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삼성전자 사옥 전경. 사진=연합뉴스
SK하이닉스·삼성전자 사옥 전경. 사진=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반도체 수입에 대해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미국 수출 비중이 큰 국내 반도체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일 마이애미로 이동하는 전용기 내에서 기자들과 만나 "반도체 관세가 곧 시작될 것"이라며 "가까운 미래에 발표할 예정이며, 현재 검토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반도체가 미국 보호무역 기조의 핵심 타깃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상호관세 부과 방침을 발표하며 한국에 25% 관세를 매겼지만, 반도체는 목록에서 제외했다. 현재까지 미국은 한국산 반도체에 직접적인 관세를 적용하겠다는 구체적 조치는 발표하지 않았지만, 최근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강화되면서 관세 부과는 시간문제라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에선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반도체에도 품목별 관세가 적용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대미 수출 상위 품목인 메모리모듈과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는 이미 관세 목록에 오른 상태다.

반도체에 대한 관세가 본격화될 경우 국내 대표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직격탄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두 기업은 미국향 반도체 수출 비중이 높은 만큼, 고율의 관세가 부과되면 '가격 경쟁력 약화'와 '수출 물량 감소'를 겪을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물류비용과 세금 부담까지 겹치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전반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두 기업은 엔비디아를 비롯한 미국 고객사의 AI 반도체 수요 급증에 따라 HBM(고대역폭메모리) 생산 능력을 키워왔다는 점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관세로 인해 미국 내 AI 및 테크기업의 투자가 감소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AI 인프라 구축이 위축되면 고성능 GPU(그래픽카드) 수요가 줄어들며, 이는 엔비디아와 같은 반도체 설계 기업과 HBM을 납품하는 SK하이닉스·삼성전자의 실적 기대감도 같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 4일 엔비디아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7.36% 하락한 95.31달러에 장을 마쳤다.

이에 더해 최근 미국과 대만으로의 수출 비중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최근 몇 년 사이 대중국 반도체 수출 의존도는 낮아지고 있는 반면 미국과 대만으로의 수출 비중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중간 제조기지 역할을 하는 대만을 거쳐 엔비디아에 HBM을 공급하고 있어, 사실상 미국향 반도체 수출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이처럼 미국 시장 의존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발언은 국내 반도체 업계에 직접적인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 3일 발언 이후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등 반도체주 주가는 사흘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7일 SK하이닉스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9.55% 내린 16만4800원에 거래를 마무리했으며, 삼성전자도 5.17% 하락한 5만3200원에 장을 마쳤다.

한편 업계는 아직 구체적인 관세 부과 품목이나 시기가 확정되지 않은 만큼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큰 틀에서의 각국 상호관세가 발표된 것이기에 현재 단계에서 영향을 판단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라며 "향후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하고 영향을 분석해 대응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 역시 관세 영향이 본격화될 경우를 대비해 반도체를 포함한 업종별 지원 대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정부는 25% 관세 부과가 확정된 국내 자동차 산업에 3조원 규모의 긴급 정책금융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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