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우조선해양이 최근 전직원 대상으로 퇴직 후 1년간 경쟁업체 취업금지 조항이 담긴 서약서에 서명을 받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알고보니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다른 경쟁사들 역시 이런 취업금지 서약서를 받고 있어 "시대 착오적이다"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4일 직장인 익명게시판(블라인드)에는 대우조선해양 직원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글을 올렸다. 그는 '대우조선해양 서약서'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회사 포탈에 서약해야 접속해서 일할 수 있다네요. 해도 되는건가요? 전문직 형누나들 도움을 주세요"라는 내용과 서약서 캡쳐내용을 올렸다.
서약서 내용에는 9번 항목으로 퇴직 후 1년간 경쟁업체 금지조항이 담겼다. 본인은 회사의 사전 동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년간 회사와 경쟁관계를 형성하는 창업을 하거나 회사의 사업분야와 관련된 동종 업체에 취업하지 않을 것이며, 자문, 고문 등 기타의 방법으로 동종업체 등에 협력하지 않겠다는 내용이다.
또 9항 위반시에는 회사에 위약 벌로서 퇴직시점 기준 3개월 평균 임금 상당액을 지급하고, 이와 별도로 회사의 손해액을 지체없이 변상할 것을 서약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글을 본 직장인들은 "개양아치네...", "좀 심하네...무슨 취업제한까지", "이직자 많아진다고 호작질하는 거야?" 등 부정적인 댓글을 달고 있다.

취재결과 실제 대우조선해양은 최근 이같은 조항이 담긴 서약서를 전 직원으로부터 서명받고 있는 상태다.
문제는 현재 이런 서약서를 받는 이유다. 지난 4월 2일 현대중공업은 240명 규모의 사무, 기술, 설계, 연구 등 경력직을 대거 채용했는데 많은 대우조선해양 직원들이 입사지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봉, 복지 등 처우와 회사의 불확실한 미래를 우려한 대우조선해양 직원들이 이탈하고 있다는 것. 블라인드에서는 당시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에서 150~200명이 넘어간다는 얘기도 나왔다.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좌절되면서 대우조선해양 직원들의 이직 움직임이 현실화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추진해 왔으나 EU가 반대하면서 좌초됐다. 대우조선해양 직원들 입장에서는 드디어 안정적인 현대중공업그룹 직원이 될 거라고 희망을 품었으나 무너졌다. 이에 대우조선해양 직원들의 대거 인력 이탈이 이뤄지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대우조선해양이 퇴사 후 1년간 동종업계 취업금지 서약을 받으면서 오해가 커지는 형국이다. 퇴사를 막기 위해 갑작스레 서약서를 받고 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보안 관련 서약서를 수년에 한번 받는데 이번에 받게 된 것"이라며 "명문화 되어있기는 하지만 실제 이직했을 때 내용처럼 불이익을 가하진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다른 조선사들도 이와 같은 서약서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입사자와 퇴사자를 대상으로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도 '퇴사 후 1년간 재취업 금지 조항'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다만 대우조선해양은 전 직원 대상으로 이를 받고 있지만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입사자와 퇴사자만을 대상으로 서약을 받고 있다는 차이점이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설계, 기술 등 핵심 부서에서 인력 이탈로 인한 정보 유출을 우려해 이같은 서약을 받고 있는 것"이라며 "회사마다 핵심 부서 입사, 퇴사 직원들에게만 받는 경우도 있고, 대우조선해양처럼 전 직원에게 받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또 "실제 동종업계에 이직하더라도 이를 실행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이직을) 억제하기 위한 형식적인 명문화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퇴직 후 1년간 동종업계 취업금지' 내용이 담긴 서약서는 최근 재계의 흐름에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국내 대기업들은 인력을 잃지 않기 위해 연봉을 10% 가까이 올려주며 '인건비 인플레이션'이 심화된 상태다. 동종업계로 취업하는 것이 너무나 일반화돼 막을 수 있는 방법도 없다. 이를 명문화한다는 것 자체가 인력 이동이 자유로운 현재 사회와는 어울리지 않는 낙후된 인사조치라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모든 대기업들이 퇴직 후 1년간 동종업계 취업금지 조항 내용이 담긴 서약을 받지는 않는다. 기술, 설계 등 핵심부서라면 이해가 가지만 전 직원 상대로 이를 받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라며 "조선업계에서 인력 유출이 한창 심할 때 있었던 구시대 제도같은데 폐기처분할 것은 폐기처분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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