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삼성 회장(이하 이 회장)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17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 결심 공판에 출석했다.
이 회장은 지난 2020년 9월부터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하 합병) 과정에서의 업무상 배임 △합병 과정에서의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이하 미전실)을 통한 부정행위 교사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 회장은 이날 재판에서 "존경하는 재판관님, 두 분 부장 판사님, 지난 3년동안 사려깊게 심리를 진행해주시고 변호인과 피고에게도 충분한 변론기회를 주신 것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라고 최후진술을 시작했다. 이어 "삼성 가족, 그리고 국민 여러분들께도 많은 심려를 끼쳐드려 면목이 없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제가 40대 중반이던 2014년 아버지가 쓰러지신 뒤 많은 일이 있었다"며 "개인적으로는 3번의 영장실질심사와 1년 6개월에 걸친 수감생활이 있었다"고 말했다.
뒤이어 "오늘까지 106차례 공판이 진행되는 동안 합병과 로직스의 회계처리 과정에서 있었던 여러 일들과 목소리들을 보다 세밀하게 보고 들을 수 있었다"며 "자책이 들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저와 삼성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수준은 훨씬 높고 엄격한데 미처 거기까지 이르지 못했다는 걸 절감했다"고 말했다.
그는 "중요한 회사 일을 처리하며 한번이라도 더 신경쓰고 더 신중히 살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사과의 말을 전했다.
이 회장은 "외람되나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이라며 "지금 세계는 누구도 예상 못한 새로운 지정학적 리스크가 발생하고 있고 우리나라는 그 한가운데 있다"고 말을 이었다. 그는 "생성형 AI 기술이 반도체 및 전 세계 사업에 영향을 미치는 등 더 빠른 속도로 기술 혁신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뒤이어 "그런데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사전에 정확히 알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오늘부터 사업의 선택과 집중, 신사업·신기술 투자, MMA를 통한 모자란 부분의 보완으로 예측이 어려운 미래에 선제적 대응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를 통해 회사의 존속과 성장, 회사가 잘 되어 임직원, 주주, 고객, 협력회사 직원, 국민의 사랑을 받는 것이 목표였다"라며 "두 회사의 합병도 그런 흐름 속에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그런데 이런 차원에서 외부 경영자, 주요 주주님, 투자기관 관계자들과 나눈 대화가 재판과정에서 전혀 달리 오해되는 걸 보며 안타깝고 허무했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그는 이번 사건에 대해 "저 개인의 이익은 염두에 두지 않았다"라며 "합병이 두 회사 모두에게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배구조 투명화·단순화라는 사회 전반의 요구에도 부응할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삼성이 세계 수준 일류 기업으로 성장한 건 삼성에 몸담은 임직원들의 헌신과 희생 덕"이라며 "애정어린 시선으로, 때로는 비판의 눈초리로 삼성을 바라보는 국민 여러분들의 관심과 지지 덕분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뒤이어 "저에게는 기업가로서 지속적 회사의 이익 창출과 젊은 인재에게 더 많은 일자리를 제공해야 하는 책무가 있다"며 "故 이병철 회장이 창업하시고 故이건희 회장이 글로벌 기업으로 키운 삼성을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상승시켜야 하는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의 경영 환경이 다른 것도 잘 안다"면서도 "기라성 같은 초일류 기업과 경쟁, 협업하며 친환경과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지배구조를 선진화시키며 성숙한 노사관계를 정착시켜야 하는 사명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에 대해 "이런 책임을 다 하기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걸 쏟아붓겠다"라며 "국민의 사랑을 받는 기업이 되겠다"고 말했다. 그는 "부디 저의 모든 역량을 온전히 앞으로 나아가는데 집중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재판관에게 호소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오랜 기간 재판을 거치면서 옆에 계신 피고인들게 늘 미안하고 송구하다"며 "만일 이 사건에 대해 법의 엄격한 잣대로 책임을 물 잘못이 있다면 그건 제가 감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평생 내사를 위해 헌신해온 다른 피고인들은 선처를 부탁드린다"라고 최후진술을 끝맺었다.
한편 이번 재판의 선고는 3년간 사건의 공방이 길고 방대하게 진행돼 내년 1~2월 중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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