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상반기 IPO(기업공개) 시장 '대어'로 기대를 모았던 디엔솔루션즈와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잇따라 상장을 철회하면서 증권사들의 IPO 실적 전망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1분기 들어 활기를 띠던 IPO 시장이 다시금 주춤하는 모습이다.
먼저 최근 1분기 빅딜로 IPO 시장에 나선 디엔솔루션즈는 상장을 전격 철회했다. 지난달 말 진행된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서 저조한 결과를 받아들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디엔솔루션즈는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철회신고서에서 "수요예측을 실시했으나 현재와 같은 대내외 금융 시장 환경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여건을 고려해 주관사와 합의 하에 잔여 일정을 취소한다"고 기재했다.
앞서 디엔솔루션즈는 공모 희망 밴드를 6만5000원~8만9700원으로 책정했다. 공모 희망 밴드에 따라 시가총액은 약 4조1000억원에서 5조6600억원으로 추산됐다. 공모 규모만 최대 1조5000억원가량에 달하는 대형 딜이었다.
탄탄한 그룹사 연계 매출과 사업 성장성을 내세워 증시 입성에 도전했던 롯데글로벌로지스도 지난 2일 상장을 철회했다. 롯데글로벌로지스 역시 "대내외 금융 환경의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회사의 가치를 적정하게 평가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수요예측 결과 시장과 회사 간 공모가 눈높이를 맞추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앞서 1조원을 상회하는 기업 가치를 기대했으나 시장 상황을 고려해 공모 규모를 5000억원대까지 내리기도 했다.
이에 지난해 하반기부터 불어닥친 기형적인 한파가 다시 시작될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 1분기 IPO 시장이 지난해 대비 가파른 규모 상승을 기록하고, 지난달 초 상장 시장이 조정 국면에 돌입하면서 업계에선 공모주 시장 반등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일부 감지됐다.
반면 대형 IPO가 연이어 철회되면서 시장을 낙관적으로 전망하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신규 상장은 3건에 그쳤다. 게다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을 필두로 한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과 불안정한 증시 상황에 투자 심리는 더 위축됐다. 특히 기관투자자들이 공모 규모가 큰 대형 IPO 투자에 신중을 기하면서 향후 시장에서 대형 딜이 더욱 자취를 감출 가능성이 거론된다.
기대를 모았던 대어들의 낙마로 공모주 투자 환경에 대한 불확실성은 한층 높아진 모양새다. 현재 수요예측을 마무리하고 공모가 확정을 앞둔 달바글로벌 등 남은 IPO 딜의 흥행 여부가 남은 상반기 시장 향방을 판가름할 잣대가 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지난해 IPO 시장의 호황을 누리며 실적을 쌓아 올렸던 증권사들의 수익성 개선에도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예측된다. IPO는 딜에 따른 수수료율은 높지 않아 보일 수 있어도 공모 규모와 부가 수익원을 합하면 IB(기업금융) 부문 실적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는 평가다.
증권사들은 척박한 시장 환경 속에서 중소형 IPO에 보다 힘을 쏟을 것으로 관측된다. 대형 IPO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중소형 IPO를 적극 발굴해 물량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빅딜에 집중했던 대형 증권사들도 올해 들어 너 나 할 것 없이 중소형 딜까지 찾아나서는 형국이다. 동시에 공모주 투심이 크게 흔들리는 것을 고려해 기업 가치 산정에도 한 단계 더 보수적으로 접근하면서 거품을 뺄 것으로 예측된다. 공모 물량을 조정하는 등 리스크 관리에 집중할 전망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공모 규모에 따라 주관사가 가져가는 수수료 수익이 극명하게 갈린다"며 "중소형 딜 10개를 수행해도 대형 딜 하나에 못 미치는 경우가 수두룩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1분기만 봐도 빅딜을 잡은 회사와 아닌 회사의 차이가 크다"며 "가뜩이나 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은데 대형 딜 부재가 심화하면 증권사 IPO 부서들은 타격이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공모주 시장이 반등세를 보이면 시장 분위기를 고려해 IPO를 미뤘던 기업들이 다시 상장에 도전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는데 상황을 장담키 어렵게 됐다"며 "대어급 IPO가 연속으로 취소된 게 결코 가벼운 시그널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