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코스피 주식을 8거래일 연속 순매수 중인 가운데 ‘대장주’로 꼽히는 삼성전자의 순매수 규모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연임으로 ‘차이나 런’ 자금이 국내에 유입된 것으로 분석된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 한 달간 4조7996억원의 국내 주식을 순매수했다. 대형 종목을 중심으로 한 반도체, 배터리 등의 매수가 눈에 띈다. 삼성전자의 경우 1조원이 넘는 순매수가 이뤄졌다.
지난달 7일부터 이달 9월까지 외국인투자자는 삼성전자 1조3840억원, 삼성SDI 9832억원, LG에너지솔루션 7578억원, SK하이닉스 4843억원을 순매수했다. ‘5만 전자’에 머물러 있던 삼성전자는 외국인 매수세에 힘입어 지난 1일 ‘6만 전자’를 넘겼다.
‘차이나 런’은 중국을 뜻하는 ‘차이나’와 은행의 지급 불능 상태를 우려한 고객이 대규모로 예금을 인출하는 ‘뱅크런’의 합성어다.
지난달 26일 중국에서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이 결정되며 제로코로나 정책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 글로벌 투자 자본이 대거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미국 헤지펀드 ‘타이거 글로벌’, 워렌 버핏이 설립한 ‘버크셔 해서웨이’, 플로리다 공공근로자 펀드 등은 중국 투자 중단 혹은 보유 지분 축소를 결정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약 987억 달러를 운영하는 미국 텍사스 교직원 퇴직연금은 최근 투자 성과 기준에 중국 제외 신흥국 지수를 포함시켰다.
유안타증권 고경범 연구원은 “텍사스 교직원 퇴직연금 리밸런싱이 10월부터 진행됐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최근 외국인 순매수와 유관성이 높다”면서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 지수에서 비중이 높은 삼성전자, 삼성SDI의 순매수 강도도 높았다”고 진단했다.
중국 경제 역시 침체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9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 공급자 물가는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했다. 반면 소비자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1% 상승했고 생산자 물가는 1.3% 하락했다. 수입과 수출은 각각 0.3%, 0.7% 줄었다.
키움증권 조민주 연구원은 ”제로 코로나 정책 장기화로 중국 경기 체력이 거의 한계에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며 ”내수가 부진한 가운데 외수까지 둔화하면서 공급 측 재고 부담이 높아지고 생산 활력이 떨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제로 코로나 정책 기조 아래 전통적 부양책 효과는 제한된 흐름의 반복이었고 결국 제로 코로나 정책 완화만이 실제 경기 부양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국가주석은 임기제한이 없다. 시진핑 주석의 장기집권 가능성이 커지면서 제로 코로나 정책 역시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하이투자증권 박상현 연구원은 “중국 리스크에서 국내 경제와 금융시장이 자유로울 수는 없다”며 “‘차이나 런’ 리스크 역설이 당분간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주식 순매수를 이끌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