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서울문화재단 '한강노들섬클래식' 제작발표회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왼쪽부터 김인희 발레STP협동조합 이사장, 문훈숙 '잠자는 숲속의 미녀' 총감독, 이동탁 발레리노, 홍향기 발레리나, 이창기 서울문화재단 대표이사, 정주연 메조소프라노, 존 노 테너, 김숙영 '카르멘' 연출가, 김광현 지휘자. 사진 = 이하영 기자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서울문화재단 '한강노들섬클래식' 제작발표회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왼쪽부터 김인희 발레STP협동조합 이사장, 문훈숙 '잠자는 숲속의 미녀' 총감독, 이동탁 발레리노, 홍향기 발레리나, 이창기 서울문화재단 대표이사, 정주연 메조소프라노, 존 노 테너, 김숙영 '카르멘' 연출가, 김광현 지휘자. 사진 = 이하영 기자 

서울문화재단이 오는 10월 선보일 야외 오페라·발레 공연 '한강노들섬클래식'의 주요 차별화 지점으로 야외 환경 최적화 무대 구성·대중화 및 글로벌화를 추진한다. 그러나 시대 흐름과 어긋난 작품 선택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서울문화재단의 '한강노들섬클래식'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한강노들섬클래식은 올해 3회차를 맞이했으며, 서울문화재단의 '아트페스티벌 서울'의 일환으로 열릴 예정이다.

서울문화재단의 '한강노들섬클래식' 공연 포스터. 왼쪽부터 발레 공연 '잠자는 숲속의 미녀', 오페라 '카르멘'. 사진 = 서울문화재단 
서울문화재단의 '한강노들섬클래식' 공연 포스터. 왼쪽부터 발레 공연 '잠자는 숲속의 미녀', 오페라 '카르멘'. 사진 = 서울문화재단 

올해는 '새로운 시대를 여는 고전'을 주제로 발레 공연 '잠자는 숲속의 미녀'와 오페라 '카르멘' 전 막을 선보인다. '잠자는 숲속의 미녀'는 오는 10월 12일과 13일, '카르멘'은 오는 10월 19일부터 20일까지 공연된다.

이날 행사는 이창기 서울문화재단 대표이사, 이현아 서울문화재단 축제기획실장, 문훈숙 '잠자는 숲속의 미녀' 총감독 겸 유니버셜발레단 단장, 김인희 발레STP협동조합 이사장, 홍향기 발레리나, 이동탁 발레리노, 김숙영 '카르멘' 연출가, 김광현 '카르멘' 지휘자, 정주연 메조소프라노, 존 노 테너 등이 참여했다.

26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서울문화재단 '한강노들섬클래식' 발레 공연 '잠자는 숲속의 미녀' 제작진이 기념사진을 촬영 중이다. 왼쪽부터  김인희 발레STP협동조합 이사장, 문훈숙 '잠자는 숲속의 미녀' 총감독, 이동탁 발레리노, 홍향기 발레리나, 이창기 서울문화재단 대표이사. 사진 = 이하영 기자 
26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서울문화재단 '한강노들섬클래식' 발레 공연 '잠자는 숲속의 미녀' 제작진이 기념사진을 촬영 중이다. 왼쪽부터  김인희 발레STP협동조합 이사장, 문훈숙 '잠자는 숲속의 미녀' 총감독, 이동탁 발레리노, 홍향기 발레리나, 이창기 서울문화재단 대표이사. 사진 = 이하영 기자 

'잠자는 숲속의 미녀'는 민간단체 발레STP협동조합과 협력해 제작하며, 오페라 '카르멘'은 서울문화재단이 자체 제작한다. 올해 노들섬클래식이 지난 공연들과 다른 점은 LED·돌출무대 등을 이용해 한강이 보이는 노들섬 야외 환경과 최적화된 무대를 조성하고, 신진 예술가를 주역으로 발탁하며 객석 수를 전년에 비해 각 회차별 200석씩 확대한 2000석을 운영해 총 공연 객석수가 8000석으로 늘렸다는 것이다.

서울문화재단은 이번 노들섬클래식을 통해 발레·오페라 대중화·글로벌화를 지향한다. '잠자는 숲속의 공주'는 차이코프스키의 작품 중 초연에서 유일하게 성공한 작품으로, 4막 구조로 총 4시간 구성이다. 그러나 문 총감독은 이번 공연을 위해 휴식시간(인터미션) 없이 95분으로 구성을 다듬었다. '카르멘' 역시 원작의 서사를 최대한 유지하되, 공연 시간을 약 100분으로 줄였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카르멘'의 선정과 한강이라는 장소의 연계성에 대한 질문이 제기됐다. 오페라 '카르멘'의 원작 소설과 조르주 비제의 오페라 작품 모두 여주인공 '카르멘'이 자유분방한 성격으로 군부대 부사관 '돈 호세'의 마음을 사로잡지만, 돈 호세는 카르멘에게 이별을 통보받고 분노해 그녀를 칼로 찔러 죽인다.

이 과정에서 극은 '살해당한 카르멘'이 아닌 '카르멘을 살해하고 그녀의 사랑을 얻지 못한 비탄함에 빠진 돈 호세'를 집중해 비극적 사랑처럼 비춘다.

데이트 폭력, 교제살인 등 '페미사이드(Femicide, 여성이라는 이유로 살해당하는 현상)'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름에 따라 지난 2017년 이후부터는 특히 서구권에서 원작의 결말을 변형해 올리는 경우가 많다.

2018년 이탈리아 피렌체 마지오 극장에서는 카르멘이 자신을 죽이려는 돈 호세와 싸워 정당방위로 돈 호세를 죽였으며, 영국에서는 돈 호세에게 살해당한 카르멘이 막이 내리기 전 일어나 객석을 향해 어깨를 으쓱여 원작을 풍자했다. 이 밖에도 돈 호세가 경찰서에서 수사받거나, 돈 호세의 질투가 많은 성격을 '스토커', '광기' 등으로 강조하기도 한다.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김숙영 연출가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 이하영 기자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김숙영 연출가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 이하영 기자 

그러나 김 연출가는 "처음 (제작을 위해) 회의할 때 가장 먼저 같은 질문을 들었지만, (내) 기본 원칙은 '원작의 변화는 없다'는 점"이라며 "돈 호세를 죽이면 그것대로 문제가 될 거고, (미투 운동 등) 시대에 따라 작품을 계속 바꾼다는 것도 동의할 수 없다"고 답했다.

그는 "관객 모두에게 칭찬받고 공감받을 수 있는 연출 기법은 아무리 연구해도 없는 것 같다"며 "첫 원칙은 현대(트랜디셔널) 안에서, 문제가 해결된 걸 보여준다 해서 문제가 해결됐다고 생각하지 않더라"고 덧붙였다.

김 연출가는 지난 2023년 서울시오페라단이 광화문광장에서 같은 작품을 선정해 선보인 것과 관련해, 서울문화재단 '카르멘'의 차별점은 "야외 오페라라서 어려운 점을 강점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김 연출가의 설명에 따르면 기존 무대 앞쪽에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자리하는 위치(핏)을 무대 전체를 두르는 형식으로 변형했으며, 출연진도 작품의 느낌을 살릴 수 있도록 외모 등을 고려해 캐스팅했다.

김 연출가 설명에 따르면 무대는 세리아 광장을 연상할 수 있는 두 개의 구조물로 구성하고, 길처럼 보이는 형태의 오케스트라 핏과 회전이 가능한 원형 무대를 중앙에 배치했다. '잠자는 숲속의 미녀'도 야외 공연 특성을 감안해 LED를 활용해 왕궁을 재현하지만, 이로 인해 한강이 잘 보이지 않는다.

김 연출가는 "아쉬움은 있지만 (양 벽의 구조)는 (조명기, 음향기, 스텝이 숨을 공간 등을 위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며 "무대 양쪽 사이드로는 한강이 다 보이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김 연출가는 "야외 오페라는 기후가 가장 큰 문제지만, 또 다른 문제로는 바람이 불지, (불었을 때 현재 세워진) 벽이 저것(현재 규모)보다 줄어들면 (무대가) 넘어간다 하더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이사도 "저기(현재 무대 위치)서는 무대가 없어도 내려가지 않으면 한강이 자세히 안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이사는 이번 공연의 방향성 중 하나인 '글로벌'에 대해 "축제는 결국 다양성이고, 글로벌 축제로 나갈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다양한 축제 콘텐츠의 구색을 갖추고 국내는 물론, 해외에도 알려지는 게 글로벌 주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이사는 "또 다른 중요한 요소는 서울 시민에게 문화적 향유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서울문화재단이) 이런 무대를 많이 넓혀서 많은 예술인들이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서울문화재단 예술인 및 예술 단체를 위해 굉장히 좋은 간접적 지원 방식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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