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쪽 부터)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오른쪽 부터)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각사 

검은 토끼의 해인 2023년 신년사에서 재계 총수들은 공통적으로 ‘도전·고객·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강조했다. 3년째 지속된 코로나19,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글로벌 경기침체 위기 속에서 도전 정신을 가지고 고객의 마음을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과 사회, 지배구조를 고려하는 ESG 경영도 잊지 않았다.

3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그룹은 이날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에서 타운홀 미팅 방식의 신년회를 개최했다. 정의선 회장은 새해 메시지에서 “다가오는 위기를 두려워하며 변화를 뒤쫓기보다 한발 앞서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올해를 ‘도전을 통한 신뢰와 변화를 통한 도약’의 해로 삼아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려 한다”고 말했다.

특히 정 회장은 고객의 신뢰를 강조했다. 정 회장은 “고객의 신뢰를 받는 것이 최우선”이라며 “그 어떤 좋은 제품과 기술도 고객의 신뢰 없이는 아무 의미가 없다”라고 말했다. 고객 신뢰의 핵심 요소로는 품질과 안전을 명시했다.

사회적인 신뢰의 필요성도 분명히 했다. 정 회장은 “‘올바른 미래를 위한 올바른 움직임(The Right Move for the Right Future)’이라는 그룹의 사회책임 메시지에 걸맞게 환경을 생각하고 서로 상생하고 협력하며 인류와 함께 성장하는 모범적인 기업이 돼야 한다”고도 말했다. 이를 위해 2040년까지 주요 시장에서 탄소 배출이 없는 전통화 차량만 판매하는 등의 계획을 밝혔다.

삼성전자도 지난 2일 수원 삼성 디지털 시티에서 올해 시무식을 개최하고 도전·고객·ESG를 강조했다. 한종희 부회장과 경계현 사장은 공동명의 신년사에서 “현재 위기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위상과 경쟁력이 달라질 것”이라며 “미래를 위해 더욱 과감하게 도전하고 투자하자”고 말했다.

이어 한 회장은 “친환경 기술을 우리의 미래 경쟁력으로 육성하고 삼성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지속가능한 내일을 만드는 것이 되도록 하자”며 ESG 경영 실천을 강조했다.

또 한 부회장은 “어려울 때일수록 세상에 없는 기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기술을 발굴하고 양보할 수 없는 절대적 가치인 품질력을 제고해 고객의 마음을 얻고 차별화된 경험을 통해 기술 경쟁력 확보에 전력을 다하자”고도 했다. 

이재용 회장은 이날 시무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별도의 신년사도 없었다. 대신 이 회장은 2016년 이후 7년 만에 고(故) 이건희 선대 회장 때부터 이어온 사장단과의 신년 만찬회를 가졌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같은 날 신년사를 통해 현재 위기 상황임을 언급하며 도전과 혁신을 강조했다. 신 회장은 “시장의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며 “끊임없이 변화하고 혁신하면서 함께 도전해 새로운 롯데를 만들자”고 주문했다. 

이어 신 회장은 “단순히 실적 개선에 집중하기보다 기존의 틀을 깨부수고 나아가겠다는 의지가 중요하다”라며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하기 위한 시도를 끊임없이 이어가자”고 덧붙였다. 

또 신 회장은 “고객의 삶을 새롭게 변화시키는 한편 우리 사회를 더 이롭게 만드는 방법을 고민해 달라”며 “지난해 중소 파트너사들의 해외 판로 개척을 위해 유통 계열사들이 함께 힘을 모아 노력한 것처럼 진정성을 가지고 이들과 같이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고민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최태원 SK 그룹 회장은 지난 1일 전체 이메일을 통해 지난 1년간 거센 국내외 경영환경의 변화 가운데 구성원들의 노고에 감사를 표하면서, “기후변화, 질병, 빈곤 등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기업이 앞으로 인류의 선택을 받게 될 것”이라며 “우리에게 소중한 가치를 되새기며 경영시스템을 단단히 가다듬는 기회로 삼아 나아간다면 미래는 우리의 편이 될 것”이라고 격려했다. 

이어 최 회장은 “이제는 기업에도 ‘관계’가 중요한 시대가 됐다”며 고객의 신뢰 확보 중요성을 역설했다. 최 회장은  “나를 지지하는 ‘찐팬’이 얼마나 있는지, 내가 어떤 네트워크에 소속돼 있는지가 곧 나의 가치로, 앞으로 기업 경쟁력은 관계의 크기와 깊이, 이해관계자들의 신뢰 크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5대 그룹 총수 중 가장 먼저 신년사를 발표한 구광모 LG 회장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고객을 가장 강조했다. 구 회장은 “고객 가치 실천을 위해 노력하는 LG인들이 모여 고객 감동의 꿈을 계속 키워나갈 때, LG가 고객으로부터 사랑받는 영속하는 기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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