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회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신작'이 새해 첫 달을 6편의 신작으로 빛낸다. 여성국극과 인형극, 역사·고전을 비튼 창작뮤지컬, 사회문제를 다룬 무용 등 다채로운 작품들이 관객을 만난다.
26일 6편의 작품을 소개하는 1차 시기별 기자간담회가 서울 종로구 대학로예술극장에서 열렸다. 이날 간담회에는 오는 1월 인터파크 서경스퀘어, 대학로 SA HALL,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 등에서 공연될 '무명호걸', '당신을 배송합니다', '오셀로의 재심', '기존의 인형들 : 인형의 텍스트', '벼개가 된 사나히', '목련풍선' 등 6개 작품의 창작진이 참석해 각 작품을 소개했다.

창작뮤지컬 '무명호걸'은 조선을 구하려는 무명호걸들의 이야기를 유쾌하게 풀어낸 무협 판타지극이다. 1592년 임진왜란 당시 도요토미의 2번대 대장 가토 기요마사가 21일 만에 한양성에 도달한 역사적 사건을 모티프로 삼았다.
실제 역사와 달리 조선의 왕이 목이 베인 설정에서 출발해 주인공들이 시공을 초월해 과거로 돌아가 역사를 바꾸고 조선을 지켜내는 이야기를 담았다.
'무명호걸'의 이규린 총괄 프로듀서는 "주인공들은 많이 알려진 영웅을 의미하지 않고 작품은 무명의 영웅, 시민, 서민들이 난세에 무언가를 지켜낸 것처럼 모두가 힘을 합쳐 나라를 지키는 데 일조한 이야기"라며 "'무명호걸'은 이름이 남겨지지 않은 사람들도 모두 삶의 가치가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극"이라고 강조했다.

무용 '당신을 배송합니다'는 코로나19 시기 2년 반 동안 새벽 물류 배송자로 일했던 백주희 안무가의 경험을 모티브로 배송 노동자가 '빠른 배송'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치열한 하루를 그려낸 작품이다.
백 안무가 설명에 따르면 '당신을 배송합니다'는 물건이 아닌 사람을 배송한다는 의인화에서 출발했다. 영화 '다음 소희'의 "힘든 일을 하면 존중받으면 좋을 텐데, 그런 일을 한다고 더 무시해. 아무도 신경 안 써"라는 대사를 주제 의식으로 삼았으며, 궁극적 주제는 '사람 존중의 가치는 어디서 그리고 누구에게서 오는가'이다.
백 안무가는 "어떤 일을 하던 사회 구성원으로서 맡은 바 책임을 다하는 이들은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할 가치가 있다"며 "이 작품의 경우 2년 반 동안 새벽 물류 배송자로 일하면서 겪었던 여러 가지 에피소드, 배송자와 나눈 이야기를 어둡게 풀기보다는 밝고 풍자적이고 해학적으로 풀어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창작뮤지컬 '오셀로의 재심'의 박새봄 작가는 권력자의 과오가 낭만적으로 해석되는 고전 해석을 뒤집었다. '오셀로의 재심'은 셰익스피어의 고전 '오셀로'를 재해석한 작품으로 원작의 비극적 사건을 단순히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데스데모나를 죽인 오셀로가 신화 속 복수의 여신들이 주관하는 '에리니에스 특별법정'에서 재심받는 독창적인 설정을 추가한 작품이다.
박 작가는 "'오셀로의 비극이 낭만적으로 여겨져도 되는가'라는 문제의식으로 만든 작품"이라며 "희생자로만 그려졌던 데스데모나에게 '오셀로'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해 스피커(목소리)를 주고 데스데모나의 시선으로 사건을 재해석한다"고 강조했다.

연극 '기존의 인형들 : 인형의 텍스트'의 이지형 연출은 2018년 초연으로 매번 다른 창작자들과 새로운 '기존의 인형들'을 선보였다. 이 연출의 설명에 따르면 '기존의 인형들'은 보통 공연과 다르게 본 공연 시작 전에 인형을 던져 놓으면서 시작한다. 창작자들은 인형에 대한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이 연출이 제안하는 '개선된 인형'과 매뉴얼에 따라 장면을 구상하고 상상하게 된다.

이 연출은 "개선된 인형은 지속 가능한 인형으로 재조립이 가능한 형태"라며 "인간 배우가 다양한 역할 수행하는 것처럼 인형도 다양한 역할로 여러 무대에 오르는 것을 의미한다"고 소개했다.
이 연출은 그동안 선보인 '기존의 인형들'과 차이점에 대해 "구성과 콘셉트를 담당했던 인형 작업자가 세 편의 단막극의 연출로 들어왔다"며 "세 편의 독립된 단막극이 하나의 공연으로 엮기 위한 감각적인 시도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극 '벼개가 된 사나히'는 남역 배우를 꿈꾸며 여성국극단에 입단한 '소년'의 여정을 통해 여성국극의 전통적인 젠더 수행을 교란하고 전복시키는 작품이다.
'벼개가 된 사나히'의 작창을 맡은 여성국극제작소 박수빈 대표는 "50년 만에 연극계 창작자들과 협업해 여성국극의 다양한 요소 중 연극적 요소를 전면으로 내세운 작품이라 큰 의미가 있다"며 "여성 국극의 젠더 수행을 다양하게 변주하면서 기존의 편견을 뒤흔들고, 무너뜨리는 작품"이라고 역설했다.
이번 '벼개가 된 사나히'는 기존의 여성 국극과 음악 부분에서 다른 점을 가지고 있다. 박 대표는 "기존의 여성 국극은 전통 악기를 한 8개 이상을 사용한 음악을 라이브로만 하는 게 특징"이라며 "이번 작품에서는 전통 악기 3개와 함께 신시사이저, 미디 등을 활용해 현대적으로 다양하게 해석하고 있다"고 전했다.

연극 '목련풍선'은 화학공장 인근 마을의 가장 외딴집을 배경으로 도처에 흐르는 다양한 죽음을 환기하며 끈질긴 애도의 의지를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배해률 작가는 "누군가 목령 꽃잎으로 풍선을 부는 법을 가르쳐 준 적이 있는데 누구였는지 좀처럼 기억나지 않았다"며 "이 일이 계기가 돼 당연히 기억할 수 있는 것, 기억해야만 하는 것들을 잊어버린 순간들을 반추하면서 이야기를 짓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목련 꽃잎에 바람을 불어넣는 행위가 먼저 떠난 이들을 되살리는 일과 닮았다"며 "애도와 위로의 순간을 무대와 극장에서 관객들과 나누고 싶은 바람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창작산실의 6개 작품은 동시대의 다양한 문제의식을 담아내 각자의 방식으로 새로운 시도를 선보인다. 장르의 경계를 넘어선 작품, 움직임으로 풀어낸 사회 현상, 고전의 현대적 재해석, 인간 중심 공연에서 벗어난 형식의 해체, 소수자가 소외·대상화되는 예술에 문제제기, 현실적 문제를 시적 언어로 승화한 무대까지 풍성하다. 다채로운 이야기로 새해 공연계의 시작을 알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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