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박지혜 기자.
사진=박지혜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자산운용업계의 경쟁 과열 현황을 꼬집으며 펀드가격(NAV) 오류 사태를 강하게 지적했다. ETF 시장 확대와 더불어 대형 운용사 중심으로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시장 질서 확립을 위한 당국의 향후 조치가 주목된다.

지난 10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건물에서 자산운용사 CEO들을 만나 간담회를 열고 자산운용산업의 발전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서유석 금융투자협회 협회장과 23개 자산운용사 CEO 등이 참석했다.

이 원장은 이날 자산운용업계의 건전한 시장 조성과 발전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러면서 자산운용사에 본연의 업무에 충실할 것을 강조했다.

이 원장은 "자산운용업계는 양적 성장을 지속하면서 공유 재산 증식과 기업 가치 향상에 기여해 왔다"면서도 "다만 최근 일부 대형사를 중심으로 외형 확대를 위한 보수 인하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운용의 가장 기본인 펀드 가격 산정에서부터 오류가 반복되고 있다"며 "이는 투자자의 신뢰를 근본부터 흔드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지난달 28일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163종이 계산 오류로 실시간 추정 순자산가치가 실제보다 높게 산정됐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은행고배당플러스TOP10', 한화자산운용의 'PLUS고배당주' 등 상품의 iNAV가 1.08%~1.09%가량 높게 산정됐다. 뒤이어 지난달 31일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단기채권' ETF에서도 iNAV 산출 오류가 발생했다. 산출 오류가 발생한 시간 동안 투자자들은 정상가보다 높은 가격에 ETF를 매수했다.

이 원장은 간담회 이후 취재진과 만나 "경쟁 자체는 소비자들에게 좀 더 적은 비용과 높은 수익을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측면도 있다"며 "하지만 그 과정에서 펀드 평가의 기본적인 부분이 왜곡되거나, 또 다른 상품에 비용이 전가되는 등의 문제점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더불어 과도한 경쟁으로 마케팅에만 집중하는 행태도 함께 짚었다. 최근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은 ETF 과장 광고 의혹이 불거졌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업계 최저 실부담비용' 문구에 문제가 제기돼 광고를 수정했다. 삼성자산운용은 '수익률 1위'라는 문구를 광고에 게재한 후 지적이 이어지자 조치를 취했다.

이 원장은 "본연의 책무를 등한시하고 노이즈마케팅에만 집중하는 운용사는 펀드 시장 신뢰 보호를 위해 상품 운용과 관리 체계 전반을 점검할 것"이라며 "운용사 자체적으로 업무 원칙과 내부 규율을 재정립해달라"고 주문했다.

다만 광고를 직접적으로 규제하진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 원장은 "과도한 광고를 금지해달라는 의견까지 나왔다"며 "다만 광고를 지나치게 제약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제 의식이 제기된 단계로서 대형사들에 입장을 정리해달라고 부탁드렸다"고 덧붙였다.

금융감독원은 마케팅 광고와 보수 인하 등으로 경쟁을 벌이면서 기본 운용에서는 삐걱거리는 자산운용사의 운영 현황을 인지하고 업계에 자체적인 자정 활동을 당부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간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 사이 보수 인하 행태가 논란이 됐을 뿐만 아니라 iNAV 산정 오류가 반복되면서 투자자들의 불만도 거세졌기 때문이다.

업계는 금감원이 강도 높은 점검을 예고하면서 자산운용업계의 경쟁 열기를 진화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의 향후 제재 혹은 조치 방향에도 눈길이 모인다.

경쟁이 과도하게 심화한 시점에서 금감원의 직접적인 제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당국 차원에서 조치가 있어야 해결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사실상 ETF 경쟁 체제는 두 회사의 양강 구도로 나뉘어 있다"며 "금융감독원장이 직접 언급했으니 자제하는 움직임이 있을 것 같다"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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