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증권가 모습/사진제공=연합뉴스
 여의도 증권가 모습, 사진제공=연합뉴스

2024년 증권업황은 녹록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PF와 브릿지론 만기가 다가오고 있고 실적 면에서도 올해보다 저하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올해 증권업계는 비우호적 사업환경 속에서 수익성과 자산건전성이 저하된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국내 증권사 순이익은 5.5조원, ROA는 1.1%를 기록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약 30.4%, 0.2%p 증가했지만, 한국투자증권의 카카오뱅크 매각대금 관련 1.7조원의 배당금수익, 다올투자증권의 관계사 매각에 따른 1438억원 영업외이익 영향으로 일회성요인이 컸던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IB부문 실적 저하가 두드러진다. 3분기 기준 IB부문 수익은 3조181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3.8% 줄었다. 신규 부동산PF 영업위축이 지속되고 기업공개(IPO) 감소 등 주식자본시장(ECM)부문도 축소된 영향이다. 

자산건전성을 살펴보면 우려는 더욱 커진다. 3분기 기준 요주의이하자산은 7조593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배 가량 증가했다. 메리츠증권이 1조2041억원으로 규모면에서 가장 컸다. 자기자본대비 순요주의이하자산 비율은 다올투자증권이 26.3%로 가장 높았다.

자기자본 4조원이 넘는 초대형사를 제외하면, 대형 및 중소형사들은 브릿지론 등 고위험 부동산PF를 중심으로 위험인수가 지속되면서 3분기 이후 건전성 저하가 크게 나타났다. 올해 3분기 기준 순요주의이하자산 비율과 고정이하자산비율은 대형사의 경우 각각 9.9%, 3.5%, 중소형사의 경우 각각 13.2%, 3.6%로 저하됐다.

충당금도 2조9088억원으로 74.1% 증가했다. 충당금 규모는 신한투자증권이 5577억원으로 가장 많았는데, 올해 3분기 젠투펀드 사적화해 관련으로 약 1199억6200만원을 충당부채로 쌓았다. 그 결과 영업외손실이 1216억원 발생하면서 3분기 18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해 적자 전환했다. 한화투자증권도 라움시퀀스앱솔루트 1호, 글로벌원 LUX 전문투자형 사모펀드 등과 관련해 충당금 567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2배를 넘겼다. 

국내 증권사 수익성 및 자산건전성 추이, 사진=한국신용평가
국내 증권사 수익성 및 자산건전성 추이, 사진=한국신용평가

내년 증권업 핵심 이익인 IB·브로커리지 수익 감소 예상…충당금은 숙제


신용평가업계에서는 내년 증권업 사업환경이 비우호적일 것이고, 실적도 저하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부동산PF 위축에 따른 IB부문의 저조한 업황이 주 요인인데,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거래대금 증가와 위탁매매 확대 가능성도 높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부동산PF와 해외부동산 익스포져 부실 규모가 영업실적 저하폭을 좌우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올해 대규모 대손비용을 반영했지만, 잠재 부실위험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 2024년에도 추가 충당금 적립 및 손상차손이 발생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브릿지론, 중후순위, 해외 등 고위험 부동산 익스포저 비중이 높은 증권사를 중심으로 비경상 손실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윤재성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올해부터 증권사의 신규 부동산금융 영업이 극히 적었던 점과 부동산금융 관련 규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이는 점, 높은 이자비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감안하면 부동산 관련 중개·자문수수료 및 채무보증수수료 수익도 위축된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예일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과거 높은 가격에 집행한 투자, 대출 건의 손실 위험 여전히 높으며, 일부 지역 부동산 가격, 기업가치가 회복하더라도 증권사 IB부문 시장 전반의 회복에는 역부족"이라고 평가했다.

김효섭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도 "실물경기 침체 및 PF 부실 우려로 증시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보유 금융자산의 손실위험도 증가할 것"이라며 "주택 매매가격 하락세는 둔화되겠으나 준공 후 미분양이 증가할 것으로 보이고, 상업시설 및 물류센터 시장도 위축되면서 부동산PF 익스포저에 대한 자산건전성 관리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했다.

브로커리지도 크게 기대하긴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내년 일평균거래대금은 18.1조원으로 9.9% 감소할 것"이라며 "2024년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가 예상되고 유동성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면이 존재하지만, 가처분소득 대비 이자비용 부담이 지속되고 증권사의 신용공여 관리 강화 및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등 레버리지 측면에서 부담요인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자산관리(WM) 부문에도 리스크는 존재한다. 특히 내년 해외부동산 공모펀드 만기가 집중돼있는 탓이다. 국내 증권사들이 판매한 해외부동산 공모펀드는 총 14개, 판매액은 1조478억원에 달한다.

윤창현 의원실에 따르면 2018년 이후 해외 부동산 공모펀드에 투자한 개인투자자의 절반 가량인 1만965명(투자금액 약 4100억원)이 내년에 펀드 만기를 맞게 된다. 내년부터 펀드 환매 연기가 본격화되면 대다수 증권사들이 사적화해 충당금을 쌓으며 실적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한 홍콩 H지수형 ELS 만기 손실 부담도 존재한다. 양적 규모의 경우 2019년 말 기준 약 30조원에서 올해 11월 기준 21조원으로 축소되긴 했지만, 시장리스크 외 불완전 판매 등으로 일시적 보상비용이 발생해 평판에 금이 갈 우려도 있다. 


자본대비 익스포져 큰 중소형사부터 부담 확대…M&A 일어날 수도


업계에서는 초대형사 및 금융지주 산하 증권사들은 대규모 충당금을 이미 선제적립했고, 부동산PF의 경우 중·후순위 비중이 크지 않아 손실을 방어하겠지만, 중소형사의 경우 자본대비 익스포져가 커 실적저하와 신용도 하방 압력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한기평은 부동산PF 우려로 하이투자증권과 다올투자증권, SK증권의 신용등급을 조정했다. 부동산 침체가 길어지면 자금력이 약한 증권사부터 자산건전성 부담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윤재성 나신평 수석연구원은 "계열지원을 기대할 수 있거나 자본여력이 우수하고 사업다변화가 이루어진 증권사의 경우 재무적 대응능력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지만, 부동산금융 의존적인 중소형사의 경우 사업구조 다변화가 이루어져 있지 않아 경상적인 수익창출력도 저조할 것으로 보이고 자본여력도 열위하여 재무안정성 저하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꼬집었다. 

사진=한국신용평가
대형사 및 중소형사 순요주의이하자산/자기자본 추이, 사진=한국신용평가

다만, 금융당국의 규제 및 리스크 관리 강화 기조가 중기적 관점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보수적인 영업기조가 이어지면서 경상이익은 위축되겠으나 사업안정성은 강화될 것이라는 해석이다.

실제로 미래에셋, 메리츠, 하이투자, SK증권은 부동산PF 부문 조직을 축소했다. 신한투자증권은 리스크관리본부를 확대했다. 메리츠금융지주는 최고위험관리책임자(CRO)를 역임했던 장원재 사장을 메리츠증권 대표로 세웠다. 이 외에 다수 증권사들도 조직을 슬림화하거나 전통IB 부문을 강화하려는 움직임도 꾸준히 나온다. 

부동산PF 잠재부실이 현실화할 경우 대형 금융회사가 인수합병을 노릴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혁준 나신평 상무는 "미국 JP모건체이스의 퍼스트리퍼블릭 은행 인수, 스위스 UBS의 크레딧스위스 인수처럼 대형 금융사가 구원투수로 나설 수 있다"며 "한국도 현재 은행금융그룹의 체력이 우수한 상태고, 투자여력을 나타내는 이중레버리지비율은 최근 10년 내 가장 우수한 수준이어서 금융업권 M&A가 증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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