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주성 키움증권 대표이사, 사진=키움증권
엄주성 키움증권 대표이사, 사진=키움증권

키움증권이 추진하고 있는 싱가포르 자산운용사 법인 설립 작업이 막바지에 돌입했다. 장기적으로 싱가포르를 지역본부로 성장시키고 해외 사업을 관리하겠다는 목적이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지난해 말 싱가포르 통화감독청(MAS)에 자산운용업라이선스 인허가를 신청하고 연내 법인 설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싱가포르 현지 법인이 세워지면 인도네시아에 이어 두 번째 아시아 법인을 마련하게 된다. 

싱가포르는 금융시장 규모는 홍콩에 비해 작지만 글로벌 투자기관의 아시아 본부가 집결돼 있어 시장의 확장성과 연계성 면에서 유리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키움증권은 지난해 3월 이사회에서 '싱가포르 현지 자산운용사 설립' 안건을 의결해 라이선스 인허가를 준비해 왔다. 

싱가포르 자산운용업 라이선스는 총 운용자산(AUM)·펀드 종류·고객 범위·인력 기준에 따라 RFMC, LFMC AI, LFMC 리테일 등 3등급으로 나뉜다. 이에 낮은 단계인 RFMC 인가를 신청하고 현지에 싱가포르 법인장과 주재원도 파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키움증권의 인도네시아 사업이 시원치 않자 금융허브인 싱가포르를 노리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키움증권은 다른 대형사와 다르게 모회사인 금융지주와 대기업 지주사의 지원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해외법인의 누적 적자가 회사 전체의 실적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키움증권은 지난 2011년 인도네시아 증권사인 동서증권(Dongsuh) 지분 70%를 인수하며 해외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국내 리테일 시장에서 성공한 모델을 적용했지만 현지화에 실패하면서 적자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자산 규모는 373억원이며, 해당 분기 약 1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키움증권은 베트남·태국 증권사 지분 인수도 추진했으나 코로나19 영향으로 잠정 연기된 바 있다. 

키움증권으로서도 싱가포르 법인의 중요도가 남다를 것으로 보인다. 키움증권은 지난해 라덕연·영풍제지 주가조작 사태 등을 겪었다. 올해 초 선임된 엄주성 대표는 위기관리와 이미지 쇄신이라는 과제를 떠안았다.

위기관리를 위해서는 먹거리 다양화가 필수다. 키움증권은 해외 사업 확장을 통해 수익원을 다각화할 계획이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2022년 11월 전담팀 신설 이후 해외 사업 초기 단계"라며 "단계별로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싱가포르는 타 동남아국가 대비 규제 투명성이 높아 금융사 신규 설립이 용이하기 때문에 지분 인수를 고려하지 않았다"라며 "동남아 금융허브인 싱가포르 법인 설립 후 중장기적으로 해당 지역의 지역본부(Regional Headquarter)로 성장시킬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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