자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자금을 받아 운용하는 운용사 등의 기관투자자들은 공모주 투자를 계속 이어갈 수 밖에 없다. 이들은 15일에서 최대 6개월까지의 의무보유확약을 감수하면서 투자를 감행할 방침이다. 상장 직후 물량을 팔 수 없게 되면서 수요예측에서부터 가격을 매우 보수적으로 제시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또 상장 주관사들도 락업 물량이 40% 아래로 떨어질 경우 공모 물량의 1%를 취득한 후 6개월간 보유해야 한다. 주관사 입장에서도 공모가 산정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평가다. 그러면서 펀더멘털이 탄탄한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 사이 양극화가 더 심해지면서 '옥석 가리기' 국면을 이어갈 것으로 예측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하반기 어떤 시장이 펼쳐질지 기업들도, 기관투자자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이라며 "공모주 시장이 '단타'에 지나치게 편중돼 있었던 만큼 단시간에 해결하기는 어렵겠지만 장기적으로 건전한 방향"이라고 전했다. 이어 "하지만 시행 초기에는 락업으로 단타가 불가능해져 투자를 아예 꺼리는 등 공포에 가까운 수준의 부작용도 올 수 있다"며 "정부도 제도를 시행하면서 차차 개선점을 보완해나갈 것으로 기대 중"이라고 덧붙였다.
오광영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정부는 추진 중인 제도 개선 사항들이 정착되면 실제 기업가치에 기반한 투자가 자리 잡게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며 " 어느 시점에서는 공모가 밴드가 매력적인 수준으로 다가오면서 다시 투자자들이 대거 유입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