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형 케이뱅크 은행장이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박지혜 기자.
최우형 케이뱅크 은행장이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박지혜 기자.

올 하반기 기업공개(IPO) 최대어로 불린 케이뱅크가 돌연 상장을 철회했다. 추후 상장 도전을 언급해 사실상의 '삼수'를 예고한 터라 그 가능성을 놓고는 의문부호를 붙이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8일 케이뱅크는 상장 철회 내용을 담은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케이뱅크는 "기관투자자 수요 예측 결과에서 충분한 수요를 확인하지 못해 공모 철회를 결정했다"고 청약 전면 취소 배경을 설명했다. 케이뱅크는 공모 구조를 바꿔 내년 1월에 다시 상장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미 케이뱅크는 지난해 2월 한차례 상장을 철회했다. 당시에도 코로나19 영향에 따른 시장 분위기 침체를 철회 이유로 들었다.

케이뱅크는 이번 기관투자자 수요 예측의 실패 원인으로 공모 물량이 너무 많았다는 것과 국내 증시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점을 꼽은 것으로 파악된다.

관련 업계 목소리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가장 먼저 이미 불안요소로 수차례 지목된 '업비트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았다는 평가다. 케이뱅크가 타 인터넷은행보다 앞선다고 자신하는 '성장세'도 업비트를 등에 업고 이뤄냈다는 의견이 지배적인데 이는 '상장 도전' 시기부터 나온 뒷말이어서 사실상 달라진 게 없다.

사진=박지혜 기자.
사진=박지혜 기자.

특히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케이뱅크의 총예금 중 업비트 예금 비율은 17%에 달한다. 이에 국정감사에서는 케이뱅크와 업비트를 두고 '뱅크런' 우려까지 제기됐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IPO 과정에서 투자자들에게 리스크가 적절히 공시됐는지 검토해 보겠다"고 주시했다.

게다가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에 따라 업비트 예치금 이자율이 연 0.1%에서 2.1%로 급격히 증가하면서 케이뱅크의 이자 비용이 급격히 늘어난 것도 투자자 불안을 더하는 지점으로 주목된다.

최우형 케이뱅크 은행장이 지난 15일 IPO 기자간담회에서 "업비트와 제휴를 유지하면서도 다른 비즈니스 협력도 강화해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고 있다"고 일축했지만 시장 반응은 미온적이다.

여기에 더해 수요예측 실패에 가장 큰 원인으로 대두되는 것은 케이뱅크의 '몸값'이 부풀려졌다는 분석이다.

케이뱅크는 카카오뱅크, 일본 SBI스미신넷뱅크, 미국 뱅코프를 비교기업으로 두고 이들의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로 기업가치를 책정했다. 이렇게 책정된 PBR인 2.56배는 현재 카카오뱅크 PBR 1.6배를 가뿐히 뛰어넘는 수치다.

공모가 역시 과도한 수준이었다고 업계는 입을 모았다. 당초 케이뱅크의 공모 희망 밴드는 9500원~1만2000원이었다. 그런와중에 "공모가 하단조차도 지키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케이뱅크의 상장 철회 의사 전부터 시장 일각에서 흘러나왔다.

일각에선 케이뱅크와 기관투자자 간의 '시각 차이'가 컸다고 꼬집었다.

IB업계에 따르면 싱가포르를 비롯한 외국인 기관 투자자들은 케이뱅크가 7000원 선까지 공모가를 내리길 원했다. 이에 케이뱅크와 상장 주관사 측은 8500원까지 공모가를 하향하는 방안을 국내 기관투자자들에게 제시했으나 일부 기관투자자들은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공모주 중 절반이 구주매출인 데다가 상장 직후 유통가능물량이 37%에 육박한다는 것도 투자자들을 사로잡지 못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결국 시장의 이런 반응을 종합하면 이런 상황에서 케이뱅크가 내년 1월 '삼수' 상장을 추진하더라도 지금의 공모 밴드를 지키긴 어렵다는 데 의견이 모인다.

투자 심리가 돌아선 이유는 케이뱅크의 향후 방향성에도 있다.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 기조에 따라 케이뱅크 성장 전략 한계점을 짚는 시선이 나온다. 최 행장은 이에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위한 대출 영역을 넓힐 것"이라며 "내년에는 법인 소기업과 중소기업으로도 대출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이 향후 성장 전략으로 중소기업 소상공인 대출을 제시하는 방안에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기준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이 상승하면서 신규 연체 발생액도 증가하고 있다. 연체율의 상승세를 견인하는 것은 중소기업대출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대출 연체율은 전월과 같은 수준을 유지한 반면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전월대비 0.11%p 증가했다.

사진=금융감독원.
사진=금융감독원.

경기가 아직 상승기에 들어서지 못한 상황이며 상대적으로 대기업보다 경기에 민감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한 대출로 성장을 도모하겠다는 계획은 '허점투성이'라는 지적이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경기가 고꾸라지면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게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라며 "대출금리 인하 영향이 있겠지만 성장을 두고 중소기업 대출을 논한 건 다소 걱정되는 부분"이라고 꼬집었다.

다른 금융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뱅크 상장 같은 경우가 오히려 이례적"이라며 "높은 밸류를 인정받기엔 은행 관점에서 봤을 때 케이뱅크의 밸류가 솔직히 부족하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인터넷은행들의 단적인 실적을 생각하면 앞으로의 잠재력을 긍정적으로 속단하긴 어렵다"며 "상장 철회로 투자자들의 신뢰도를 잃은 것은 아니지만 좋은 상황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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