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3사의 위기가 계속되고 있다. 후판가격은 여전히 비싸고, 일할 노동자는 부족한데 노조는 파업하겠다고 엄포를 놓는 등 3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하반기 후판가격 협상 장기화...조선업계 "20만원 내려달라"지만 가능성 희박


9일 업계에 따르면 조선사들과 철강업체들 간에 진행하는 올 하반기 후판가격 협상이 정체에 빠졌다. 지난해 하반기 후판 가격 협상은 8월에 완료됐으나 올해에는 11월까지 협상이 장기화되고 있다. 

인하로 가닥은 잡혔지만 문제는 인하폭이다. 조선업계는 지난해 후판가격 폭등으로 대규모 적자를 냈고, 원자재 가격도 하향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며 20만원 수준 큰 폭의 가격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철강업계는 하반기 철강수요가 줄어들며 비상경영 시국인데다 원료탄 가격변동성이 커져 대폭 인하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분위기 상 20만원 인하는 쉽지 않고, 10만원 내외 인하폭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조선사들이 올 하반기 후판가격 협상에 민감한 이유는 지난해와 올해 대규모 적자 배경이 선박가격 상승폭보다 조선용 후판가격 인상폭이 컸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조선용 후판은 세차례나 올랐고, 인상폭은 수십만원에 달했다. 하지만 선박가격 상승폭은 이에 미치지 못한 결과 조선사들은 여전히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1조3848억원, 삼성중공업은 1조3120억원, 대우조선해양은 1조7547억원이라는 대규모 영업손실을 각각 기록했다. 올해에도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증권가 컨센서스에 따르면 올해 한국조선해양은 3848억원, 삼성중공업은 5808억원, 대우조선해양은 6343억원이 영업손실을 기록할 전망이다. 


수주량 늘어나도 일할 사람 태부족...납기 문제까지 대두


조선업계를 힘들게 하는 또 다른 복병은 수주량 증대로 일감은 많아졌는데 일할 사람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국내 조선 업체들의 수주 잔량은 이미 앞으로 3년간 건조할 수 있는 물량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조선업계 전체가 인력난에 허덕이며 납기조차 맞추지 못할 위기에 놓였다. 

가장 위기가 심한 곳은 조선업체 협력사들의 인력난이다. 거제, 울산, 창원 등 지역에 생산 거점을 두고 있는 조선업계 협력사들은 젊은 층의 생산직 기피 현상 등으로 생산 현장의 허리가 끊겼다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인력난으로 일부 협력사들에서 조선사가 수주한 물량을 제대로 소화해내기 버거운 상황이다. 협력사에서 인력 부족으로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곳이 나오면서 최종 납기 일정에도 차질을 빚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인 노동자들은 조선업종이 3D업종에 보수도 짜다며 기피하고 있다. 믿을 것은 외국인 노동자들이다. 그런데 이마저 쉽지 않다. 최근 4분기(9∼12월)에 순차적으로 한국으로 입국할 예정이던 1150명의 베트남 용접 근로자의 입국이 서류 조작 등의 이유로 무기한 연기되면서 선박 생산에 또 다시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4년 20만3441명이었던 조선업 종사자 수는 올해 7월 기준 9만2394명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조선업 불황 때 삼성 평택캠퍼스 등 다른 곳으로 떠났던 인력들이 돌아올 기미가 보이질 않고, 젊은 인력들은 조선업종을 기피하고 있어 건설업처럼 조선업종도 생산직은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의존하는 구조가 심화될 수 밖에 없는처지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외국인들을 채용하기 위해서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며 "일감은 늘어나는데 사람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선업계 노조 "파업하겠다" 사측 압박까지


이런 어려운 시국에 조선업계 노조는 파업하겠다며 사측을 상대로 엄포를 놓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사에 따르면 기존 화, 목요일 2차례 교섭에 더해 월, 수, 금요일에도 실무교섭을 병행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노사는 주 5일 집중교섭에 돌입하게 됐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5월 지난 2년치 임단협이 끝났고, 6월부터 지금까지 올해 임단협을 진행 중이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장외에서도 사측을 압박하기 위해 지난 3일부터 11일까지 지단별로 순차적으로 쟁대위 출범식을 열고 파업투쟁을 위한 만반의 준비에 돌입했다. 이번 주말까지 사측과의 집중교섭에도 진전이 없을 경우 바로 파업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현대중공업에 속한 조선3사 노조는 지난달 실시한 파업 찬반투표에서 현대중공업(63.1%), 현대삼호중공업(73.7%), 현대미포조선(71.9%) 3사 모두 과반수 이상의 찬성으로 가결돼 합법적 파업이 가능한 상태다. 3사 노조는 올해 임단협 공동교섭에 합의하고 기본급 14만2300원(호봉승급분 제외), 호봉승급분 1만2000원 인상, 연간 복지포인트, 주유권 각 30만원 지급, 노동이사제 조합 추천권 도입, 그룹사 복지 확대, 임금피크제 폐지 등 12가지 안건을 요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업체들이 후판값 상승 등 여파로 무더기 적자상태가 지속되고 있고, 수주가 큰 폭으로 회복되도 인력난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노조까지 파업 엄포를 놓는 등 3중고에 처해 있다"며 "모두 쉽사리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이 아니어서 더욱 고민이 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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