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증권업계를 향해 투자자 보호를 주문하며 증권사들에 공매도 전산 시스템 구축을 당부했다. 내년 공매도 재개를 앞두고 준비에 만전을 기하는 모양새다.
김 위원장은 29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증권업계 CEO들과 간담회를 열고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김 위원장은 증권사들에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안착·기업금융(IB) 활성화·선제적인 부동산 PF 리스크 관리·투자자 보호를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투자자 보호 문제를 다시 한번 강조하고자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김 위원장은 "그간 투자자 신뢰 회복을 위해 노력해왔으나 불법 공매도, 불완전판매 등 신뢰를 저해하는 사건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했다"며 "정부는 불공정 문제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으로 엄정하게 대응해나갈 것"이라 밝혔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11월부터 공매도를 전면 금지했다.
국내 증시에서 무차입 공매도가 성행해 피해를 입는 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시행된 조치다.
무차입 공매도는 존재하지 않는 주식을 미리 판매하는 행위다. 없는 주식을 대여해 일단 판매한 후 결제일이 다가오기 전 장내에서 다시 매수해 대여자에게 돌려주는 과정에서 차익을 얻는다.
정부는 무차입 공매도가 시장 혼란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해 엄중히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당초 공매도 금지 조치는 지난 6월 말까지 시행 예정이었으나 공매도 중앙점검 시스템(NSDS) 구축이 마무리되는 내년 3월까지 연장됐다.
금융당국은 정부와 함께 공매도가 재개되기 전까지 불법 공매도를 방지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는 분위기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지난 21일 공매도 내부통제 및 기관 내 잔고관리 시스템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행정지도를 시행했다.
해당 가이드라인은 내부통제와 시스템 구축을 주요 쟁점으로 삼았다. 내부통제에 관해서는 △공매도 거래 전반 통제 부서 및 감사부서 지정 △주문 전 법적 타당성 점검 및 거래 승인절차 도입 △정기 점검·위반자 조치 및 재발 방지 대책 강구 등을 고지했다.
시스템 구축에 관해선 △주식별 매도가능잔고 실시간 산출 △매도가능잔고 초과 매도는 잔고 확보 전까지 차단 △잔고 산정은 원칙적으로 시스템 산정만 허용되며 추가적 잔고 변경 시 상급자 승인·점검 필요 등을 안내했다.
제도적 움직임도 시작됐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 28일 전체회의에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해당 개정안은 불법 공매도 적발 시 불공정거래와 동일하게 부당 이득에 비례해 징역을 가중하도록 했다. 더불어 불법 공매도와 불공정거래의 벌금 수위를 높이는 등 규제를 강화했다.
공매도 전산 시스템도 의무화될 예정이다. 차입 공매도를 진행하는 법인은 전산 시스템을 구축하고 내부 통제 기준을 정확히 하도록 했다. 무차입 공매도 방지 대책 역시 의무화됐다.
개정안은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 회의 통과 후 시행될 예정이다.
공매도가 재개되면 일시적으로 시장 충격이 있을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국내 증시를 더욱 활성화하고 건전성 유지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6월 불발됐던 글로벌 대표 지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지수' 편입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재 시행 중인 공매도 금지 조치는 한국이 MSCI 선진지수 편입에 실패한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제도 개선 후 공매도가 재개되고, 정부 주도로 진행 중인 밸류업 프로그램에 힘입어 국내 증시의 건전성이 제고되면 MSCI 선진지수 편입뿐만 아니라 나아가 자본시장 선진화라는 목표에도 도달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 위원장은 "불법 공매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공매도 관련 법안이 정무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며 "증권사들도 공매도 전산 시스템 구축 등 제도 개선 방안의 이행 준비를 차질 없이 해달라"고 주문했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공매도 전산 시스템 구축에 무거운 책임을 부여받은 셈"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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