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증권사 신임 및 연임 대표(내정자), 사진=각사제공
주요 증권사 신임 및 연임 대표(내정자), 사진=각사제공

올해 증권사들은 대내외적 리스크 노출과 내부통제 소홀 책임에 휩싸였다. 일부 최고경영책임자(CEO)들은 사임하거나, 당국 징계와 관련해 1년 내내 거취 논란에 시달렸다. 그 가운데 금융당국의 증권사 내부통제 단속 고삐가 조여지면서 다가오는 3월 임기가 만료 증권사 CEO들도 마냥 안심할 수 없다는 평가다.


미래에셋이 쏜 '세대교체' 바람…'내부통제 책임' 교체 가속화


올해 말 기준 미래에셋, 한국투자, 메리츠, KB, 키움, 삼성, 현대차, BNK투자증권은 CEO가 교체됐거나, 새로운 수장이 내정된 상태다. 

첫 신호탄은 미래에셋증권이 쐈다. 최현만 전 회장과 이만열 전 사장이 용퇴를 결정하면서 김미섭·허선호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이후 메리츠증권에서 최희문 부회장이 대표직을 내려놓으며 장원재 대표(내정) 체제로 전환했다. 한국투자증권도 정일문 사장을 김성환 대표(내정)로 교체했다.

삼성증권은 장석훈 사장을 박종문 사장(내정)으로, 현대차증권은 최병철 사장을 배형근 사장(내정)으로, BNK투자증권은 김병영 대표를 신명호 대표로 교체하면서 변화 흐름에 동참했다. 

KB증권은 박정림 전 대표가 지난 11월 말 금융당국으로부터 직무정지 징계를 받으면서 일단 물러난 모양새다. 박정림 전 대표가 자산관리(WM) 부문을 담당한 만큼 이홍구 부사장이 차기 대표로 내정되면서 2024년에는 김성현·이홍구 공동대표가 KB증권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최현만 전 회장과 최희문 부회장 임기는 각각 내년과 2025년 3월이지만 이미 교체됐다. 최현만 전 회장은 올해 초 임기 1년을 추가로 부여받을 당시 박현주 회장으로부터 임기에 관한 언급이 나오면서 세대교체 신호가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장석훈 사장도 2024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뒀지만 삼성그룹 세대교체 바람을 피하지 못했다. 최병철 사장은 2026년 3월까지 임기가 남았어도 현대차그룹 차원에서 교체됐다.

금감원의 '내부통제 단속' 기조가 세대교체를 가속화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미래에셋증권은 프라이빗뱅커(PB) 윤모씨의 횡령·사기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이를 자체적으로 적발했으나 당국은 금융사고 보고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메리츠증권은 임직원들의 이화전기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관련 사익편취가 국정감사 도마 위에 올랐다. 한국투자증권 정일문 전 사장도 불공정거래 및 기술탈취 의혹으로 지난 10월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했다.

특히 키움증권은 올해 두 차례 내부통제에 실패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수장들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키움증권은 지난 4월 차액결제거래(CFD) 서비스를 이용한 '라덕연 사태'와 관련해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물러났다. 이어 지난 10월 영풍제지 주가조작 논란이 터지면서 황현순 전 키움증권 사장도 자진 사임이라는 불명예 퇴진 길을 걸었다. 결국 키움증권은 엄주성 사장을 신임대표로 확정해 분위기 반전을 모색한다.

반면,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대표는 2년 임기를 보장받는 연임에 성공하면서 자리를 지켰다.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전쟁 중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며 김 대표에게 힘을 실어준 모양새다. 신한금융은 "시장 불확실성 확대와 예측 불가능한 잠재적 리스크 증가 등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 일선 자회사의 위기 대응력을 높이고 기초체력과 현장 영업력을 강화하기 위해 자회사 사장단 리더십 변화를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내년 3월 임기 만료 예정 증권사 대표, 사진=각사제공
내년 3월 임기 만료 예정 증권사 대표, 사진=각사제공

임기 3개월 앞둔 CEO들 '풍전등화'…셈법 복잡한 NH투자증권


자연스럽게 시선은 내년 3월 임기 만료 CEO로 쏠린다. 해당 CEO는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 홍원식 하이투자증권 대표, 오익근 대신증권 대표, 박봉권 교보증권 대표, 김신·전우종 SK증권 대표, 곽봉석 DB금융투자증권 대표, 임재택 한양증권 대표다.

홍원식 하이투자증권 대표는 부동산PF '꺾기 의혹' 꼬리표가 여전하다. 홍 대표는 국감 증인으로 출석해 "꺾기 사례가 많다고 하는데 어떠한 기준으로 하더라도 꺾기 사례는 없다고 확실하게 말한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최근 국회 정무위가 홍 대표를 두고 '위증 혐의' 고발 검토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의 거취는 특히 복잡하다. 정 대표는 지난 11월 말 금융당국으로부터 옵티머스 펀드 사태와 관련해 '문책경고' 중징계를 받았다. 그러나 정 대표가 금융위를 상대로 징계 취소 처분 소송과 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하며 법적대응에 나선 상태다. 

증권가 안팎에서는 정 대표의 사내입지가 워낙 강력하다는 평가가 많다. 차기 대표 후보로 마땅한 인물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차기 후보로 거론되던 인물 중 권순호 OCIO사업부 대표(전무)는 최근 물러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윤병운 대표(부사장)는 정 대표와 임기를 같이 할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는데, 최근 최승호 대표(부사장)가 담당하던 조직을 모두 윤 대표가 겸직하게 되면서 영향력이 커졌다. 

문제는 NH투자증권을 둘러싼 '채권 돌려막기' 리스크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이는  금감원에서 엄정조치를 예고한 사안이기도 하다. 앞서 NH투자증권은 선제적으로 랩·신탁 손해보상을 진행했지만, 금감원이 일부 CEO에 중징계 처분을 내릴 것이라는 전망도 꾸준하다.

실제로 함용일 금감원 부원장은 지난 7월 증권사들을 향해 "더 이상 고객자산 관리·운용과 관련한 위법행위를 실무자의 일탈이나 불가피한 영업 관행 탓으로 돌릴 수 없다"며 "이는 결국 최종 책임자인 CEO의 관심과 책임의 영역"이라고 꼬집었다.

내년 3월 CEO가 임기 만료를 앞둔 증권사 가운데 '채권 돌려막기'에 얽혀있는 곳은 SK증권과 교보증권이 있다. SK증권은 올해 초 고객과 개별적으로 사적 합의를 통해 배상을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김신 대표 역시 책임론이 불거지면 입지가 불안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박봉권 교보증권 대표은 금감원 결정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교보증권은 3분기 실적도 선방하면서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진입에 속도를 내고 있고, 박 대표도 디지털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임재택 한양증권 대표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업황을 고려하면 실적을 어느 정도 방어했고, 자기자본 5000억원 돌파가 눈앞에 보이기 때문이다. 다만, 올해 상반기 한양증권이 전직 임원을 배임 혐의로 고소하면서 내부통제 논란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하다는 해석이 중론이다.

반면, 곽봉석 DB금융투자 대표는 올해 선임 후 임기 첫 해를 보냈기에 유임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오익근 대신증권 대표도 연임에 무게가 실린다. 가장 큰 리스크로 꼽혔던 양홍석 부회장의 징계는 경감됐고, 임원 교체도 크지 않아 오익근 사장 라인이 더 단단하게 굳어졌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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