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재차 파격적인 ETF 보수 인하를 단행한다. 시선은 자연스럽게 '1위' 삼성자산운용에 미칠 영향으로 모인다. 이런 배경에서 업계는 미래운용이 ETF 시장 1위로 올라서기 위해 칼을 뽑았다고 보고 있다. 반면 미래운용은 특정 상품 점유율 차원의 고민을 떠나 투자자 보호를 위한 결정이라고 반박했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운용은 다음 달 중으로 △TIGER 레버리지 △TIGER코스닥150 레버리지 △TIGER인버스 등 레버리지·인버스 ETF 운용보수 인하를 결정한다. 미래운용은 현재 인하 관련 세부 사항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ETF의 보수 수준은 업계 최저 수준인 TIGER S&P500 ETF에 비견할 정도로 인하될 전망이다.
업계에선 미래운용의 이번 보수 인하 방침을 두고 경쟁사인 삼성운용을 정조준한 조치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보수 인하 결정을 내린 레버리지·인버스 ETF가 삼성운용의 주력 상품이기 때문이다.
삼성운용은 레버리지·인버스 ETF 분야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또 레버리지·인버스 ETF는 타 ETF보다 보수가 높은 데다가 만기 연장에도 비용이 발생한다. 결국 그에 따른 수익도 높다는 특성이 있다. 삼성운용의 주요 수익원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삼성운용은 레버리지·인버스 ETF에서 어마어마한 보수를 챙기고 있다"며 "미래운용의 레버리지·인버스 상품 보수 인하는 다분히 이 상품을 대표 상품으로 하는 삼성운용을 의식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 역시 "점유율을 위해 파격적인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거들었다.
"삼성운용 순자산 절반 빼앗아 와도 점유율 상승 1% 못 채워"
업계 반응은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특히 점유율 확보 측면에서는 더욱 의문부호가 따라붙고 있다.
지난 21일 기준 삼성운용의 순자산총액은 71조7689억원, ETF 시장 점유율은 38.19%로 업계 1위다. 미래운용은 순자산총액 65조6054억원, 점유율은 34.91%로 그 뒤를 따르고 있다.
레버리지·인버스 ETF를 살펴보면 지난 24일 기준 삼성운용의 KODEX 레버리지 순자산규모는 2조2234억원, KODEX 인버스 순자산규모는 5396억원으로 총 2조7630억원이다.
미래운용 TIGER 레버리지 순자산규모는 477억원, TIGER 코스닥150 레버리지는 514억원, TIGER 인버스는 379억원으로 총 1370억원이다.
두 회사의 순자산규모 차이는 2조원이 넘는 수준이다.
이 가운데 만약 삼성운용의 레버리지·인버스 ETF 순자산규모 중 50%에 해당하는 규모가 미래운용 상품으로 이동한다고 가정하면 삼성운용의 전체 순자산은 70조3874억원, 점유율은 37.45%로 감소한다.
반대로 미래운용의 전체 순자산은 67조1239억원, 점유율은 35.72%로 증가한다. 삼성운용 레버리지·인버스 ETF 순자산의 절반을 끌어와도 점유율은 0.8%가량 상승하는 셈이다.
만약 미래운용이 10%를 끌어온다고 가정했을 때 전체 점유율은 0.15% 상승하는 것으로 계산된다. 삼성운용의 전체 순자산은 71조4926억원, 점유율은 38.04%가 된다. 미래운용의 전체 순자산은 65조8817억원, 점유율은 35.06%로 오른다.
그렇지만 업계에선 미래운용이 삼성운용 레버리지·인버스 ETF 순자산의 10% 남짓도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레버리지 업계는 파이가 정해져 있다"며 "투자자들에게 TIGER 브랜드를 한 번 더 각인하는 효과는 있을 수 있으나 순자산 규모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에 점유율이나 순위에는 사실상 큰 영향을 끼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른 관계자는 "레버리지와 인버스는 시장에서 삼성을 제외한 타 운용사들은 거의 존재감이 없는 수준"이라며 "미래운용이 마케팅에 힘을 쏟겠다는 의도로는 해석이 되지만 KODEX 상품의 인지도를 따라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보수 인하로 얻을 수 있는 효과는 점유율 면에선 미미할 것"이라며 "투자자 확보 비중이 두 자릿수를 넘기기 어렵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보수 인하로 투자자는 호재?…상품 운용 수준 지켜봐야
반대로 미래운용의 보수 인하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당초 일반 상품보다 보수가 높은만큼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에 투자하는 투자자에게는 장점으로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이다. 평소 해당 상품의 보수가 부담됐던 투자자들에게 다른 선택지를 열어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상품 구조 측면에서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도 고개를 들고 있다. 레버리지·인버스 ETF는 주로 단기 투자로 매수가 이뤄져 템포가 빠르고 레버리지가 들어가는 만큼 기민한 운용이 필요하다.
이는 상품 매니징의 영역으로 매니저 역량이 크게 작용해 보수가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에 미래운용이 알려진 수준으로 파격적인 보수 인하를 실시했을 때 상품의 퀄리티도 짚어볼 필요성이 거론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사실상 삼성운용이 압도적인 위치에 있는 시장에서 보수를 대폭 내리는 것으론 경쟁하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며 "다각도로 봤을 때 보수 인하 결정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기 힘든 상황이라 이 소식이 어떤 '액션'에 가깝다고 본다"고 전했다.
미래운용 "투자자 보호 취지"…삼성운용 "해당 상품 보수 인하 없다"
미래운용은 지난달에도 TIGER S&P500 ETF의 총보수를 삼성운용 KODEX S&P500 ETF보다 낮은 수준으로 대폭 인하했다. 삼성운용이 그 다음 날 즉시 자사 상품 보수를 더 낮게 인하하면서 이미 '수수료 인하 전쟁'을 치렀다.
미래운용은 보수 인하 결정이 점유율을 의식한 건 아니라는 입장이다. 미래운용 관계자는 "해당 상품의 보수 인하는 아직 확정된 내용은 아니다"라며 "레버리지와 인버스 상품의 보수 인하는 점유율을 높이려는 것이 아니라 투자자에 책임을 다하겠다는 취지에서 검토 중인 사항"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삼성운용은 레버리지·인버스 ETF 보수 인하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분명히 했다.
삼성운용 관계자는 "레버리지·인버스 ETF는 시장지수 ETF와 달리 시장의 변동과 ETF 자금의 유출입에 따라 매일 매매가 일어나고 매일의 운용에 작은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매우 정교하게 운용되는 상품"이라며 "레버리지·인버스 ETF의 촘촘한 호가관리를 위해 다양한 모니터링 시스템을 운영하는 등 투자자들의 트레이딩에 불편함이 조금도 없도록 ETF 운용과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2월 미국 대표지수 ETF 보수 인하는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에 따른 것으로 경쟁 차원의 결정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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