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개인투자자들을 사로잡은 '위불'이 국내 증권시장 진출을 노린다. 편의성과 호환성을 앞세우고, 미국 주식 수수료 무료로 몸집을 키운 사례가 있어 국내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시장 판도를 뒤흔들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국내 브로커리지 시장 1위를 지키고 있는 키움증권과 미국 주식 매매 편의성을 앞세워 젊은 투자자들을 급속도로 늘린 토스증권을 주시하고 있다. 이들이 위불과 직접적인 경쟁 상대가 될 것이란 예측이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위불과 국내 증권중개업 인가 사전 조율에 들어갔다. 금융당국은 위불의 국내 인가를 놓고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불은 2022년 3월 위불코리아 준비법인을 설립해 국내 진출 포석을 다진 상태다. 지난해 7월에는 이원재 대표이사도 선임했다.
위불은 미국에서 무료 수수료로 시장 파이를 키워왔다. 국내에서도 미국 주식 수수료 무료 카드를 꺼낼 가능성도 있다. 미국 브로커리지 시장에서 경쟁력을 입증한 만큼 국내에서는 키움증권과 토스증권이 직접 경쟁하게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키움증권은 명실상부 국내 브로커리지 1위 증권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키움증권의 '영웅문'은 주식매매 편의성에서 높은 평가를 받으며 국민 HTS·MTS로 사용되고 있다. 토스증권은 젊은층을 타깃으로 다양한 미국주식 이벤트를 통해 신규 투자자들을 대거 끌어들였고, 월간활성사용자수(MAU)도 꾸준히 늘리고 있다. MTS 성장세만큼은 전통증권사보다 나은 성적을 거두고 있기도 하다.
다만 영웅문을 포함해 국내 대부분 증권사 HTS는 MAC OS를 지원하지 않는다. 젊은층이 애플 OS에 익숙해지고 있는 만큼 위불이 MAC OS 기반의 HTS·MTS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그동안 불편함을 감내하고 있던 이용자들의 이탈이 있을 수 있다. 여기에 위불이 해외주식 수수료마저 무료 또는 저렴한 가격으로 책정한다면 고객 이탈이 가속화될 가능성도 있다.
키움증권의 해외주식 수수료수익은 이미 경고등이 켜졌다. 지난해 4분기 해외주식 수수료수익은 24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5% 줄었다. 지난해 해외주식 시장점유율은 28.8%~31.9% 사이를 오갔는데, 2022년 4분기 38.7%에 비해 현저하게 낮아졌다.
토스증권도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토스증권은 해외주식 수수료가 0.1%로 나무증권 등 비대면 증권사와 비교하면 수수료가 다소 높다. 위불이 토스증권 수준 이상의 결제·서비스 편의성을 제공한다면 소위 MTS를 '갈아타는' 투자자들이 나오지 않겠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위불이 국내 진출을 노리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인터넷 주식 커뮤니티에서는 벌써 "키움 대신 빨리 써보고 싶다", "수수료 싸면 위불로 옮겨야지", "옵션판은 확실히 바뀔 것"이라는 댓글이 달리고 있다.
이미 국내 일부 해외주식 투자자들은 위불로 정보를 제공받고 실제 매매는 국내 증권사 HTS와 MTS를 통해 거래하고 있어 위불 국내 상륙에 기대를 걸고 있다. 위불의 한글화를 반기는 이들도 있고 이용하기 깔끔해 쓰기 편하다는 후기도 계속 올라오는 추세다.
이와 관련 키움증권과 토스증권은 "아직 위불의 인가가 나오지 않아 현재 경쟁 상황을 논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한 목소리로 말했다. 토스증권 관계자는 "증권 서비스를 쓰지 않는 신규 이용자들을 얼마나 인입시키느냐가 관건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위불의 국내 진출 가능성 자체에 대한 회의론도 나온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인가가 먼저 떨어져야 할텐데, 해외 증권사를 대하는 당국 기조가 매우 보수적이라 인가가 제대로 될지 의문"이라며 "위불과 비슷한 로빈후드가 게임스톱 사태 당시 매수버튼을 뽑아버린 사례를 감안면 금융당국도 고민이 깊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