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사진=뉴스저널리즘
금융감독원. 사진=뉴스저널리즘

 

새 회계제도(IFR17) 도입 이후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보험업계의 올 1분기 보험금 지급여력비율(K-ICS, 이하 킥스)이 평균 219%를 기록하며 대형사를 중심으로 개선됐다. 하지만 일부 중소 보험사들은 금융당국 권고치를 밑돌면서 희비가 엇갈렸다.

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3월 말 기준 보험회사 지급여력비율 현황'을 공개했다.

자료에 따르면 국내 생명보험사 12곳과 손해보험사, 재보험사 7곳 등 총 19개 사의 올 1분기 평균 킥스 비율은 219%로 지난해 말 RBC 205.9% 대비 13.1%포인트(p) 증가했다.

킥스는 기존 RBC를 대신해 올해부터 시행되는 보험사 자본건전성 제도로 새 회계제도(IFRS17)에 맞춰 도입됐다. 일시에 보험금 지급 요청이 들어왔을 때 보험계약자에게 보험금을 얼마나 지급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킥스 비율에서는 분모에 해당하는 요구자본에 징수·해지·대재해·자산집중위험 등을 신규 측정 리스크로 추가해 위험액을 반영하며 기존 RBC와 마찬가지로 보험사는 권고치 150%를 넘겨야 한다. 

금융당국은 100%를 충족하지 못한 보험사에 대해 보험업법에 따라 경영개선·권고·요구 명령 등을 부과하고 개선되지 않을 시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한다.

앞서 보험업계는 킥스 비율을 적용하면 기존 RBC 비율보다 건전성이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에 보험사 3곳 중 1곳은 위험액 증가 등을 점진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킥스 적용 유예(경과조치)를 신청하기도 했다.

우려와 달리 빅5 손보사들은 1분기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며 킥스 비율에서도 △삼성화재 275.2% △현대해상 178.6% △DB손해보험 210.5% △KB손해보험 194% △메리츠화재 202.2% 등 양호한 성적을 거뒀다. 이중 DB손해보험은 전분기 대비 39.7%p 상승하며 킥스 비율 도입으로 가장 큰 덕을 봤다. 

빅3 생명보험사도 △삼성생명 219.5% △한화생명 181.2% △교보생명 232.3%를 기록하며 모두 금융감독원 킥스 권고치를 넘었다. 

하지만 대형 보험사들과 달리 중·소형 보험사들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MG손해보험은 킥스 비율 82.5%를 기록하며 금감원 권고치를 충족하지 못했고 보험업법이 정한 기준인 100%에도 미치지 못했다. 

생명보험사 중 KDB생명(101.6%)과 푸본현대생명(128%)도 기준에 미달했다. 앞서 MG손해보험, KDB생명, 푸본현대생명은 모두 킥스 적용 유예를 신청한 바 있다.

KDB생명 관계자는 "킥스 비율이 낮은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자산 관련 요구자본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이 부분에 경과조치를 신청해 경과조치 후 킥스 비율이 증가했다"며 "또한 과거 구조조정을 겪으면서 저축성 보험 판매에 집중했고 이에 따른 역마진 극복을 위해 공격적인 자산운용 전략을 펼치며 위험액 규모도 늘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푸본현대생명은 자산·부채 듀레이션 갭이 큰 상황에서 시가평가에 따라 순자산이 감소했다"며 "유상증자·자본증권 발행 등으로 지급여력비율이 상승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푸본현대생명은 지난 3월 3925억원의 유상증자를 결정하고 절차를 거쳐 다음달 내 완료 예정이다. 이번 유상증자가 완료되면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일부 보험사는 금리 민감도가 높은 상품구성 등으로 킥스 비율이 낮게 기록돼 있다"며 "보험사의 자본 관리 능력은 중요한 요소이므로 킥스 비율이 낮은 보험사의 경우 채권발행 등을 통해 지속적인 자본확충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금리 변동성 확대 등 잠재위험에 대비해 선제적 자본확충 유도 등 건전성 감독을 강화할 계획"이라며 "킥스 적용 유예 회사에 대한 철저한 관리 감독을 추진하고 더불어 다음달 말까지 경과조치 적용 전 100% 미만 회사가 이사회 보고 후 제출할 개선계획의 적정성과 매년 이행실적을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건전성 지표가 전반적으로 개선된 이번 지표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보험사들이 보험계약의 미래이익을 현실 가치로 나타내는 보험계약마진(CSM)을 산출하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유리한 계리적 가정을 활용해 실적이 부풀려졌다는 지적이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도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지난 5월 보험사들의 실적 부풀리기 방지를 위해  계리적 가정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보험업계 관계자는 "건전성 지표 신뢰도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은 알고 있다"면서도 "보험업계 내부에서는 이번 건전성 개선이 킥스 도입 우려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결과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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