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가 불편함만 초래한다며 리딩기 도입을 거부하자 현대차그룹 직원들까지 "피해의식 있냐"며 냉소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지부는 최근 노조 홈페이지에 '식당 리딩기, 식사질 연계 안돼. 불편함 초래, 리딩기 거부한다'라는 글을 홈페이지에 올렸다. 

노조는 이 글에서 "지난 1분기 중앙노사협의 결과에 따라 6월 30일까지 2개월간 '식사질' 향상을 전제로 한 식당 바코드 리딩기 관련 협의를 해왔다"며 "리딩방법 편의성 향상, 중석식 포인트제, C코스 중량 등 안건들을 논의했지만 집행부는 그 어느것도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리딩기 도입이 식사질 향상과 아무련 관련이 없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노조는 식사 리딩을 거부하는 이유로 정확한 식수 파악으로 인한 식사질 향상 효과가 없고, 리딩으로 인한 이중취식이 없어도 빈번한 식사결품 현상이 발생해 식수인원 파악이 의미가 없으며, 각 코스별 리딩기 자료를 바탕으로 한 현장 선호메뉴 파악과 그에 따른 추가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또 식사를 하지 않는(못한) 조합원에 대한 혜택이나 대책이 없고, 출입증 미소지(모바일 어플(로 인한 리딩 불폄함만 커진다고 덧붙였다. 

노조는 또 7월 4일 중, 석식부터 아산, 전주, 울산공장 조합원은 리딩 없이 식사를 하는 '현장 투쟁 지침'을 내렸으며, 식당 바코드 리딩기 거부와 관련 문제가 발생시에 지부가 즉각 대응키로 했다. 

식사 리딩기는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 사원증이나 스마트폰 어플로 체크를 하는 기계다. 현대차는 노후화된 울산공장 등 일부 구내식당을 리모델링하는 과정에서 식사 리딩기를 도입했다.

구내 식당에서 밥을 먹는 인원을 정확하게 파악해 이에 맞춰 음식재료를 준비하고 양질의 식사를 준비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중복 취식 및 외부인의 무상식사를 막겠다는 의미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는 공장 임직원들에게 무료로 식사를 제공 중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노조 일부가 반발했다. 이들은 "회사 측이 언제든지 노조원들의 개인정보와 동선을 파악할 수 있다"며 식사 리딩기 폐기를 주장하고 있다. 

직장인 익명게시판(블라인드)에 노조원으로 추정되는 현대차 직원이 '사원증 리딩 거부한다!'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 노조원은 "식사시 사원증 리딩이 웬 말이냐. 함께 연대하여 현장투쟁하자"고 썼다. 그는 "직원들 감시하는 목적이 있는 거 다 안다"라고도 썼다. 

블라인드에 '사원증 리딩 거부한다'는 현대차 노조원 글에 달린 현대차그룹 직원들의 댓글 반응.(출처: 블라인드)
블라인드에 '사원증 리딩 거부한다'는 현대차 노조원 글에 달린 현대차그룹 직원들의 댓글 반응.(출처: 블라인드)

그런데 현대차그룹 직원들까지 "피해의식 있냐"며 납득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해당 글에는 다수의 현대차그룹 직원들이 댓글을 달았는데 "범죄자세요? 감시타령이야 진짜...", "저 정도 피해의식이면 정상생활이 안될 거 같은데", "식사태그가 뭔 감시? 밥 먹는거 감시를 왜해? 피해 망상이야? 병원을 가봐", "사원증 찍는게 당연하지. 감시라고 생각하는게 신기하네", "아님 두번 쳐먹을라고?", "그럼 근태 작성하는 것도 출퇴근 감시 목적이냐?" 등 부정적 내용들로 도배됐다. 

사측 역시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식사 리딩기 도입은 식사질 향상을 전제로 정확한 식수원인 파악과 A, B, C 코스 도입, 테이크아웃과 헬스케어를 도입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현대차 노조는 파업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이다. 지난 1일 현대차 노조가 실시한 쟁의행위 찬반투표 결과 재적인원 4만6568명 중 4만958명(88%)이 투표에 참여해 3만3436명이 찬성표를 던져 제적대비 찬성률이 71.8%로 집계됐다. 노조는 오는 6일께 파업 날짜와 형태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금협상에서 기본급을 16만5200원(호봉 승급분 제외) 인상하고 지난해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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