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2015)가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사랑을 받았던 만큼, 속편의 제작은 당연히 예측되는 것이었다. '매드맥스 사가로 지칭된 이번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이하 <퓨리오사>)가 칸영화제에서 먼저 공개된 뒤 개봉을 앞두고 있다. <퓨리오사>는 프리퀄에 해당하는 작품으로서 주인공 퓨리오사의 숨겨진 전사를 다룬다. 그가 독재자 임모탄의 사령관으로 어떻게 일하게 되었는지, 그의 한쪽 팔에 의수(義手)를 부착하게 된 사연은 어떤 건지 궁금했던 관객이 닫힌 문을 열 수 있도록 일종의 열쇠를 던져주는 작품인 셈이다. 사실 관객이 더 관심을 가질 부분은 따로 있다. 과연 <퓨리오사>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액션 영화'라는 평을 들었던 전편을 뛰어넘느냐, 다.
조지 밀러는 이력이나 작품의 스펙트럼 면에서 특이한 인물이다. 애초 의학을 공부했던 그는 데뷔작 <매드 맥스>(1979)를 만들기 위해 응급실 의사로 일했을 정도로 영화를 향한 꿈을 키웠다. 필모그래피도 출신 못지않게 흥미진진해서, (수잔 서랜든에게 여우주연상을 안겨준) 실화 기반 드라마 <로렌조 오일>(1992)로 미국 아카데미 각본상 후보, 귀여운 아기 돼지가 등장하는 <꼬마 돼지 베이브>(1995)로 아카데미 작품상 및 각색상 후보, <매드맥스:분노의 도로>로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 후보에 오른 바 있다. 그런데 정작 그에게 아카데미를 안겨준 작품은 펭귄이 등장하는 뮤지컬 애니메이션 <해피 피트>(2006)였다. 그래서 인터넷 정보가 정확하지 않던 시절에는 동명이인인 조지 밀러가 감독한 게 아니냐는 설까지 돌았었다.

지금은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가 그의 대표작이 되었으나, 이전까지 그를 대표하는 영화는 첫 번째 <매드 맥스> 시리즈였으며, 그중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던 것은 <로드 워리어>라는 제목으로도 알려진 <매드 맥스 2>(1981)였다. <매드 맥스>가 가족의 죽음에 분노한 경찰의 액션극이고, <매드 맥스 2>가 본격적으로 황폐한 미래의 아포칼립스를 다룬 영화임을 기억한다면, 이번 <퓨리오사>는 <매드 맥스 2>를 극한까지 밀어붙이기로 작정한 작품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악당에게 어머니를 잃은(이 장면은 웨스턴의 걸작 <옛날 옛적 서부에서>(1968)에 바치는 오마주에 가깝다) 어린 소녀 퓨리오사의 성장과 복수라는 단순한 플롯으로 영화는 무려 2시간 28분 동안 내달린다.

우선 인정해야 할 부분은 노장의 집념이다. 필생의 역작을 새롭게 시도하려는 의도 아래, 연출자의 나이가 무색하리만치 어마어마한 액션의 장관을 보여준다. 호주의 사막과 허허벌판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추격극은 입을 벌어지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그것은 장점이면서 단점이기도 하다. 전편에서 보여준 액션의 폭발을 보고 싶은 관객이라면 절정을 맛보겠으나, <퓨리오사>의 액션은 지나치다는 느낌을 준다. 전편의 액션이 각 인물의 매력과 맞물려 들어가고 나가는 맛이 서로 조화를 이루며 섞인 반면, 이번 액션에서는 너무 직진한다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다. 게다가 신선하기까지 했던 전편의 액션이 한 번 지나간 터라, 이번의 액션은 간혹 지루함을 안겨준다. 거기에다 평범하지 않은 편집으로 인해, 자칫 방심했다간 변환점에서 길을 잃을지도 모른다.

캐릭터와 배우, 그리고 연기 측면에서도 전편에 못 미친다. 전편에서 퓨리오사와 맥스를 연기했던 샤를리즈 테론과 톰 하디가 과묵한 인상 뒤로 미스터리한 인물의 매력을 발산했다면, 이번에 퓨리오사로 분한 안야 테일러 조이는 열심히 연기하고 있으나 테론의 근처에도 못 간다. 입을 닫고 뛰어다니는 것만으로는 인물의 깊이를 담아낼 수 없지 않겠나. 더욱이, 상영 1시간이 지나기까지 알리야 브라운이라는 배우가 어린 퓨리오사를 연기하는데, 솔직히 어린 소녀가 책임지는 부분이 테일러 조이의 그것보다 낫다. 악당 디멘투스로 새롭게 등장한 크리스 헴스워스는 나름대로 연기 변신을 꾀했으나, '조커' 같은 악당이 설치는 시대에 그리 대단한 인물로 남을 것 같지는 않다. 결론, <퓨리오사>는 액션 영화로서 정성을 쏟은 건 충분히 인정할 수 있지만, 전편을 뛰어넘는 수준에는 다다르지 못했다. 맥스가 다시 등장할 다음 편에서 밀러가 '매드맥스 사가'를 어떻게 마무리할지, 다시 몇 년을 기다릴 일만 남았다.
이용철 영화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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