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ImageF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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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이 금리 인하로 인한 이자수익 감소를 상쇄하기 위해 자산관리(WM)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투자자문업 라이선스 취득과 전담조직 신설 등을 통해 비이자수익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는 양상이다.

예대마진이 벌어진 당장은 이자장사 비판을 피해갈 수 없다는 점도 WM 사업에 힘을 줄 수 있는 배경으로 꼽힌다. 장기적으로는 은퇴 후 안정적인 자산관리가 필요한 시니어 고객들을 대상으로 비이자수익을 꾸준히 확보해야 한다는 업권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평가된다. 

2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펀드자문과 일임·신탁 등 자산관리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3214조4542억원으로 전년 대비 8.4% 증가했다. 지난해 1분기 3000조원을 돌파 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고액자산가 증가세도 뚜렷하다. 하나금융연구소의 '2025 대한민국 웰스 리포트'에 따르면 하나은행 고객 중 10억원 이상 금융자산을 보유한 젊은 부자층(40대 이하)은 연평균 6%로 증가해 50세 이상 기존 부자층(3%)보다 두 배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들은 평균 60억원 규모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절반에 해당하는 30억원을 금융자산에 투자하고 있다.

사진=하나금융연구소 '2025 대한민국 웰스 리포트'
사진=하나금융연구소 '2025 대한민국 웰스 리포트'

성장하는 WM 시장, 은행권 새 먹거리로


KB국민은행은 2023년 은행권 최초로 금융위원회로부터 투자자문업 승인을 받아 선제적으로 WM 시장에 뛰어들었다. 현재 초고액 자산가를 위한 자산관리센터인 'KB 골드&와이즈 더 퍼스트'에서 'KB금융투자상품자문'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3억원 이상 자문금액을 보유한 개인과 법인 고객을 대상으로 투자 성향별 0.1~1%의 차등 수수료를 적용하고 있다.

NH농협은행은 지난달 은행권에서 두 번째로 금융·부동산 투자자문업 라이선스를 취득했다. 강태영 행장이 미래 먹거리로 WM 사업 강화를 지목했다는 평가다. 농협은행은 2013년 PB센터 전면 철수 이후 12년 만에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 인근에 WM 전문센터 신설을 추진한다.

농협은행은 특화된 투자자문업을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토지·농지 매물과 실거래가 등 정보를 제공하는 시스템과 연계해 농업 자산 특화 WM 서비스로 차별화한다는 방침이다. 

우리은행은 가시적 성과도 얻어냈다. 지난해 비이자이익은 연결기준 1조712억원으로 59.1% 성장을 기록했다. 이 중 WM수수료이익은 3060억원으로 전년 대비 16.3% 증가했다. 신탁수수료이익이 1690억원, 방카슈랑스가 890억원, 수익증권은 480억원을 기록했다. 

우리은행은 함영진 전 직방 빅데이터랩장을 수장으로 영입해 부동산·포트폴리오·투자상품·세무 등 각 분야 전문가 12명으로 구성된 '자산관리 드림팀'을 운영 중이다.  WM 브랜드이자 특화점포인 '투체어스'의 지점을 꾸준히 확대해 자산관리 수요가 높은 고액자산가층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하나은행도 WM 강화 차원에서 시니어 전담조직을 신설하고 신탁사업 부문을 확대했다. 하나더넥스트사업을 담당하는 하나더넥스트본부를 설치하고 초기부터 사업을 주도한 이은정 WM본부장에게 조직을 맡겼다.

신한금융그룹은 지난해 상반기 은행과 증권 WM 조직을 통합하는 'One WM' 전략을 추진했다. 정용욱 WM그룹장이 증권 자산관리부문과 은행 WM그룹을 모두 총괄하며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통합형 모델을 구축했다.

신한은행은 지난 17일 WM추진부 투자전략 인력 채용 공고도 냈다. 은행과 증권, 자산운용 경력을 가리지 않고 5년 이상의 투자상품 운영·분석 경력과 섹터 등 리서치 경력자를 모집하고 있다.


저금리 시대에 비이자수익 확대…증권사와 차별화 필요성


은행들의 WM 강화 움직임은 순이자마진(NIM) 하락이 예상됨과 함께 비이자수익 확대의 필요성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주요 금융지주들은 자산관리(WM), 글로벌, 자본시장 부문 강화를 통해 수익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초고액자산가와 패밀리오피스 시장을 선점한 증권사와 은행권은 타깃층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 WM업계에서는 은행이 원금손실에 민감한 고객들을 주요 대상으로 보고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크지 않은 안정적 자산관리에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에서는 전통 금융자산인 주식과 채권 운용에서 증권사 대비 은행 PB들의 즉각적인 대응이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은행 슈퍼앱을 활용한 모바일 접근성 강화와 고객 기반이라는 은행만의 강점을 내세워 차별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시선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 인하기 대비해 비이자이익을 확대하려는 은행들의 움직임이 치열해질 것"이라며 "현재는 증권사 PB와 은행 PB를 찾는 고객층이 분리돼있지만, 빠른 피드백을 원하는 PB를 원하는 은행 고객들이 같은 계열사 내 증권사로 이동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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