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은 현재 고용 규모가 삼성전자, 현대차에 이어 국내 3위(5만명 이상)의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회사의 성장에도 적자를 면치 못하며 생존이 절대과제인 기업이기도 하다. 노동자와 합심해서 위기를 극복해야 하지만 쿠팡의 발목을 잡는 존재가 있다. 바로 민주노총(이하 민노총)이 만든 노동조합(이하 노조)이다. 
 
쿠팡 노조는 지난해부터 노골적인 회사 공격에 열을 올려왔다. 올해 들어서 공격강도가 갈수록 거세지는 분위기다. 가장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망사고, 직장인 괴롭힘, 휴대전화 반입 금지 등 자극적 소재들로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노조가 사실상 회사 흠집내기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노조 가입율은 낮은 상태에 머물러 있다. 쿠팡 노조가 행해온 회사에 대한 공격의 내용은 무엇이고, 왜 이렇게 공격을 하고 있는지와 노조의 한계 등을 분석해본다. [편집자 주] 

지난해 6월 7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7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를 전날 설립했다"고 밝혔다.

쿠팡 노조, 지난해부터 자극적 소재들로 총공세...사실상 회사 흠집내기 그쳐


쿠팡에는 노조가 두개 있다. 모두 민주노총이 만든 것이다. 2017년 쿠팡 배송기사들로 이뤄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 쿠팡지부가 설립됐고, 2021년에는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를 출범시켰다. 활발하게 회사 공격을 하고 있는 노조는 공공운수노조다.

지난 2월 공공운수노조는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하던 50대 근로자 A씨가 병원에서 약 두 달간 치료를 받다가 최근 숨진 사건에 대해 쿠팡 책임론을 제기했다. 노조 측은 쿠팡의 안전 대응절차 때문에 외부 신고가 지체됐다며 중대재해처벌법 적용까지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공운수노조는 노씨가 당시 극심한 두통을 호소했지만 구급차에 실려 병원에 도착하기까지는 1시간 30분이나 소요돼 쿠팡 측의 대처가 미흡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쿠팡측에 따르면 당시 A씨가 두통을 호소해 곧바로 119 신고가 이뤄졌고 구급차가 멀리 떨어져 있어 물류센터에 도착하는데 30여분이 걸렸지만 후송 당시 의식이 있었다. 게다가 구급대원이 인근 병원으로 후송하려 했지만 코로나 확산 등으로 격리실이 없어 진료가 어려워 20km 떨어진 병원으로 후송됐다.

쿠팡은 긴급상황 발생 시 누구나 외부에 신고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항변했다. 고인의 발병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태임에도 회사에 단정적으로 책임을 추궁하고 있다며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고인의 안타까운 죽음을 이용하려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8월에는 공공운수 노조가 35도 찜통 물류센터에서 일한다며 정부의 특별근로감독이 필요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물류센터 내 노동자들이 혹서기에도 적절한 냉방장치 없이 일하고 있다는 것이다. 환기가 전혀 되지 않는 건물, 상품을 많이 쌓기 위해 만든 복층 구조 속에서 노동자들은 선풍기에만 의지해 매년 노동을 해왔다며 7월 말부터 8월 중순까지 물류센터 내부 온도가 35도를 넘은 날이 10여일에 달한다고 했다. 

그러자 쿠팡은 즉시 여름철 물류센터 내부 영상을 공개하며 반박에 나섰다. 물류센터 내 휴게실에는 천장형 냉난방기를 설치했고, 작업장 내부에도 근로자 개인 전용 냉난방 겸용 에어컨 공조 장치와 덕트형 에어컨 공조 설비를 곳곳에 마련했다. 작업장 내 현장 휴게공간에도 대형 선풍기를 설치했다. 기록적 폭염에도 휴게실은 항시 섭씨 26도 이하의 온도로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게 했다. 

쿠팡 노조는 휴대전화 반입을 금지하고 있다는 주장도 했다. 지난해 9월 6일 공공운수노조는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쿠팡이 노동자가 일하다 다치거나 위험한 상황에서 연락을 취할 수 없는 어려움을 생각하지 않고 보안과 안전을 핑계로 휴대전화 등 개인 소지품 반입을 금지하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노조는 휴대전화 반입금지 철회를 촉구하는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 736명의 서명을 인권위에 민원으로 제출했다. 

쿠팡은  노조가 주장하는 물류센터 내 휴대전화 반입 금지는 사실이 다르다며 즉각 반박했다. 쿠팡은 물류센터 근로자들이 개인 사물함에 개인 휴대전화를 보관해두고, 점심시간 등 법적 휴게 시간에 언제든 자유롭게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컨베이어벨트와 지게차 등이 돌아가는 작업공간과 근무시간 등 근로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휴대전화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또 작업 중 긴급상황이 발생하면 즉시 비상연락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시스템이 마련돼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5월에는 노조가 '직장인 괴롭히기' 문제도 제기했다. 지난 5월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 간부로 활동 중인 쿠팡 물류센터 직원이 상사로부터 부당한 간섭 및 협박을 당했다며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접수했다.

진정서에 따르면 상사가 “쿠키런 활동(노조 활동)을 하는 것 같은데 먼저 동료들에게 피해를 주지 말고 모범을 보여야 하는 것 아니냐” 등의 언급을 했다며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위반을 신고했다. 또한 “새로운 업무에 전환배치 당했다”, “사실관계확인서를 작성하게 했다” 등 괴롭힘을 당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해당 노조 간부에게 5개월 유급휴가 및 심리 치료비 지원, 회사 측의 공개 사과, 노동청에서 괴롭힘을 인정하지 않은 직원들에 대해서까지 중징계 및 정신건강 조사, 노조의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참여 보장 등 갖가지 요구조건을 내건 공문을 발송했다.

쿠팡은 진정서를 접수한 노조 간부에게 5개월의 유급휴가를 부여하는 등의 요구사항이 본 사안에 대해 합리적인 관련성이나 근거를 갖추고 있는 것인지 의문을 제기했다. 또 민주노총이 직장 내 괴롭힘이 인정되지 않은 직원들까지 중징계를 요구하는 등 제도를 악용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실제 노조에서 4명의 직원을 가해자라 주장하며 중징계를 요구했으나 관할 노동청은 이 중 1명의 일부 발언에 대해서만 문제를 인정했다. 

노동청은 “노조 활동과 관련한 업무 지적을 한 질책은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나 다른 주장들은 모두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2020년 3월에는 배송기사가 사망하는 사고가 나자 노조가 쿠팡의 서비스 핵심인 새벽 배송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당시 노조는 새벽 배송 중단 뿐만 아니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물량의 무게, 배송지 환경 등을 고려한 친노동적인 배송환경 마련,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성실 교섭 이행 등을 요구했다.


민노총이 원하는 것은 '힘있는 노조'...낮은 가입률 높이기가 최대 과제


쿠팡 노조는 민주노총이 만든 것이다. 민주노총은 이런 노골적인 쿠팡에 대한 집중 공격으로 무엇을 원하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들의 목적은 각종 쟁의 활동으로 인한 처우 개선도 있지만 노조 가입률을 높여 쿠팡을 좌지우지할 만 한 '힘 있는 노조'가 되는 것에 있다. 그러려면 5만명 직원들의 노조 가입률이 높아야 한다. 하지만 단기근무가 많은 택배업 특성상 노조 가입률은 형편없었다. 

이에 민주노총은 낮은 쿠팡 노조 가입율을 높이기 위해 회사를 집중 공격하는 방식을 택했다. 회사가 잘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노동자들이 열악한 처우를 받고 있다고 강조해야 노조가 클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노조가입률 증대라는 성과가 미미하자 민주노총은 블라인드를 통해 쿠팡 직원들에게 노조 가입을 독려하기까지 한다. 지난해 6월 노조는 회사가 물류센터 화재사고로 한장 공격을 받을 시기에 직장인 익명게시판(블라인드)에 노조 가입을 촉구하는 글가 함께 노조 가입서를 다운받을 수 있는 링크를 올렸다. 

예상과 달리 많은 쿠팡 직원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그간 노조비용을 사용내역서를 공개하라는 요구부터 허위사실을 유포해 회사 이미지를 실추시켰다는 내용 등 다양하다. 아울러 노동자의 권익 신장 등을 위한 본래 목적보다는 자신들의 세력확장이나 이익을 위해 움직인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쿠팡 한 직원은 댓글을 통해 "왜 가입률이 저조한지 알 것 같다"며 "잘못된 정보로 오해하지 않게끔 스스로 활동해 달라"고 썼다. 

쿠팡 직원들의 노조에 대한 인식은 지금도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정확한 노조 가입률은 알 수 없지만 지금도 여전히 노조 가입률이 매우 낮은 것으로 전해졌다. 


왜 쿠팡인가?...고용규모 국내 3위에 크고작은 사고 잦은 업무특성, 정권교체 이슈까지


민주노총 입장에서 쿠팡은 생각만해도 군침이 도는 기업이다.  

우선 압도적인 고용 규모다. 국내 e커머스 규모가 커지면서 관련 산업 종사자는 급증하고 있다. 5만 명이 넘는 쿠팡의 고용 규모는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에 이어 국내 3위로 성장했다.

내년 국내 최대 규모 물류센터인 대구첨단물류센터(대구FC)의 가동을 시작으로 현재 건립 계획 중인 13개의 물류센터가 모두 가동될 시 고용규모는 9만명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5만명 이상의 직원 수는 노조 가입률이 높기만 하다면 민노총의 힘을 극대화 시킬 수 있는 조건이다. 

일반적 대기업과 달리 육체노동자들이 다수여서 노조에게 유리한 사건사고가 일어난 확률이 높은 것도 민노총 입장에서는 공략하기 쉽게 여겨질 수 있다. 

인력 급증으로 크고작은 사고가 이어지는 상황 속에 물류기업들이 느끼는 공포의 차원은 이전과 크게 달라졌다. 중대재해법 시행으로 사업장에서 발생한 모든 사고에 대해 처벌 가능성이 한층 커졌기 때문이다. 민노총은 쿠팡에 대해 이런 부분을 집중적으로 공격하고 있다. 과로사, 산재사고, 노동자 근무환경, 직장인 괴롭힘 등 예민한 부분들을 문제 제기하고, 이슈를 키워왔다.

민노총이 집중적으로 쿠팡을 공격한 것은 지난해부터이고, 올해 들어서는 공세를 더욱 강화하고 있는데 재계에서는 이같은 이유로 정권교체를 든다. 

노조에 부정적이고 친기업 성향인 윤석열 당선인이 차기 대통령으로 확정되면서 민노총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형국이다. 대놓고 친 노조 성향이었던 문재인 정권과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 민노총 입장에서 정권이 바뀌기 전에 쿠팡에 대한 노조 가입률을 최대한 끌어올리고, 자신들의 입지를 다져놔야 할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런 노력들은 결과로만 볼 때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진 노조 가입률이 이를 증명한다. 차기 정권이 들어설 시간은 두 달이 채 남지 않았다.


쿠팡 노조가 가입률을 높이려면 민노총 꼭두각시 아닌 '공생'의 건전한 노조로 거듭나야


최근 민노총에게 희망적인 소식도 들려왔다. 쿠팡이 벤치마킹한 세계 최대 온라인 유통회사인 아마존에 처음으로 노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뉴욕 최대 물류창고 'JFK에잇(8)'은 찬성 54%로 노조 결성에 성공했다. 아마존은 고용인원이 110만명에 달하며 월마트에 이어 미국에서 두 번째로 고용을 많이 하는 회사다. 

쿠팡에도 노조가 있지만 가입률, 조직률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아마존의 노조설립은 쿠팡 노조 입장에서 세력을 확대할 수 있는 명분과 희망으로 다가올 수 있다. 

아니나 다를까 6일 쿠팡 공공운수노조는 아마존 물류센터 노조 결성을 적극 지지하는 성명서를 냈다. 노조는 "아마존의 무노조 경영 원칙을 깨부수고 노동조합의 깃발을 세운 동지들의 역사적 승리에 우리 또한 온 마음으로 기뻐하고 있다"며 "쿠팡은 '한국의 아마존'으로 불리고 있다. 아마존의 비즈니스 모델, 물류센터 운영 방식, 그리고 잔혹한 노동 통제까지 아마존과 쿠팡은 매우 비슷하다. 서로 연대의 힘을 모아 쿠팡과 아마존, 그리고 전 세계 물류센터의 노동조건을 개선해 나가자"고 했다. 

하지만 문제는 현재의 쿠팡 노조는 민노총 산하기관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것으로 여겨진다는 점에 있다. 쿠팡 노조 활동의 대부분이 노동자들의 삶을 개선시키기 위한 의도를 가진 건전한 노조활동이 아닌 자기 회사 흠집내기에 그치고 있다. 물류센터 화재사건 당시 쿠팡이 온 공격을 당할 때도 노조는 불매운동은 하지 말아달라는 간곡한 부탁은 커녕 회사를 공격하는데 바빴고, 블라인드에서 노조가입을 독려했다. 

당시 노조가입을 독려하는 블라인드 글에는 "이번에 노조가 노조가 언론과 합세해서 진정한 갑질을 보여줬죠. 쿠팡 불매는 하지 말아 달라고 얘기는 안 하시더라고요. 지금껏 피땀으로 쌓아 올린 이미지가 한 순간에 재가 되었어요"라는 댓글이 달렸는데 노조를 바라보는 직원들의 인식을 대변한다. 

쿠팡은 적자가 1조8000억원에 이르는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회사다. 적자 전환을 언제 할 지 기약할 수 없다. 흑자를 내지 못하고 투자금이 사라지면 지금껏 살아남았던 쿠팡도 앞으로의 생존을 장담할 수 없다. 노조가 회사 흡집이나 내며 국민들의 인식을 부정적으로 바꿀 때가 아니란 얘기다. 

재계 관계자는 "현재 쿠팡 노조의 모습을 보면 안좋은 이슈를 부풀리고, 공론화 시키는 등 회사에 흡집내기식 활동에 그치고 있다"며 "민노총 꼭두각시 노조가 아니라 노동자들의 이익을 대변하고 회사 성장을 함께 도모하는 노조로 거듭나야 가입률이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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