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가 또 다시 기업공개(IPO)를 철회했다. 2022년에 이어 두 번째다. 

케이뱅크는 이번 상장실패 원인을 '물량' 탓으로 돌렸다. 공모 물량이 너무 많아 자신들이 원하는 수요를 다 채우지 못했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경영진들에게도 해당 내용으로 보고가 올라간 것으로 파악됐다. 2년 전에는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며 시장 탓으로 돌렸다.

투자자들의 시각은 다르다. 비트코인 가격에 좌우되는 은행, 경기 하강기에 중소기업대출을 강화하겠다는 은행에 투자를 하기에 주당 8500원도 비싸단 얘기다. 쉽게 보면 기관이 7000원으로 흥정을 시도했으나 케이뱅크가 "그 가격엔 안 판다"가 된 꼴인데, 기관도 8500원엔 사겠다는 곳이 없으니 충분한 주문 물량이 없었던 거다. 

케이뱅크 입장도 이해는 된다. 프리IPO를 통해 자금을 조달한 재무적투자자(FI)들의 눈치를 안 볼 수 없었을 것이다. MBK파트너스나 베인캐피탈 등 구주매출을 계획했던 FI들은 그들이 원하던 수준의 수익이 있었을 것이다. 기관들이 원했던 7000원으로는 FI들의 눈높이를 맞출 수 없었을 것이다. 드래그얼롱이 걸린 BC카드도 속이 타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케이뱅크는 국내 최초 인터넷은행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박근혜 정부 시절 2015년 카카오뱅크와 함께 예비인가됐고, 2017년 4월 처음으로 출범했다. 출범 당시 정부가 주도하기도 했고, 주주 구성이 복잡해 정체성이 모호했던 은행이다.

중요한 건 은터넷은행도 은행이라는 지점이다. 아무리 실적이 좋아도 아파트 담보 갈아타기로 실적이 요동치는 은행, 기업금융도 대기업 없이 중소기업 금융 중심의 수익모델이라면 반쪽짜리라는 게 시장의 평가다. 

시장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인터넷은행이 더이상 공모시장에서 블루칩 역할을 하기가 어렵다는 얘기가 나온다. 카카오뱅크는 2021년 8월6일 상장, 주당 5만3700원으로 출발했다. 2022년 1월 5만1100원으로 떨어진 뒤 여전히 공모가 수준으로 회복을 못하고 있다. 그만큼 물린 소액주주들이 많다는 얘기로도 해석된다.

케이뱅크가 눈높이를 낮췄다고는 하지만, 공모 후 자기자본 기준 PBR은 1.7~2.05배 정도가 적용됐다. 카카오뱅크의 상반기 기준 PBR이 1.65배이고, KB금융 PBR이 0.62배라는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눈이 높다.  

투자업계에서는 상장을 준비하는 비바리퍼블리카(토스)에도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기업가치가 예전같지 않은 상황에서 케이뱅크마저도 IPO가 순조롭지 못하다 보니 우려를 떠안은 모습이다. 다만 비바리퍼블리카는 프리IPO로 조달한 자금이 없고, 은행 외 사업모델이 포함된 기업이라 케이뱅크 사례와는 차별점을 두고 있다. 비바리퍼블리카 내부에서는 "우리 할 일 착실히 열심히 하자"는 분위기가 주를 이루는 것으로 보인다. 

은행원들은 은행업 본질이 신뢰와 소통에 있다고 말한다. 비바리퍼블리카와 계열사들은 유난스러울 정도로 고객과 주주간 소통을 강조하고 있다. 케이뱅크를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은 다르다. 똑같은 우려와 의문을 던져도 "문제 없다"고 돌파하다 결국 두 번째로 상장을 철회했다. 

다시, 인터넷은행도 결국 은행이다. 은행만큼 소통을 했는지, 그만큼 개인과 기업, 기관들과도 충분한 소통을 했는지 돌이켜볼 필요도 있다. 케이뱅크는 지난 9월 생활통장 금리도 1년 만에 2.00%에서 0.10%로 대폭 축소했다. IPO도 두 번 고배를 마시면서 자본시장 내 신뢰도 흔들리고 있다. 당장의 성과보다 은행업 펀더멘탈을 제고해야 하고, 소통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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