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폐관 위기를 딛고 일어선 삼일로창고극장이 청년 예술가 발전을 위한 기회의 장이 된다. 작고 무대장치가 다양하지 않은 공연장의 단점을 '장소'와 어울리는 작품에 집중해 극복하고 발굴한 작품을 토대로 지속적 지원의 산실로 재구성한다.
28일 서울 중구 삼일로창고극장에서 청년예술가 발굴 프로젝트 '삼일로 인큐베이팅 팩토리'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삼일로 인큐베이팅은 청년 예술가를 발굴하고 공연예술 활성화를 지원하기 위해 올해 처음 열리며, 청년 예술 지원 공간인 삼일로창고극장의 특성에 맞춰 연출가와 배우진의 70% 이상이 만 39세 미만인 단체를 대상으로 한다.
인큐베이팅은 지속적인 공연예술 발전을 위해 총 3단계로 나눠 시행한다. 28일 공개된 사업은 1단계로, 청년 예술인 역량 강화를 위해 청년 예술가(팀) 3작품을 선정해 각 팀별 제작비 1800만원과 드라마트루그(연극 무대 구성, 극적 구조, 미학적 연출 정립 등 전방위적 지원·조언 담당)·총예술감독 등 인력 지원, 온·오프라인 홍보 등을 진행한다.
내년부터 시행될 2단계에서는 삼일로창고극장을 관리 중인 한국연극협회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콘텐츠 유통 경로와 제작 지원, 협력 네트워크 마련 및 워크숍 등을 제공하며, 오는 2026년 3단계에서는 생성된 작품을 브랜드화해 지속적 창작활동 시스템을 구축하고, 연극협회 네트워크와 연결한다.
이날 기자간담회는 손정우 삼일로창고극장 대표, 김정근 총예술감독, 김상윤(극단 '전원' 대표)·이민구(극단 '프로젝트 사이' 대표)·정욱현('공연창작소 숨' 대표) 연출가, 백로라·김건표·김기란 드라마트루그가 참여했다.

김상윤·이민구·정욱현 연출가는 이번 삼일로 인큐베이팅에 선발된 팀으로, 각각 '비타민 D'(구지수 작가·김상윤 연출, 백로라 드라마트루그), '개 짖는 소리'(이민구 작·연출, 김건표 드라마트루그), '광인 일기'(이주영 작가·정욱현 연출, 김기란 드라마트루그)를 선보인다.
이번 세 작품의 주요 선정 경향 중 하나는 소극장·간결한 무대구조·시설을 갖춘 '삼일로창고극장' 공간과의 적합성이다. '비타민 D'는 새로운 전염병 X가 유행하는 시기, '최하나 PD'의 딸이 국내 첫 10세 미만 X 확진 후 사망자가 되며, 여론의 반응을 중심으로 전개로 한다. '비타민 D'는 영상 및 현장 관객들의 참여를 통해 SNS, 미디어 등에서 왜곡·재생산·확대되는 과정을 구체화했다.
'개 짖는 소리'는 전세사기 피해로 지낼 곳이 없어, 개를 죽이고 개집을 빼앗아 몰래 사는 '하준'의 개집에 전쟁난민 '마람'이 찾아오는 이야기다. '개 짖는 소리'는 30석가량의 작은 극장의 공간성, 구조성에 집중해 극 중 인물들의 불안을 표현한다.
'광인 일기'는 중국 소설가 루쉰(1881~1936)의 동명 소설에서 모티프를 따온 작품이다. '주인공'은 청년 인턴제에 합격했으나 서류심사 논란으로 무효 처리된 일을 계기로 고립·은둔 청년이 된다. 해당 작품은 관람의 방식에 재한을 두지 않고 자연스럽게 관람할 수 있는 '릴렉스 퍼포먼스'의 형태로 선보인다.

김 총예술감독은 이번 인큐베이팅의 의미를 '삼일로창고극장'이라는 공간 자체로 짚었다. 김 총예술감독은 "여기가 좁고, 하찮은 공간이자 그저 하나의 극장에 불과할 수 있지만 한국 연극사 내에서 굉장히 실험적인 작품이 탄생하고, 다시 보고 싶고 역사에 남아 있는 공연들의 기록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공간을 반드시 살려야 한다는 연극인들의 뜻이 있었고, 연극인들의 여러 새로운 사업들이 추진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이 젊은 예술가들이 마음껏 자신의 실험을 펼칠 수 있는 장으로서의 취지를 이해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삼일로창고극장이 1975년 개관 이후 소극장 실험극의 산지였지만, 지난 2015년 경영난으로 폐관했던 사실을 짚은 것이다.
손 대표는 "(타 예술 분야는) '기생충', '오징어 게임'처럼 외국인들이 스스로 먼저 이야기를 하지만, (한국의) 공연예술 중에서도 연극 분야는 타 분야에 비해 미약하다"고 밝혔다. 이어 "(삼일로창고극장은) 작지만, 예술적 창의력, 상상력은 결국 발상이 중요하다"며 "참된 콘텐츠, 좋은 콘텐츠가 결과적으로 경쟁력 있는 문화상품이 되고, 지속성 있게 예술가들이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고 덧붙였다.
손 대표는 콘텐츠 강화를 위해, 기존 소극장 공연을 대상으로 한 기획·마케팅이 아닌 청년예술가 발굴을 택한 이유에 대해 "예전에는 정부 차원에서 관객 프로모션을 굉장히 신경 썼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원 정책이 관계 프로모션에 관한 정책이 많았지만, 시행 과정에서 약간의 문제점이 있다고 모두 없애버렸다"고 말했다. 이어 "마케팅의 중요한 점은 작은 물건(공연)을 사는 사람이 많아야 하고, 극장으로 관객들을 흡입할 수 있는 제도들이 많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손 대표는 이와 함께 "연극에서 가장 중요한 표현 재료는 결과적으로 사람의 몸"이라며 "삼일로창고극장의 장점 중 하나는 환경 연극(연극 운동의 한 갈래로, 관객과 배우의 공간 구별을 제거해 극장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는 것에 초점을 두어 간결한 무대장치와 관객석을 침범하는 등 유연한 무대 환경을 도입함)을 자연히 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라고 짚었다.
손 대표의 설명은 공연장의 단점이 될 수 있던 작은 규모를 연극의 장치·효과 중 하나로 재구성했다는 뜻이며, 관객 모집이 아닌 콘텐츠 본연의 자생력을 기르기 위한 취지로 읽힌다.
김 연출가는 "선정되는 건 굉장히 좋은 일이고, 병가지상사라고 생각하며 안 돼도 그렇게 상처받진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는 좋은 작품을 좋은 스태프, 배우들과 만드는 것에 집중했다면 이번에는 하고 싶은 소리를 날것으로 보여주고 싶다"며 "그런데 날것에는 문제가 있고, 익혀야 하는 지점에서 세 드라마트루그들이 잘 키워주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연출가는 "면접 볼 때, 면접 본 사람들 중에는 한 다리 건너 다 아는 사람도 있고 같이 연극했던 동료들이기도 했다"며 "지원사업에서 선정된다는 건 그들이 내 작품을 볼 거라는 생각을 해야 된다는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개인적으로는 좋았다, 올해 지원 사업 다 떨어지고 이거 하나 돼서 늘 행복했는데, 행복은 잠깐이고 이제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다시 되짚어 보는 시간을 충실하게 보내는 듯하다"고 밝혔다.
정 연출가는 "청년에 대해 (사회적으로) 관심이 크고, 지원 사업도 계속 추진되고 바뀌지만 선정될 때마다 '됐다고 좋아서 잘해야지'가 아니라 떨어진 사람들의 마음과 열정을 내가 더 잘 표현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며 "받은 만큼 선보일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그런 기능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공연은 전석 무료로 관람 가능하며, 각 공연별 주차를 나누어 선보인다. '비타민 D'는 오는 9월 12일부터 15일까지, '개 짖는 소리'는 9월 26일부터 9월 29일까지, '광인 일기'는 오는 10월 3일부터 6일까지 공연된다. 자세한 내용은 삼일로창고극장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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