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 노조와 현대차·기아 노조가 경제 위기 속 극과 극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토요타 노조는 내년 글로벌 경제 위기가 예상되자 임금 동결을 준비하는 반면, 현대차·기아 노조는 평생 차값 할인을 해달라고 떼를 쓰고, 작업자 배치 분배도 방해하고 있다. 


토요타 노조 내년 임금협상에서 임금 동결 가능성 높아...60년 무분규 역사


7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토요타자동차 노조는 내년 임금 협상에서 임금 동결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게 제기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쓰루오카 미쓰유키 토요타자동차그룹 노조연합회장은 지난달 27일 "인플레이션이 기업 실적을 압박하고 있다. 물가 상승을 이유로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것은 소모적"이라며 "이미 토요타의 처우는 풍족하고 직원들이 많은 혜택을 받고 있어 임금 인상이 최선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토요타는 노조와 2023년 임금 단체협상을 막 시작한 상태다. 경제 위기가 가중되는 가운데 노조가 회사에 임금 동결을 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토요타는 노사와 안정적인 노사관계를 구축한 것이 강점으로 꼽힌다. 60년이 넘는 긴 세월동안 노사 무분규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회사와 동행한다는 개념을 갖고 있는 토요타 노조는 과거 여러 차례 어려운 경영환경을 맞이할 때면 임금인상 자제를 선언해왔다. 

토요타 노조는 2003년 임금 교섭 때 사상 최대의 영업이익을 낸 회사측이 먼저 임금 인상을 제안했지만 오히려 “국제경쟁력 저하가 우려된다”며 거부했던 일화로 유명하다. 지난 2011년에도 앞으로 경영전망이 불투명 하다며 임금인상 자제를 선언했었다.

2019년에는 토요타 노조가 "전 직원이 위기의식을 공유해야 한다"며 기본급을 개인의 평가에 따라 5단계로 나눠받는 제도를 받아들였다. 연차가 쌓이면 자연스럽게 임금이 오르고 승진을 한다는 일본 제조업의 전통적 임금제도 개편을 노조가 먼저 수용한 것이다. 

지난 1950년 경영 악화에 따른 구조조정 과정에서 노조가 파업했다가 전체 근로자 중 25%가 감원됐던 아픈 경험 이후 도요타에선 ‘파업’이란 단어가 아예 사라졌다. 이는 토요타가 전세계 자동차 회사 1위 회사가 된 핵심 경쟁력이 됐다. 


기아 노조 ‘퇴직자 차량 평생 할인하라’ 파업 으름장에 현대차 노조 작업자 배치도 딴지


반면, 현대차·기아 노조는 토요타 노조와 정반대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기아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퇴직자의 차량 할인폭역대 최대폭의 임금 인상을 약속받고도 ‘퇴직자 차량 평생 할인’을 보장하라며 파업 으름장을 놓고 있다. 홍진성 기아 노조위원장은 "75세까지로 연령을 제한한 퇴직자 차량 할인 제도를 해결하지 않으면 파업으로 정면돌파하겠다"고 했다.

기아 노조는 성과 보너스 2000만원이 포함된 올해 단체협약안을 조합원 투표로 부결시켰다. 장기 근속 퇴직자에게 현대·기아차 구입 시 평생 30% 할인 혜택을 주고 있는데, 이것을 75세까지로 제한하고 할인 횟수도 2년 단위에서 3년 단위로 늘린 것을 문제 삼았다. 

기아 소하지회 노조는 지난해 회사가 5년 만에 생산직 정규직 신규 채용에 나서자 ‘직원 자녀 우선 채용’을 요구하기도 했다. 

현대차는 2019년부터 올해까지 4년 연속 무분규 타결에 성공했지만 노조와 크고 작은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9월 말 현대차 노조는 사측이 아이오닉 생산을 중단하면서 유휴 인력에 대한 전환배치를 결정하자 "작업자를 뺄 수 없다"며 맞서면서 울산공장 라인 일부가 멈춰서기까지 했다.  조정된 인원으로 라인을 가동하려는 운영 관계자와 라인 가동을 막아선 노조 대의원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일감이 줄어든 만큼 해당 인력을 다른 라인으로 전환 배치해야 하는데 노조는 조정 불가 입장만을 고수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2019년 작업 시간 중 영화·축구·야구 보는 걸 막기 위해 회사가 와이파이를 차단하자 집단행동을 불사했다. 작년엔 현대차 울산4공장 노조원들이 생산물량을 나눠 달라고 찾아온 전주공장 노조 간부를 집단 폭행하기도 했다. 

현재 고환율, 고금리, 고물가 등 3고가 지속되고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현대차의 경우 미국 정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한국산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기로 하면서 위기가 가중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현대차·기아 노조는 이런 위기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들의 이익 극대화에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글로벌 위기에 맞서 임금 동결을 하려는 토요타 노조와 뚜렷하게 대비된다. 

현대차 국내 공장에서 차 한 대당 투입되는 노동 시간은 28시간으로 경쟁사인 도요타보다 10% 이상 더 길다. 그런데도 연봉은 20% 가까이 많이 받는다. 지난해 현대차 직원 평균 연봉은 9400만원이었고, 기아 직원 평균 연봉은 1억원이 넘는다. 토요타의 지난해 직원 평균 연봉은 858만엔(약 8500만원)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 글로벌 경제상황에 먹구름이 끼고 있는데 현대차 기아 노조는 자기 밥그릇만 챙기고 있다"며 "자율주행차와 전기·수소차 시대를 누가 주도하느냐를 놓고 사활을 건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시국에 토요타 노조와 대조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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