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다음 달 중순에 예정된 제54기 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에 복귀하지 않는다. 지난해 10월 회장 취임 후 등기이사 복귀 가능성이 점쳐졌지만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재판 등 사법 리스크를 고려한 결정으로 분석된다. 재계 4대 그룹 총수 가운데 미등기 임원은 이 회장이 유일하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날 오전 이사회를 열고 주주총회 소집일과 안건 등을 정했다. 주주총회는 다음 달 15일에 열린다. 안건은 △재무제표 승인 △사내이사 한종희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이 상정됐다. 하지만 기대를 모았던 이재용 회장의 등기이사 선임건은 올라오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27일 삼성전자 회장에 오른 이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 여부는 업계의 관심사였다. 등기이사는 이사회 구성원으로 기업 경영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지며, 등기이사가 돼야 회사의 핵심 의사결정을 하는 이사회 구성원으로 포함될 수 있다.

현재 국내 4대 그룹 총수 중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모두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 중 정의선 회장과 구광모 회장은 이사회 의장까지 겸하고 있다.

이 회장의 등기이사 등록이 미뤄지는 배경에는 여전히 산적한 사법 리스크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회장은 현재 매주 목요일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3주 간격으로는 금요일마다 삼성바이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 회장은 부회장이던 2016년 10월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사내이사로 선임됐으나, 2019년에 사법 리스크를 고려해 사내이사 연임을 하지 않았다.

이 회장은 이건희 선대회장이 비자금 특검 수사로 전격 퇴진한 이후 8년6개월 만에 등기이사직을 맡았지만, 같은 해 11월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되며 참고인 신분으로 첫 검찰 소환 조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에 휘말렸다. 결국 2019년 10월 재선임 안건을 따로 상정하지 않고 임기가 만료돼 현재까지 미등기임원 신분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한편, 삼성전자는 다음 달 15일 경기도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제54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삼성전자는 2020년부터 주주들이 주주총회에 직접 참석하지 않아도 사전에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전자투표제도를 도입했다.

주주들은 3월 5일 오전 9시부터 14일 오후 5시까지 전자투표에 참여할 수 있다. 2021년부터는 주주총회장 온라인 중계를 도입해 주주들은 별도로 마련된 사이트에서 온라인 중계 참여를 신청하고 안건별 질문을 등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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