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준 농협금융지주 회장을 비롯한 농협금융그룹 내부에 인사태풍이 예상된다. 일각에선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에게는 이미 사표를 제출하라는 요구가 나왔다는 뒷말도 나왔다. 이석용 농협은행장도 사실상 연임이 불가하다는 평가다. 

11일 농협금융그룹 안팎 관측을 종합하면 강호동 농협중앙회장 측근 중심의 인사가 나올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강 회장의 인사권 행사를 저지했던 이석준 회장과 금융감독원이 이번 계엄 사태로 더이상 힘을 쓰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강 회장은 최근 서국동 NH농협손해보험, 오세윤 NH저축은행, 이현애 NH선물 대표 등 계열사 CEO들에게 사표 제출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석준 회장과 이석용 행장의 연말 임기 종료를 앞두고 사전 정리를 한다는 해석이 강하다. 

농협 안팎에서는 이 회장과 이 행장의 연임이 사실상 불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행장은 이성희 전 중앙회장이 발탁한 인물이고, 올해 농협은행에서 발발한 금융사고도 교체 '명분'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강 회장은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측근 보은 인사에 대해 "마음을 나눈 분들"이라며 추가 인사권 행사를 시사하기도 했다. 

이 행장 후임 후보로는 강 회장 측근들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강태영 NH농협캐피탈 부사장과 강신노 농협은행 리스크관리부무 부행장, 최영식 농협은행 기업금융부문 부행장 등 경남 출신들이 중심이다. 

이 회장 거취도 불분명해졌다. 당초 금융그룹 회장과 농협은행장을 한번에 교체하기에는 강 회장으로서도 부담일 거라는 평가가 나왔으나 최근 계엄 사태와 탄핵 여론이 강해지면서 부담을 덜어낸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윤 대통령 대선 캠프 1호 영입인사로 분류된다. 지금껏 강 회장보다 가까이서 윤 대통령 의전을 했다는 후문이다. 강 회장 입장에서 더이상 이 회장 눈치를 볼 필요가 없어졌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업권 안팎에서는 강 회장과 이 회장의 갈등이 올해 초부터 쭉 이어졌다는 시선도 있다. 올해 초 강 회장은 당선 후 NH투자증권 대표직 인사 개입을 시도했으나, 당시 이 회장과 금융감독원의 반대 의견을 수용하는 형태로 마무리됐다. 하지만 이 회장 임기가 올해 말까지인 만큼 강 회장이 금융그룹 회장 인사 교체를 노릴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농협중앙회를 주시하던 금융감독원의 개입도 힘을 잃은 것으로 감지된다. 윤 정부 존립 자체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이복현 원장의 영향력도 자연스럽게 축소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미 지난 10월 발표된 농협금융지주 수시검사 결과에서도 인사 개입에 대한 절차적 개선을 요구하는 데 그쳤다는 점이 이런 예상에 설득력을 더한다. 설상가상 이복혁 금감원장의 임기는 약 6개월 남았다.

농협중앙회는 이미 임원 인사를 진행 중이다. 강 회장의 사실상 첫 정기인사로 중앙회와 경제지주 임원 인사를 단행했고 금융지주 부사장에 황종연 충북본부장을 선임했다. NH농협생명과 NH농협손해보험에도 중앙회 인사들을 부사장에 배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