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 전환과 저출생, 세대별 소비 특성의 변화가 소호(SOHO) 시장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흔들고 있다. 업종별 쏠림과 양극화, 오프라인 중심의 사업 환경도 온라인 기반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하나은행 하나금융연구소는 23일 하나카드의 결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국내 소호의 세부 업종을 분석한 '소비 환경 변화에 따른 소호 업종 점검' 보고서를 발표했다. 50대 소비자의 영향력 확대, 20대 소비의 불안정성, 저출생에 따른 수요 위축 등 인구 구조 변화가 소호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다각적으로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50대는 자녀 교육과 재취업을 위한 투자, 자기 관리와 여가를 동시에 추구하면서 서비스 업종 전반에 걸쳐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입시학원과 기술·전문훈련학원의 50대 매출 비중은 각각 2019년 대비 8.2%p, 6.1%p 상승했다. 피부·체형관리소, 여행사에서도 50대의 소비가 증가하며 업종 회복을 견인했다.
반면, 20대는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로 인해 소호 업종의 안정성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셀프사진관과 코인노래방 등 유행 중심 업종은 한때 20대 소비에 힘입어 성장했으나 20대 매출 비중 하락과 함께 다시 침체를 겪고 있다.
저출생은 구조적인 수요 위축을 초래하고 있다. 산후조리원은 2022~2024년 연평균 4.0%의 가맹점 수 감소와 함께 건당 승인금액은 같은 기간 23.6% 증가했다. 소아과, 아동복, 입시보습학원 등에서도 유사한 현상이 관찰된다.
이커머스 확대와 고령화 등 소비 환경의 급격한 변화도 소호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온라인 침투율이 50%에 육박하면서 의류·전자·가구 같은 오프라인 소매업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업종 내 공급 과잉과 양극화도 심화되고 있다. 펫코노미 확산에 따라 애완용품점은 점포 수가 증가했지만 점당 매출은 오히려 감소했다. 음식점 업종은 외식 감소와 물가 상승 여파 속에서 가격 경쟁력을 갖춘 업체와 차별화된 콘셉트를 지닌 업체만이 생존하고 있다.
소호의 사회적 역할도 변화하고 있다. 1~2인 가구와 맞벌이 증가에 따라 돌봄의 영역이 가사에서 경제 활동으로 이전되면서 약국·동물병원·요양원 등 돌봄 관련 업종의 사업체가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부동산 시장과 마케팅 방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오프라인 점포의 입지 영향력이 약화되는 대신, 리뷰·지도 앱 기반의 목적형 소비 확산과 함께 온라인 마케팅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김문태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디지털 전환과 수요 세대 교체에 따라 소호 시장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며 “세부 업종별 맞춤형 상생 방안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