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내년 총선 출마설이 사그라들며 금융권 긴장이 커지고 있다. 이 원장이 취임 이후 여러 차례 금융권에 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낸 만큼 압박이 더 커질 수 있다는 해석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는 이번 주 추가 개각을 진행한다. 이 원장은 '윤석열 사단' 막내로 불린 만큼 정치 진출 가능성에 힘이 실렸다.
올해 하반기 금융감독원장 자리를 내려놓고 내년 4월 총선 출마부터 이 원장을 대통령실로 보내 민정수석 기능 부활 가능성까지 다양한 안이 거론됐으나 현재는 유임으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보인다.
이 원장은 올해 초부터 출마설에 시달렸으나 줄곧 부인해 오다가 6월 취임 1년을 맞아 가진 간담회에서 "임명을 해줘서 자리에 온 만큼 역할을 그만하라 하시면 '임기가 3년이니 계속 있겠습니다'고 고집부릴 수 없다"고 답했다.
출마 가능성을 열어둔 대답에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관련 질문이 나왔다.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내년 출마 여부는 결정하셨느냐"고 묻자 이 원장은 "내년까지 금융감독원에서 할 일이 있다"고 답했다.
출마를 부정하는 답변과 함께 국정감사 이후 약 한 달 만에 금융감독원 인사가 나면서 이 원장 출마설은 동력을 잃었다. 상생 금융, 불법 공매도 금지 등 해결해야 하는 금융 현안이 많은 점도 유임 가능성이 높은 이유로 꼽힌다.
이렇듯 이 원장 잔류 무게가 실리자 금융권 긴장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이 원장이 검사 시절 얻은 '독사'란 별명에 걸맞게 주가연계증권(ELS) 및 해외 부동산 펀드 손실 등 금융소비자보호가 얽힌 현안에서 높은 수사 강도를 예고하는 등 현안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탓이다.
이 원장은 지난달 지주 회장 및 은행장과 상생금융안을 논의했다. 금융지주와 은행이 고금리 시기 이자이익으로 순이익을 크게 늘렸지만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은 높은 이자에 부담이 큰 만큼 이익을 나누자는 의도다.
금융당국 조치에 관치금융 논란도 일었다. 지주와 은행이 ESG경영을 강화하며 사회공헌을 늘려왔음에도 자영업자·소상공인 대상 이자 지원 등 당국이 원하는 방향으로 진행하도록 압박했다는 지적이다.
이 원장은 금융지주와 은행 경영 승계에도 꾸준히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이 원장은 금융지주 회장 임기 만료를 앞두고 지배구조 개선과 후배에게 기회가 필요하다고 조언했으며 이 원장 취임 이후 지주 회장 인사를 진행한 KB금융, 신한지주, 우리금융지주는 모두 새로운 회장을 선임했다.
이 원장은 이에 그치지 않고 KB금융 회장 인사를 두고 "상대적으로 잘했으나 개선점이 있다"며 "회장 후보군을 먼저 정하고 평가 기준과 방식을 정했고 이런 점이 개선 여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부회장직' 제도가 사라질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지난 12일 8개 은행지주 이사회와 만나 지배구조 개선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 이 원장은 "부회장직이 폐쇄적이다"라는 의견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금융사와 만나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횟수도 많고 비공개 회의더라도 기자들과 만나 모두발언을 갖는 등 방향성이 이전과 다르긴 하다"며 "모범관행 수립은 좋은 일이지만 금융사 입장 반영이 적어 아쉬운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