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이 '깜짝 인사'를 발표했다. 안정보다 쇄신에 무게를 둔 인사로 임기만료를 앞둔 다른 은행의 인사 향방에도 관심이 모인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는 지난달 29일 차기 우리은행장 후보에 정진완 중소기업그룹 부행장을 단독 선정했다. 앞서 이환주 KB라이프생명 대표는 KB국민은행장 단독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금융권에서는 '의외의 인사'라는 평가가 나왔다. 예상 후보군에는 국내 영업부문, 내부통제 담당 인원도 포함돼 있었다. 정진완 후보는 1968년생으로 후보로 거론된 인물 중 가장 어린 나이다. 부행장 경력도 1년 미만이다.
KB국민은행장 인사도 마찬가지다. 그간 국민은행장은 부행장이 맡았다. 비은행 계열사 최고경영자(CEO)가 행장 자리에 오르게 되는 건 최초다.
이는 각 은행이 가장 필요한 부분에 힘을 주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우리은행은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취임 이후 줄곧 '기업금융 명가 재건'을 목표로 삼았다.
실제로 정진완 후보도 단독 후보 발표 직후 출근길 취재진과 만나 기업금융 영업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전체 경력 30년 중 26년을 영업점에서 보낸 만큼 실무에 자신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KB금융은 은행과 비은행 강화를 중요시했다는 평가다. KB금융은 올해 3분기 실적 내 비은행 기여도가 44%로 이환주 후보는 KB라이프생명뿐만 아니라 KB증권, KB국민카드 이사를 역임했다.
양종희 KB금융 회장이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도 함께 나온다.
양종희 회장 부임 이후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은 1년 임기를 추가로 받았다. 다만 이는 윤종규 KB금융 전 회장의 지원사격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윤 전 회장은 용퇴를 앞두고 "제가 취임할 당시 은행 CEO로 뒷받침해 줄 사람이 없어 행장을 겸임하며 은행 정상화를 할 수밖에 없었는데 양종희 내정자는 이재근 행장이라는 든든한 버팀목이 있어 저보다 수월할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에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은행 중 아직 행장 인사를 진행하지 않은 신한은행과 하나은행도 인사에서 의외의 결과를 보여줄지 관심이 모인다.
먼저 정상혁 신한은행장과 이승열 하나은행장은 연임이 유력하게 점쳐진다. 지주 회장이 바뀌지 않았고 내부통제와 실적 등에서 이렇다 할 문제가 없어서다.
올해 3분기 신한은행 누적 순이익은 3조1028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신한은행의 2030년 목표는 해외법인 순익비중 40% 돌파다. 올해 3분기 누적 해외법인 순익은 4343억원으로 약 14%에 달한다.
디지털 성과도 긍정적이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18일 'AI브랜치' 점포를 선보였다. 진옥동 신한지주 회장이 행장 시절 선보인 '다지로그 브랜치'를 잇는 미래형 점포다.
진 회장은 직접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 참석하는 등 디지털 전환 및 기술 발전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신한금융 디지털 앱 이용 고객도 지난해 2130만명에서 올해 3분기 2272만명으로 늘었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12월 '신한 슈퍼SOL'을 출시해 운영 중이다.
이승열 하나은행장은 지난 3월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강성묵 하나증권 회장과 함께 하나금융 사내이사에도 이름을 올렸다.
이는 김정태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 방식과도 닮았다. 김 전 회장은 2018년 단독 사내이사 재편 전까지 함 회장, 김병호 베트남HD은행 회장과 함께 사내이사직을 맡았다.
사실상 경영 능력 평가를 위한 절차로 볼 수 있다. 4대 금융지주 중 이사회에 사내이사 3인이 참여하는 곳은 하나금융이 유일하다.
그 가운데 하나은행의 실적도 청신호다. 하나은행의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 2조7808억원으로 은행 순익 2위에 안착했다.
반면 NH농협은행장은 교체가 유력한 것으로 관측된다. 순이익 자체는 늘었으나 이석용 농협은행장 취임 후 내부통제 관련 사고가 여러 차례 벌어진 탓이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새로이 취임한 점도 농협은행장 교체가 예상되는 이유 중 하나다. 금융당국이 농협중앙회 지배구조를 손보겠다고 밝혔으나 농협금융지주가 중앙회의 100% 자회사인 만큼 인사 칼날을 피할 수 없으리란 뒷말이 나온다.
한편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승열 하나은행장, 이석용 NH농협은행장은 모두 올해 말 임기 만료를 맞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