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정부가 중국산 흑연에 대한 반덤핑 및 상계 관세 조사에 본격 착수하면서, 국내 배터리 업계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배터리 음극재의 핵심 원료인 흑연은 대부분 중국에 의존하고 있기에, 수입 규제가 강화된다면 원가 구조와 공급망 전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최근 중국산 흑연 음극재에 대해 반덤핑 및 상계 관세 부과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조사에 착수했다.
이번 조사는 미국 활성음극재생산자협회(AAAMP)가 지난해 12월 제기한 청원에 따른 조치다. 협회는 중국 흑연 업체들이 정부 보조금을 바탕으로 인위적으로 가격을 낮춰 미국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며, 불공정 무역 행위에 대한 공식 조사를 요청했다. 아울러 중국산 흑연에 대해 최대 92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현재 미국의 흑연 수입 관세율은 25%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실제로 고율 관세 부과로 이어질 경우, 미국 내에서 배터리를 생산 중인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등 국내 기업들이 직접적인 원가 압박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미시간주에 배터리 생산라인을 구축해 본격적인 양산에 나선 상태다. SK온도 조지아주에 독자적인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운영 중이며, 삼성SDI도 인디애나주에서 스텔란티스와 합작해 설립한 배터리 공장을 지난해 12월부터 가동하고 있다.
관세 부과가 현실화되면 배터리 제조비용 상승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흑연은 전체 전기차 배터리 원가의 약 10%를 차지하는 핵심 소재로, 고율의 수입세가 적용될 경우 기업들의 생산원가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여기에 미국 정부가 전기차 보조금 지급 요건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흑연까지 규제 대상에 포함되면, 국내 기업들 입장에선 원가 경쟁력 확보에 더욱 어려움을 겪게 되는 이중 악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흑연은 전기차 배터리 음극재의 핵심 구성 요소로, 현재 전 세계 공급망은 중국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리튬이온 배터리 음극에 실제로 사용되는 가공 흑연인 AAM(활성 음극재)의 경우, 중국이 전 세계 생산량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무엇보다 AAM은 고도의 정밀 가공과 품질 관리를 요구하는 소재로, 단기간에 중국 외 공급처를 확보하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배터리 업계의 부담이 크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을 포함한 국내 주요 배터리 업체들 역시 대부분의 음극재를 중국 제조업체로부터 수급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공급망 다변화 노력을 계속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중국산 소재를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라며 "특히 흑연은 단순한 원료 수입을 넘어 가공·정제 등 제련 공정까지 중국이 장악하고 있어, 공급망 전반을 중국 없이 구성하는 것은 사실상 쉽지 않다"라고 전했다.
이어 "중국산 흑연에 900%가 넘는 고율의 관세가 부과한다는 것은 사실상 수입을 막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라며 "당장 대체할 수 있는 대안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 업계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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