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서울시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혐의' 1심 선고를 위해 출석하고 있다. 사진 = 이하영 기자
5일 오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서울시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혐의' 1심 선고를 위해 출석하고 있다. 사진 = 이하영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5일 서울시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혐의 1심 재판 결과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날 검찰에 기소된 이 회장을 비롯한 14인 모두 전원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

이 회장은 2020년 9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로부터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이 회장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삼성물산 지분을 최대한 확보해 그룹 내 위치를 공고히 할 목적으로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을 통한 허위사실 공표 등 삼성물산 주가 하락을 위한 부정행위 교사 △업무상 배임 △삼성 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등을 저지른 혐의를 받았다.

이날 재판을 진행한 서울중앙지법 제25-2형사부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능력의 위법성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의 정당성 △삼성 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 순으로 짚었다.

재판부는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부적합한 방식으로 증거를 수집했으며, 수집한 내용 중 증거로 제출할 수 있는 내용을 선별하지 않은 채 무분별하게 제출했기에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2019년 실시된 압수수색으로 확보된 서버 증거는 검찰이 은닉된 로직스 서버의 정보를 탐색해 필요한 정보만 선별했어야 하나 그러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장충기 전 미전실 사장의 문자메세지 증거도 검찰이 선별하지 않았으며, 수사기관이 필요없는 정보까지 수집해 영장주의 및 적법 절차를 중대하게 위법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검찰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이 회장의 승계작업 일환으로 미전실 판단에 따라 추진됐다고 주장한다"면서도 "합병이 불법이거나 삼성물산 및 주주들의 손해를 전제로 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양사 합병은 지배구조 개편의 관점에서 여러 방안과 아울러 검토를 통해 나온 결과"라며 "(합병 과정에서) 삼성물산 및 주주들의 이익이나 의사가 도외시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삼성물산 합병TF경영진이사회는 악화된 경영상황을 검토하고 (제일모직과) 합병을 추진한 것으로 보인다"며 "경영권 안정화는 삼성물산 주주들에게도 이익이 된 측면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양사 합병을 지향함에 있어 미전실이 양사 합병 TF 등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부정할 수 없다"면서도 "피고인의 경영권 강화 및 승계만이 유일한 목적이라 단정할 수 없고 사업적 목적 또한 합병 목적이라고 보기 상당하다"는 이유로 "(이 회장의) 지배력 강화가 수반됐다 하더라도 부당하다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관련해 주장한 2019년 국정농단 의혹 관련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대해서도 "미전실이 삼성물산 이사회를 배제하거나 의사에 반해 승계를 추진했다는 취지는 아니다"라며 "선행 사건에서 대법원은 이 회장이 위법 부당하거나 불법적 합병 방법이 사용돼 손해를 끼쳤다는 판단도 내리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앞서 2019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 회장의 최소 비용을 통한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삼성전자, 삼성생명) 지배권 강화를 위해 미전실을 중심으로 삼성그룹 차원에서 조직적 승계 작업을 진행했다고 판시했다. 검찰은 해당 판결이 이 회장의 승계작업을 위해 제일모직의 삼성물산 흡수합병을 명백히 인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합병 비율·시점을 삼성물산에 불리하게 정했다는 검찰의 주장에 대해서는 "합병 비율 시점을 정하는데 있어 삼성물산에 불리하고 제일모직에 유리하게 합병 시점을 정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합병 과정에서의 허위사실 유포 혐의 역시 "공시공표 및 IR 등이 사실대로 공표됐고, 투자자들에게도 같은 취지로 설명됐으며 둘 다 상장기업으로서 각종 주요정보가 상시 공개돼 있다"고 부정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이 사건 합병으로 삼성물산 및 주주들에게 기회상실 손해가 발생했다 하지만 타당하지 않고, 검사가 주장한 것은 추상적 손해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삼성 바이오로직스 허위공시·분식회계 혐의는 다국적 제약사 바이오젠이 보유한 콜옵션을 은폐했다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이 회장에게 징역 5년과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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