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수협은행이 주택담보대출 만기를 은행권 최초로 최장 50년으로 연장했다. 사진=Sh수협은행
Sh수협은행이 주택담보대출 만기를 은행권 최초로 최장 50년으로 연장했다. 사진=Sh수협은행

 

금융당국이 보험업계가 취급하는 50년 만기 가계 주택담보대출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금융당국은 보험사에 이 상품 관련 신규 취급 액수, 건수, 평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현황 등 상세한 데이터를 요구했다.

이를 두고 보험사들 사이에선 "초기에는 금융당국이 대출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50년 만기 주담대 취급을 권장하더니 이제는 가계부채 증가를 핑계로 보험사한테 이를 취급하지 말라는 무언의 압박을 하고 있는 것"이라는 날 선 반응도 나왔다.

24일 보험업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50년 만기 주담대 개선 방안 검토를 위해 생명보험업계와 손해보험업계를 대상으로 가계 주담대 상세자료를 요구했다.

초장기 주담대로 불리는 50년 주담대는 금융당국이 고금리 시기 대출자 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로 권장한 상품이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금리 인상 시기에 취약차주의 월 상환액을 줄여주겠다"면서 2021년 2월 '40년 만기' 보금자리론을 도입했다.

뒤이어 지난해 6월엔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 출시도 승인할 것이라 예고하고 이를 실행했다. 그 결과 지난 1월 수협은행을 시작으로 지난달 초엔 시중은행과 보험사까지 잇달아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을 도입했다.

그 가운데 금융당국이 주담대 상품 조사에 나선 이유는 DSR 등 대출 규제를 우회하는 수단으로 이 상품이 활용되며 부작용이 커졌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보험사 중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을 취급하고 있는 건 한화생명, 삼성화재, 삼성생명 등이다. 지난 1월 한화생명이 처음 출시한 이후 이달 1일 삼성화재와 7일 삼성생명이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을 선보였다. 앞서 NH농협손해보험, 교보생명, KB손해보험 등이 만기 40년 주담대 상품을 출시한데 이어 상환 기간을 50년까지 늘린 상품이 보험사에도 속속 나온 상태다.

보험사들이 주담대 상품을 출시하는 이유는 수익성 다각화와 대출 차주들의 선택권 확대 차원이다. 상환 기간이 길어진 만큼 이자 수익을 확보할 수 있어 사업적으로도 매력적인 선택지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보험업계에 50년 주담대 상세 데이터를 요구하는 등 장기 주담대를 운영하는 보험사에 우회적인 압박을 하면서 내부에서는 속앓이를 하는 것으로 감지된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중단하라고 직접적으로 말하지는 않았다"면서도 "금융당국 영향을 많이 받는 보험업계 특성상 이렇게까지 상세정보를 요구한다는 것은 상품을 제한하라는 신호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보험사 관계자도 "초장기 주담대 상품은 금융당국이 장려한 것인데 가계부채가 늘어나니 이제 와서 마치 보험사가 큰 잘못을 한 것처럼 상세정보를 내놓으라고 몰아붙이고 있다"고 고개를 저었다.

반면 금융당국은 이러한 주장이 오해라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번 자료 요청은 단순히 현황을 알아보기 위한 것"이라며 "연령대 제한을 두거나 상품을 판매할지 말지에 대한 별도의 가이드라인은 주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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