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계 영국인 피아니스트 제이슨 길럼. 사진 = 제이슨 길럼 인스타그램.
호주계 영국인 피아니스트 제이슨 길럼. 사진 = 제이슨 길럼 인스타그램.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호주계 영국인 피아니스트 제이슨 길럼이 지난 12일 호주 멜버른에서 연 독주회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의 전쟁과 관련해 이스라엘을 비판했다가 공연을 취소당하는 불이익을 받았다고 현지시각 27일 보도했다.

길럼은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지난 12일 독주회 당시 당초 연주 프로그램에 없던 작곡가 코너 디데토의 '목격자(Witness)'를 올렸다. 그는 연주 전 해당 곡을 가자지구에서 목숨을 잃은 기자들을 위한 곡이라 소개하며 "지난 10개월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100명이 넘는 팔레스타인 기자들의 목숨을 앗아갔다"고 비판했다.

이어 "기자를 살해하는 것은 국제법상 전쟁범죄"라며 "이는 (기자들이) 전쟁 범죄를 기록하고 전 세계에 알리는 것을 막기 위해 벌인 일"이라고 덧붙였다.

해당 공연 다음날, 독주회를 주최한 멜버른 교향악단은 길럼이 '개인적인 정치적 견해'를 연주회에 개입시키는 '승인되지 않은 발언'을 했으며, 며칠 뒤 예정돼 있던 길럼과의 협연을 취소하고 공연 프로그램을 대체하겠다 밝혔다.

악단의 발표 이후 호주의 클래식 팬 및 예술인, 언론인들은 악단의 조치를 비판하며 길럼이 무대에서 표현의 자유를 가질 수 있다고 옹호했고, 비난이 거세지자 악단 측은 협연 취소가 잘못된 결정이었다는 사과 성명을 제출했다.

그러나 여론이 가라앉지 않자, 악단은 길럼과 협연이 예정됐던 날의 일정을 전면 취소했으며, 소피아 갈레즈 대표이사를 사임하고 이번 일에 대한 외부 전문 감사도 진행하기로 했다. 악단 소속 연주자들은 이번 논란에 대해 성명을 통해 "우리는 더 이상 현 경영진이 악단에 최선의 이익이 되는 결정을 내릴 능력이 있다고 보지 않는다"라고 비판했으며, 경영진 불신임 투표까지 통과시켰다.

NYT는 이번 논란이 호주 전역에서 큰 관심을 끌며 가자지구 전쟁을 둘러싼 정치적 논쟁으로 번졌다고 설명했다. 한편, 길럼은 NYT에 논란이 된 곡인 '목격자'를 호주 투어 공연에서 계속 연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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