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폴란드 출신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프레데리크 쇼팽(Frederic Chopin, 1810~1849)이 20대 초에 쓴 것으로 추정되는 왈츠 악보가 약 200년 만에 뉴욕 내 박물관에서 발견됐다고 현지시간 27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악보는 올해 늦봄,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모건 라이브러리 앤드 뮤지엄'에서 로빈슨 매클렐런 작곡가 겸 음악 담당 학예사가 수장고에서 발견했다.

해당 악보는 수장고 내 최근 입수된 수장품 목록에 '아이템 147호'로 담겨 있었으며, 눌린 자국이 곳곳에 남은 가로 13cm, 세로 10cm가량의 크기였다. 악보는 상단 중앙에 'Chopin'이라는 이름과 왼쪽 상단의 'Valse'(프랑스어로 '왈츠')라는 문구가 필기체로 적혀 있었다.

악보는 필체와 조그맣고 깔끔하게 적힌 음표 형태, 독특한 낮은음자리표 모양이 모두 쇼팽의 필적과 닮아 있으며, 매클렐런은 자신이 모르던 해당 악보의 사진을 찍어 쇼팽 연구의 권위자인 제프리 칼버그 펜실베이니아대학교 교수에게 보냈다.

칼버그 교수도 원고를 확인한 후 처음 보는 곡이라고 답했으며, 모건 박물관 측은 악보의 종이와 잉크 재질, 필적, 작곡 양식 등을 각 분야 전문가에게 감정 의뢰한 결과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쇼팽의 자필 악보가 맞다는 결론을 내렸다.

쇼팽이 작곡한 왈츠곡 중 쇼팽이 사망하기 전 출판된 것은 8곡뿐이며, 쇼팽의 왈츠에 붙은 번호는 모두 후대에 붙인 것이다. 1번부터 20번까지의 왈츠 중 '20번'은 쇼팽 작품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으며, '17번'도 진위 의혹이 있다. 편지 등을 통해 쇼팽이 생전 18개의 왈츠 외에도 10여 곡 등을 더 작곡한 것으로 확인되지만 현존하는 악보는 없다.

새로 발견된 쇼팽의 가 단조 왈츠는 완성된 하나의 곡으로, 쇼팽이 20대 초반이던 1830~1835년 작곡된 것으로 추정되며, 악보 종이와 잉크 재질 분석 결과 당시 쇼팽이 쓰던 것과 일치한다. 곡은 반복이 포함된 48마디의 짧은 길이로, 연주 시간이 약 80초가량에 불과하다. 해당 곡은 앞부분에 '포르테(f, 강하게)'를 세 번 겹쳐 쓴 포르티시시모(fff)가 등장하는 점이 특징이다.

NYT는 해당 곡을 중국 출신 세계적 피아니스트 랑랑에게 의뢰해 맨해튼의 스타인웨이 홀에서 녹음해 기사와 함께 공개했다. 랑랑은 "곡의 거친 도입부가 폴란드 시골의 엄혹한 겨울을 떠올리게 한다"며 "쇼팽이 쓴 가장 복잡한 곡은 아니지만,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쇼팽다운 스타일의 곡 중 하나"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