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 농협중앙회장. 사진=농협중앙회.
강호동 농협중앙회장. 사진=농협중앙회.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최근 금융계열사에 성과급 절반 삭감을 지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내부에선 경악에 가까운 목소리가 감지된다. 임원 연봉은 오히려 상승하는 노선으로 잡혔는데 직원 성과급을 삭감하는 것이 타당하느냐는 지적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강 회장은 최근 농협중앙회를 포함해 농협금융지주·NH농협은행·농협생명·농협손보·저축은행 등 금융계열사에 직원 성과급을 전년 대비 50% 삭감하라고 지시했다.

'업황 악화'를 이유로 이런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는데 내부에선 명분이 부족하다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실제로 삭감 대상에 포함된 농협금융은 올해 3분기 2조3151억원의 누적 순이익을 내면서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같은 기간 농협은행도 1조5651억원으로 전년 대비 3.2%증가한 순이익을 기록했다. 농협생명과 손해보험도 전년 대비 큰 폭으로 실적 성장을 이뤘다. 농협생명은 37.1%, 손해보험은 59.7% 급상승했다.

농협 금융계열사의 호실적이 이어진 만큼 '고통 분담'이라는 목적에 의문스러운 시선이 따라붙는다. 계열사 직원들의 성과급은 절반으로 깎는 반면 임원 연봉은 오른다는 주장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강 회장은 올해 연봉으로 농협중앙회에서 3억1800만원과 농민신문사에서 1억9100만원을 받는다. 내년 연봉은 각각 3억9000만원과 4억원으로 상향될 예정이다.

당장 농협 내부를 포함해 금융업계 전반에서도 냉랭한 반응이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중앙회장이라고 해도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직원 성과급 삭감에 임원 성과급은 그대로여도 반발이 심할 텐데 임원 성과급은 오히려 오른다는 건 문제 될 여지가 많다"고 꼬집었다. 이어 "열심히 일한 직원들을 전혀 존중하지 않은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한 상호금융업계 관계자도 "경제지주같은 유통회사도 아니고 실적 좋은 금융 법인 성과급을 깎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고개를 저었다.

직원들의 사기가 크게 떨어지면서 인력 이탈이 우려된다는 예상도 있다. 직원 급여를 줄여 임원들이 나눠 갖는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역대 최대 실적을 냈는데도 성과급이 삭감된다면 사내 분위기가 어떨지 짐작도 가지 않는다"며 "아무리 경기 불황이라지만 과도한 처사"라고 평했다.

또 다른 농협 관계자는 "임원 연봉은 오르고 직원 성과급은 줄인다는 것은 구시대적 발상"이라며 "판관비 절감 차원이라고 해도 비상식적"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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