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들어 노조의 강경투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식품, 유통, 철강, 조선, 금융 등 전 분야에 걸쳐 갈 길 바쁜 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정부가 미온적 태도를 버리고 엄정한 공권력 집행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하이트진로 등 산업계 곳곳 파업피해로 '몸살'...금융노조까지 확대


9일 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이천·청주공장에 이어 강원공장에서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파업이 진행되며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다. 화물연대 노조는 지난 6월부터 경기 이천 하이트진로 공장 앞에서 파업을 했으나 이달 초부터 이들은 강원공장까지 전선을 확대했다. 

이들의 요구사항은 △운송료 30% 인상 △공병 운임 인상 △공회전 비용 지급 △손해배상청구 취소 △휴일 근무 운송료 150% 지급 등이다. 강원공장 제품 출고는 이달 2일부터 사실상 중단상태였다가 하이트진로가 자사 직원을 동원해 긴급물량 출고에 나섰지만 여의치 않은 형국이다. 

파업 중인 노조원들은 제품 출고에 나선 비조합원 차량의 운송을 방해하고,  계란을 투척하며 욕설을 퍼붓는 데 이어 지난 4일엔 노조원 5명이 하이트교에서 15m 아래 강으로 뛰어드는 아찔한 모습까지 연출했다. 하이트진로 추산에 따르면 현재까지 직접 피해만 50억~60억원에 달하고 출고 지연 등 간접 피해를 합치면 100~2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7일까지 현장에선 노조원 10여명이 현행범으로 체포됐고, 이 중 4명에 대해 구속영장까지 청구됐다. 그럼에도 이들의 파업은 좀처럼 해소 기미가 보이질 않고 있다. 노조 측은 사측의 노조 탄압을 주장하며 고용노동부에 특별근로감독 실시를 요구했으며, 향후에도 집회를 계속 이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하이트진로의 조속한 대응으로 아직 소비자에 대한 직접적인 피해는 없지만 파업이 장기화 될 경우 소비자들이 술을 구매하는 데 애로를 겪는 등의 문제가 생겨날 것으로 우려된다. 

조선업계도 파업으로 극심한 피해를 입고 있다. 대우조선 하청노조는 지난 6월 22일부터 1도크(선박 건조 공간)를 점거한 채 파업을 이어왔다가 7월 22일 겨우 파업이 종료됐다.

전국금속노조 경남지부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는 지난 달 사내 협력사들을 대상으로 노조 전임자 인정, 노조 사무실 지급, 임금 30% 인상, 상여금 300% 인상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파업이 남긴 상처는 컸다. 대우조선해양은 이로 인해 진수작업을 진행하지 못하고, 선후 공정이 밀려 지금까지 7000억원이 넘는 손실이 난 것으로 추산된다. 하청업체들의 연쇄파업까지 벌어졌다. 조선소 업무가 막히자 협력업체도 덩달아 일을 하지 못하게 돼 수입이 줄면서 버티기 어려워졌다.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약 7곳이 폐업한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조선업계인 현대중공업도 파업으로 고통을 겪었다. 전국금속노조 현대중공업 지부는 사측과의 단체교섭 결과 이견차가 발생하자 지난 4월 27일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노조는 울산 본사 내의 조선, 엔진 기계 작업장 주요 도로를 점거해 작업을 위한 물류를 막는 등 쟁의행위로 업무를 방해했다. 파업이 보름을 넘기면서 생산차질에 다른 손실 규모가 1000억원에 달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7월 6일 임단협 교섭 부진을 이유로 또 다시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40m 높이의 크레인까지 불법 점거하며 투쟁 강도를 높였다. 

택배업계도 파업으로 홍역을 치뤘다. 민주노총 전국택배노조는 CJ대한통운이 택배기사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를 제대로 이행하고 있지 않다며 지난해 12월 말부터 올해 3월 초까지 파업을 벌였다. 택배노조는 CJ대한통운 본사를 19일 동안 무단 점거했다. 

노사 공동합의로 파업을 종료했지만 최근 택배노조는 또다시 파업 카드를 꺼내 들었다. 앞서 파업 과정에서 계약이 해지된 조합원들을 복직시키라는 것이 이들의 요구다. 택배노조는 복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다시 파업에 나서겠다며 일전을 불사할 태세다.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 소속인 현대제철 노조는 충남 당진제철소 사장실 등을 무단 점거한 지 3개월이 넘어 장기화로 치닫고 있다. 지난 5월 2일 시작된 현대제철 노조의 당진제철소 사장실 점거가 93일 넘게 이어지고 있다. 일주일에 적어도 사흘은 당진제철소로 출근하던 안동일 사장은 노조의 불법 점거가 시작된 이후 단 한 번도 당진 현장을 방문하지 못했다. 

현대제철 노조는 최근 충남 당진제철소에서 열릴 예정이던 임단협 9차 교섭이 무산되자 “신중하고 기습적인 게릴라 파업을 벌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산업계 뿐만 아니라 금융노조도 9월 16일 총파업을 예고한 상황이다. 2016년 성과연봉제 등에 반발해 총파업을 벌인 후 6년 만이다. 이번에는 직원 임금 인상 등이 파업의 명분이다. 


정부 미온적 태도로 관망 중... 엄정한 공권력 집행과 함께 손배소 청구가 보장되야


올해 들어 이같은 노조의 파업이 기승을 부리면서 산업계 곳곳에서 곡소리가 나고 있는 형편이다. 고환율, 고금리, 고물가 등 3고가 지속되고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대기업 중심으로 비상경영이 이어지는 가운데 노조의 발목잡기가 더욱 극성을 부린다. 

특히 노조가 도로 무단 점거, 사장실 무단 점거, 조선소 크레인 무단 점거 등 강도높은 불법행위를 지속하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로 지목된다. 현행 노조법 제37조에 따르면 노조는 사용자의 점유를 배제하여 조업을 방해하는 형태로 쟁의행위를 할 수 없다. 같은 법 제38조에도 정상적인 업무를 방해하는 방식의 쟁의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노조의 불법 행위에 대해 엄정 대응하겠다는 말과 달리 다소 미온적으로 대응하면서 사태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원의 퇴거 명령을 노조가 무시해도 다음 대책이 전무하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사태 때에도 공권력 투입을 시사만 했을 뿐 뒷짐만 지면서 피해를 키웠다. 현대중공업 노조가 조선소 핵심설비인 턴오버 크레인을 불법 점거해도 주무처인 고용노동부는 한발 물러선채 관망했다. 

불법파업으로 피해를 입은 회사가 노조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하기도 쉽지 않다.현실적으로 기업이 손해배상을 청구해도 합당한 배상액을 받아내기가 어렵다. 이미 파업으로 막심한 피해를 입은 사측이 공장 정상 가동 등을 위해 노조 측의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산업계는 불법파업으로 인한 피해가 막심한 만큼 엄정한 공권력 집행과 함께 손배소 청구가 보장되고 실효성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금처럼 정부가 미온적 태도를 이어간다면 정부의 불법 쟁의활동을 막기가 어려워지고, 이는 기업의 천문학적 손실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된다.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에서는 사업장을 점거하는 방식의 쟁의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근로자 단결권과 사용자의 재산권, 영업권이 동등하게 보호받아야 한다는 원칙 때문이다. 이를 어길 경우 징계·해고까지 가능하다. 이들처럼 불법 쟁의행위를 정부가 나서서 엄격히 금지해야 하고, 정부가 불법파업의 범위와 손해액 산정과 관련해 명확한 기준을 정해 손배소 청구의 실효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노조의 존재는 필요하지만 불법 파업만큼은 정부가 미온적 태도를 버리고 강력하게 막아야 한다"며 "파업으로 기업들이 입는 천문학적인 피해는 오롯이 기업들이 메워야 할 부담으로 돌아가고, 회사의 건실한 성장을 막는다. 파업을 강력하게 제지하지 않으면 앞으로 윤석열 정부 남은 임기는 노조의 불법 투쟁 잔치가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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