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박지혜 기자.
사진=박지혜 기자.

금융감독원이 자산운용업계에 투자자 최우선 원칙을 강조하면서 경쟁 과열로 혼탁해진 시장 질서를 들여다 볼 예정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10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건물에서 간담회를 열고 자산운용사 CEO들을 만났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복현 원장, 서유석 금융투자협회 회장, 미래에셋·삼성·한국투자신탁·신한·KB·한화자산운용 등 23개 자산운용사 CEO가 참석했다.

이 원장은 자산운용사 CEO를 비롯한 유관기관 관계자들과 함께 자본시장 선진화와 자산운용산업의 건전한 발전 방안에 관해 논의하고 업계 건의사항을 청취했다.

이 원장은 "우리 자본시장은 현재 만성적인 증시 저평가, 기업 실적 둔화 우려, 글로벌 관세전쟁 등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위기 돌파를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자본시장 선진화의 핵심과제인 주주이익 보호와 기업지배구조 개선이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하며 "소모적 논쟁으로 낭비될 여유가 우리 자본시장에는 없다. 정치적 이해관계 등은 접어두고 구체적이고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입법이 조속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자산운용산업의 발전을 위해 업계에 당부 사항을 전달했다.

먼저 신인의무의 충실한 이행을 요구했다. 이 원장은 "형식적인 의결권 행사, 일부 대주주・임직원의 사익추구, 계열사 등 이해관계인에 치우친 의사결정 등 투자자 최우선 원칙을 훼손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고 꼬집으며 "금융감독원은 우선적으로 의결권 행사 모범, 미흡사례를 적시하고 향후 시장이 성실한 수탁자를 가려낼 수 있도록 필요한 정보를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업계에 "조직 내 의사결정과 보상, 평가체계 전반에 신인의무가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각별히 노력해달라"고 전했다.

또 건전한 시장 질서 확립에 협조해달라고 주문했다. 이 원장은 최근 자산운용업계의 과열 경쟁을 지적하며 "대형사간 외형 확대를 위한 보수 인하 경쟁이 과열되고 있는 가운데 가장 기본 업무인 펀드가격(NAV) 오류가 반복돼 투자자 신뢰가 훼손될 우려가 있다"며 "노이즈 마케팅 등에만 집중하고 본연의 책무를 등한시하는 운용사에 대해서는 펀드시장 신뢰보호를 위해 펀드 관리체계 전반을 점검할 예정"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운용사 자체 내 업무원칙과 내부규율을 재정립해달라고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국내 운용업계의 역량 제고를 언급했다. 이 원장은 "주요국이 운용산업 고도화에 집중하며 글로벌 경쟁에 나서고 있는 데 반해 국내 운용업계는 여전히 한정된 영역에만 매몰되어 있는 상황"이라며 "전문성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K-운용'만의 차별화된 전략이 출현할 수 있도록 업계의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금융감독원도 펀드 운용규제 개선, 운용사 업무영역 확대 등을 적극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자본시장 선진화와 자산운용산업 발전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지속적으로 소통할 것을 약속했다. 특히 자산운용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펀드가입 절차 간소화 △외화표시 ETF 상장 허용 △장기적립식 채권형 상품에 세제상 혜택 부여 등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어 업계도 AI 기술을 활용한 운용 효율성 제고, 과도한 ETF 마케팅 자제 등 자정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했다.

이 원장은 "자산운용산업이 투자자 신뢰를 토대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달라"고 요청하면서 간담회에서 제시된 다양한 의견은 향후 감독·검사 업무에 충실하게 반영하겠다고 했다.

저작권자 © 뉴스저널리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