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사진=신세계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사진=신세계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뷰티 시장 재도전에 나선다. 다양한 계열사를 보유한 유통 강자 신세계그룹이지만, 화장품 사업에서는 이렇다 할 성공 사례가 없었다. 이에 ODM(제조개발생산) 기반 기업 투자를 검토하며 전략을 새롭게 짜는 모습이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은 최근 국내 색조 화장품 ODM 전문기업 씨앤씨인터내셔널 투자를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다.

신세계그룹 계열사 이마트는 2017년 글로벌 H&B(헬스앤뷰티) 브랜드와 협업해 '부츠' 매장을 선보이며 CJ올리브영, 왓슨스 등과의 경쟁에 뛰어들었다. 프리미엄 전략을 내세워 매장을 두 자릿수까지 확대했지만, 이후 사업을 축소했고 2020년 사실상 철수 수순을 밟았다.

2016년에는 한국콜마·코스맥스와 공동 개발한 자체 화장품 브랜드 '센텐스'를 출시해 이마트와 스타필드 등 그룹 유통망을 활용한 매장을 운영했다. 이후 색조 중심 브랜드 스톤브릭도 추가했으나, 이들 역시 실적 부진으로 점포가 대폭 축소되거나 철수됐다. 정 회장은 이마트 계열 유통 채널을 중심으로 화장품 전문점 실험을 이어왔지만, 성과로 이어지진 못했다.

최근 이마트는 사모펀드 어센트에쿼티파트너스(EP)가 씨앤씨인터내셔널 인수를 위해 조성 중인 펀드에 일부 금액을 투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유통 중심의 사업 구조를 가져온 이마트가 제조 기반까지 전략 범위를 넓히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씨앤씨인터내셔널은 색조 화장품에 특화된 ODM 기업으로, 북미와 일본 등에서 K뷰티 브랜드들과 함께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왔다. 최근에는 기초 화장품군까지 제품 라인을 확장하며 종합 뷰티 ODM으로의 전환도 추진 중이다. 이마트가 씨앤씨에 투자하게 될 경우, 단순 유통을 넘어 생산 기반까지 확보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진=신세계백화점
사진=신세계백화점

같은 시기 신세계의 뷰티 편집숍 시코르도 운영 전략에 변화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 시코르 조직은 영업본부 산하에서 박주형 신세계 대표 직속으로 개편됐다. 또한 연내 모든 점포 리뉴얼과 계열사 강점을 살린 '숍인숍' 구성 등으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시코르는 계열사가 유통권을 보유한 K뷰티 브랜드와 글로벌 라이선스 브랜드를 중심으로 상품 구성을 재편하며 운영 방향에도 변화를 시도 중이다. 스타필드 등 그룹 유통 자산과의 입지 연계가 이어지는 것이다.

이번 씨앤씨인터내셔널 투자 검토는 정용진 회장 체제 아래 유통 중심에서 제조 기반까지 전략 범위를 확장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과거에는 화장품 브랜드를 직접 운영하거나 유통망을 활용해 전문점을 전개했지만, 이번에는 상품 기획과 생산을 함께 조율할 수 있는 구조를 모색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색조 ODM은 시장 반응이 빠르게 반영되는 영역인 만큼, 과거보다 유연한 사업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마트 관계자는 "어센트EP가 조성 중인 펀드에 일부 투자를 검토 중"이라며 "아직 확정된 부분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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