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뉴스저널리즘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뉴스저널리즘

가계부채 관리를 두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메시지가 엇갈리며 은행과 소비자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당국이 명확한 가이드라인 없이 은행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복현 금감원장이 은행장들을 만나는 가운데 관련 발언의 방향도 주목되고 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10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은행회관에서 주요 은행장들과 만나 간담회를 연다. 

금융권은 이 원장이 이번 간담회에서 가계부채 관리에 대해 어떤 메시지를 던질지 주목하고 있다. 그간 은행을 향한 이 원장 발언이 일관되지 않았던 탓이다. 

은행권이 우대금리 축소·주담대 금리 상향 등 가계대출 관리 방안을 내놓자 이 원장은 "손 쉬운 방법"이라며 "개입을 세게 해야 하지 않을까"라며 발언 강도를 높였다. 이에 은행들은 즉각 1주택자 주담대 대출과 전세대출을 조건부 중단했는데, 은행들의 금리 정책이 시시각각 바뀌자 실수요자 사이에서 혼란이 가중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이 원장은 다시금 "가계대출 관리 추세가 늦어지더라도 실수요자에 부담을 주지 않는 쪽으로 흐름을 관리할 것"이라며 진정에 나섰다.

그러나 지난 6일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증가하는 가계대출의 고삐를 바로잡아야 거시경제와 주택시장이 안정될 수 있고, 결과적으로 국민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며 "가계대출을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하지만, 정부가 획일적으로 통제하기보다는 개별 금융회사가 리스크 수준, 차주의 특성 등을 스스로 평가해 투기적 수요를 제한하는 등 상황에 맞게 관리해 나가는 게 바람직하다"며 은행권 자율적 관리 방침을 강조했다. 

금융당국의 발언이 시시각각 바뀌면서 은행과 소비자들의 혼란은 여전하다. 정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금융권에서도 "해도 해도 너무 한다"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명확한 가이드라인 없이 은행권 자율에 맡기는 방식으로 가계대출 책임을 떠넘기려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자를 높이면 이자장사한다고 비판하고, 금리를 낮추면 레버리지 투자를 조장한다고 제재를 가하는 식"이라며 "관치금융 탓에 주담대 금리와 시장금리 갭이 커져서 소비자들이 혼란을 겪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한 쪽은 알아서 하라고 하고, 다른 쪽은 실수요자 보호를 하라고 하는데 실수요자에 대해 명확히 정해진 가이드라인도 없다"며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은행권은 10일 간담회에서 나올 이 원장 발언 강도에 따라 정책 기조를 정할 방침이다. 짧은 기간 내 시중은행과 인터넷은행, 보험사까지 금융당국 기조에 맞춰 우후죽순 정책을 쏟아내다 보니 은행연과 당국 차원에서 의견 조율이 나오길 기대하는 눈치다.

다만, 이번에는 이 원장의 특별한 메시지가 없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상위 기관인 금융위에서 은행권 자율적 관리 방침을 강조한 만큼 이번 간담회에서는 주로 은행장들의 목소리를 듣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위에서 은행 자율에 맡긴 만큼 이 원장도 금융위 입장에 맞출 것"이라며 "당부 수준의 메시지에서 그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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