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업실적이 양호한 대형 자동차 보험사들이 앞장서서 보험료 인하 여력을 살펴주셨으면 합니다."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이 보험사에 상생금융을 주문했다. 야당에 이어 여당에서도 금융권 전반에 걸친 상생금융에 힘을 실으면서 보험사가 긴장하고 있다.
국회까지 나서면서 상생을 외치는 이유는 상반기 보험사가 은행을 뛰어넘는 실적을 기록했다는 점에 주목해서다. 이는 보험사들이 아직 뚜렷한 상생금융 방안을 발표하지 않았다는 지적으로 연결돼 하루 빨리 관련 대책을 내놓으라는 논리로 연결된다.
실제로 지난 16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보험회사 최고경영자(CEO) 세미나에서 "서민 짐을 나눠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다음 달 초에는 김주현 금융위원회장과 주요 보험사 CEO가 간담회에서 머리를 맞댄다.
정치권과 금융당국이 보험사에 상생금융 참여를 강하게 주문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일단 보험사도 속속 보따리를 풀어놓는 모습이다.
지난 7월 한화생명의 '디딤돌 저축보험'과 '상생 친구 어린이보험'을 시작으로 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카드 등 삼성 금융계열사가 '상생금융' 방안을 내놨다. 지난 21일에는 신한라이프가 청년 세대의 안정적인 미래를 지원하는 상생금융 상품 '신한아름다운연금보험'을 출시했다.
최근에는 KB손해보험도 상생 보험상품 출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한 출시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소상공인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를 지원하기 위한 전용 상품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외에도 손해보험사를 중심으로 패키지 방식의 5000억원 상생방안을 구성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이 패키지에는 사회공헌기금 마련, 자동차보험 요율 인하, 실손보험 요율 인상 최소화 등이 포함될 전망이다.
다만 보험업계 일각에서는 상생금융을 압박하는 금융당국을 향해 이중적인 태도라는 불만도 감지된다. 보험업 특성상 상품 출시가 어려운데 이례적으로 빠른 상생금융 출시를 압박하다 보니 그 실효성에 의문부호가 달린다는 불만이다.
실제로 보험사가 새로운 보험을 개발하고 출시하기 위해서는 타당성, 보상조건, 보험료 산정, 상품설계, 보험 감독기관 검토와 승인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 기간은 최소 6개월에서 1년가량 걸린다.
제2금융권의 본격적인 상생금융 시작이 지난 7월인 점을 고려하면 아직 4개월밖에 지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보험사의 구체적인 상품 출시는 시기적으로 어려움이 있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이 이런 과정을 이해하기보다는 상생에 참여가 늦다고 채찍질만 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한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금리와 물가 상승, 정비수가 상승 등 자동차 보험 손해율을 위협하는 악재가 산적한데도 외부에서 이를 고려하지 않고 자동차 보험료를 인하하라는 압력만 하고 있어 곤란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보험업계도 고통을 나누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보험 특성상 상품 출시에 시간이 걸리는데 이 부분이 실적 부풀리기 논란에 이어 상생금융에 뒤처지는 모습으로까지 불씨가 옮겨붙을까 봐 조심스럽다"고 말을 아꼈다.
금융당국 수장이 직접 보험사 대표를 만나며 상생금융을 압박하는 것으로 읽히는데 보험사가 상품 구성 시기와 현실적인 문제까지 고려하면 어느 선까지 호응해야 하는지 고민이라는 목소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