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자산운용 ci
KB자산운용 ci

ETF 시장에서 각축전이 벌어지면서 KB자산운용까지 보수 인하 행렬에 동참했다. 자산운용사들이 ETF 투자자를 끌어모으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가운데 KB자산운용이 메달권을 지켜나갈지 올해 행보가 주목된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날 KB자산운용은 미국 S&P500 지수를 따르는 ETF 3종 △RISE 미국 S&P500 △RISE 미국 S&P500(H) △RISE 미국 나스닥100의 보수를 모두 인하했다. 

RISE 미국 S&P500, RISE 미국 S&P500(H) 2종의 총보수는 기존 연 0.01%에서 연 0.0047%로 약 53% 내렸다. RISE 미국 나스닥100은 연 0.01%에서 연 0.0062%로 약 38% 인하했다. 이 3종의 운용보수는 0.0001%로 보수가 없는 수준에 가깝다.

커지는 ETF 시장 속에서 자산운용사들은 시장 점유를 위해 보수 인하를 동원하며 격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 6일 미래에셋자산운용은 TIGER 미국 대표지수 ETF 2종의 보수를 0.0068%로 파격 인하했다. 이어 7일 삼성자산운용이 곧바로 KODEX 미국대표지수 ETF 2종의 총보수를 0.0062%로 내렸다.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이 ETF 1, 2위 자리를 다투면서 '보수 전쟁'이 펼쳐졌다는 평가다. 

KB자산운용은 지난해 7월 리브랜딩 당시 미국 대표 지수를 포함한 글로벌 자산 ETF 13종의 총보수를 연 0.01%로 인하하면서 이미 기존 보수가 업계 최저 수준이었다. 약진하는 경쟁사들 사이에서 보수 인하 카드를 다시 꺼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두고 KB자산운용은 연금 투자자 상품 선택 폭을 넓히고 낮은 보수로 자산 증식을 꾀할 기회를 제공하려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KB자산운용 관계자는 "지금 보면 (인하 행렬에) 참전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전부터 인하를 준비하고 있었다"며 "연금 투자자들을 위한 해외상품을 활발히 출시할 예정으로 이번 미국 대표 지수 ETF 보수 인하도 그 일환"이라고 말했다.

이어 "연금과 장기 투자 분야에 집중해 연금투자 파트너가 되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보수 인하로 해당 ETF의 절대적인 수익 지표는 낮아질 수 있지만 그 부분은 감안하고 내린 결정"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리브랜딩 이후 눈에 띄는 성과를 보이지 못한 KB자산운용이 실적 부진을 돌파하기 위해 시동을 건 것으로 보고 있다.

KB자산운용은 한국투자신탁운용에서 김찬영 전 KB자산운용 ETF 본부장을 영입하고 지난해 7월 KBSTAR에서 RISE로 간판을 바꿔 올리며 리브랜딩을 단행했다. 일각에선 리브랜딩 전략이 오히려 역풍을 불러왔다는 시선이다.

리브랜딩으로 ETF 쇄신을 외쳤던 타 운용사들이 지주 브랜드와 통일성을 도모하는 전략을 취한 반면 RISE는 KB 이름과 브랜드 키워드 STAR까지 모두 변경하면서 지주 브랜드 네임밸류를 잃었다는 것이다. 'KB'를 달고 이용자들에게 얻는 신뢰도를 무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상품 경쟁력에도 아쉬운 목소리가 따라붙는다. 시장 트렌드 변화에 맞춰 발 빠르게 상품을 출시하거나 유망한 틈새시장을 발굴해 참신한 상품을 출시하는 등 분투하는 타 운용사 대비 이렇다 할 차별화된 상품을 내놓지 못했다는 평가다.

기업공시채널 KIND에 따르면 KB자산운용은 지난해 가장 많은 ETF를 상장 폐지했다. 지난해 17개를 폐지하고 올해 1월 △RISE 글로벌메타버스 △RISE 창업투자회사 △RISE KP달러채권액티브 3개 ETF를 추가 폐지했다.

현재 KB자산운용은 한국투자신탁운용과 3위 자리를 놓고 격돌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27일에는 한투운용이 일시적으로 KB자산운용을 앞서 3위를 차지하는 등 순위 점유가 위태로운 모습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B자산운용의 지난 1월 말 순자산가치총액은 14조3767억원으로 시장점유율은 7.9% 수준이다. 한투운용은 14조1138억원으로 점유율 7.7%를 기록하며 뒤를 바짝 따라붙고 있다. 일평균 거래대금에선 한투운용이 2203억원, KB운용이 1528억원으로 한투운용이 앞섰다.

KB자산운용은 올해 도약을 위해 단단히 신발 끈을 고쳐 매는 분위기다. 보수 인하 카드를 꺼내 들며 전환점을 맞이할 의도로 해석된다.

그 가운데 올해 KB자산운용은 ETF 수장이 바뀌었다. 새로 ETF를 이끄는 노아름 본부장은 기존에 ETF 운용실장을 맡았다. 노 본부장은 삼성자산운용 출신으로 인덱스 펀드와 해외주식형 상품 영역에 높은 전문성을 가진 전문가다.

ETF와 금융상품 실무 경험이 풍부한 노 본부장 지휘 아래 KB자산운용의 올해 청사진에도 시선이 쏠린다. 실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사임한 김찬영 전 ETF 본부장은 마케팅 전문가로 ETF 마케팅에 무게를 뒀던 것으로 알려졌다. 

KB자산운용 관계자는 "연금 계좌 등에서 노후 자금 투자에 나서는 개인투자자가 급속히 늘어나는 환경 변화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투자자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차별화된 ETF 상품 공급에 나설 계획이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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