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7일 법원에 출석하고 있는 모습. 사진=윤은식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7일 법원에 출석하고 있는 모습. 사진=윤은식 기자

3년 2개월을 끌어온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부당합병·회계부정' 1심 재판이 17일 결심공판을 끝으로 막바지를 향하고 있다. 내년 초 최종 판결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 회장이 사법리스크를 털어내고 정상적인 경영 활동에 나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지난 2020년 9월 재판에 넘겨진 이 회장은 이날 오전 9시 30분 서울중앙지방법원 결심 공판에 출석했다. 재판은 같은 날 오전 10시에 개정됐다.

이 회장은 지난 2020년 9월부터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하 합병) 과정에서의 업무상 배임 △합병 과정에서의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이하 미전실)을 통한 부정행위 교사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특히 합병 과정 내 이 회장의 부정행위 교사 여부가 이번 사건의 중심이다.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제일모직 주식 1주와 삼성물산 약 3주를 교환해 합병을 진행하기로 했다. 당시 이 회장이 보유한 제일모직 지분은 23.2%였다.

이 회장은 그룹 내 위치를 공고히 하기 위해 삼성물산 지분을 최대한 많이 획득하려는 목적으로 미전실을 중심으로 삼성물산의 주가를 낮추기 위한 △허위 사실 유포 △허위 호재 공표 △중요 정보 은폐 △주요 주주 매수 △국민연금 의결권 확보를 위한 불법 로비 △자사주 집중 매입을 통한 시세 조종 등의 행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재판은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한 최종의견을 시작으로 변호인의 최종 변론, 피고인들의 최후진술 순으로 진행됐다.

검찰은 이날 이 회장에게 징역 5년에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이 부회장이 자신에게 유리한 시기에 회사에 불리한 합병을 진행하는 등 적극적으로 경영권 강화를 위해 참여했으며, 미전실이 이 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허위사실 유포 등 부정행위를 저질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2019년 삼성 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수사 당시 적극적으로 증거를 은폐·삭제하려 했다고도 주장했다.

반면 이 회장을 비롯한 피고인들은 "검찰이 6회에 걸친 공방 기록이 아닌 최초 검찰 수사 기록에만 의존하고 있다"며 "수사 과정과 법정 진술의 차이는 검찰의 강압적 수사와 편협한 시각으로 진술을 취합했기 때문이다"고 주장했다.

앞서 검찰과 피고측은 6회에 걸쳐 쟁점 공방을 벌인 바 있다.

피고인들은 해당 합병이 주주총회를 거쳐 약 70%의 찬성을 거친 합법적 합병이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지배권 강화를 목적으로 하지만 사업적 효과를 검토하고 추진한 합병"이라며 "당시 물산이 지속적으로 주가가 하락하고 있었고 제일모직과의 합병이 문제를 타개할 방향이라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경영권 강화에 대해서도 "삼성물산의 경영권은 충분히 위협받을 수 있었고, 모직과의 병합으로 지배·경영권을 단순히 해달라고 요구한 건 오히려 주주들"이라고 말했다.

변호인들은 "당초 검사가 기소 당시 생각했던 사실과 의혹이 6회 공판을 거치며 사실이 아니라고 밝혀지지 않았나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덧붙여 "검찰이 합병 외의 개선 방안이 있었다는 걸 증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의 합병 관련 부정행위를 교사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재판 과정에서) 미전실의 합병 검토 지시 중 삼성물산에 전달된 것은 전혀 없다는 점을 여러 차례 설명드렸다"라며 "(사건 관련 중요 문서로 거론되는) 프로젝트 G 등 어떠한 물건도 삼성물산 측에는 전달된 적이 없다 밝혀졌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최후진술에서 "국민 여러분들께도 많은 심려를 끼쳐 면목이 없다"라며 "(합병 시 개인의 이익을 위해) 다른 주주에게 피해를 입힌다는 상상조차 한 적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삼성이 세계 수준 일류 기업으로 성장한 건 삼성에 몸담은 임직원들의 헌신과 희생 덕"이라며 "애정 어린 시선으로, 때로는 비판의 눈초리로 바라본 국민 여러분의 관심과지지 덕분이란 것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자신에게는) 기라성 같은 초일류기업과 경쟁하고 협업하며 친환경·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지배구조 선진화, 성숙한 노사관계를 정착시킬 사명도 있다"며 "부디 저의 모든 역량을 온전히 앞으로 나아가는데 집중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3년 간 검찰 수사기록 19만 쪽을 기록하는 등 사건의 공방이 길고 방대하게 진행됐다. 선고는 내년 1~2월 중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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