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유화학 박철완 전 상무
금호석유화학 박철완 전 상무

금호석유화학 박철완 전 상무가 '2차 조카의 난'을 일으켰음에도 주가 상승은 지지부진하다. 최대주주인 박철완 전 상무가 주가를 단기간에 올려 빠져나가기 위한 엑시트(출구전략) 의도를 시장이 파악해 버려서 2차 경영권 분쟁 약발이 통하지 않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이 '경영권 테마주' 취급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금호석유화학 주가 15만 원대...2차 경영권 분쟁 터트렸음에도 주가 '정체'


16일 오후 금호석유화학 주가는 전일보다 3.6% 오른 15만5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약 한달 전 금호석유화학 박철완  전 상무가 2차 경영권 분쟁을 터트렸음에도 주가는 15만원 대에서 정체상태다. 

이는 지난해 1차 경영권 분쟁을 터트렸을 때와는 다른 양상이다. 금호석유화학 주가는 지난 2020년 9월 말 9만2000원 수준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1월 박 전 상무가 움직임을 개시한 이후 20만원 선으로 치솟았고, 5월에는 29만8500원까지 올랐었다. 

이후 주가는 계속 하락해 현재 15만원 대까지 떨어졌다. 사실상 현재 박철완 전 상무의 경영권 분쟁으로 인한 주가 상승은 기대하기 힘들어 보이는 양상이다. 떠나버린 외국인과 기관이 언제 돌아올지 기약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경영권 분쟁이 일어나기 전 금호석유화학 주주 분포는 '대주주(자사주포함):외국인:기관(연기금포함):개인주주' 비율이 '43:29:21:7' 구도였다. 그런데 경영권 분쟁이 벌어지고 1년이 지난 현재 주주 분포는 '43:20:16:21'의 비율로 크게 바뀌었다. 대주주는 그대로였지만 외국인 비중이 29%에서 20%로 줄어들었고, 기관 비중이 21%에서 16%로 대폭 하락한 반면, 개인주주 비중이 7%에서 21%로 대폭 상승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떠나가고, 개인주주 비중이 대폭 확대된 상황으로 현재 금호석유화학 개인주주 비중은 21%, 약 600만주 정도다. 이중 절반이 30주 미만의 소액주주로 파악된다. 전자공시에 따르면 2020년 연말 금호석유화학 소액주주 수는 3만1951명이었는데 2021년 상반기 기준 소액주주 수는 8만4462명으로 늘었다.  

박철완 전 상무가 경영권 분쟁을 일으키면서 소액 개인주주 비중이 늘어났는데 이들은 주가가 오르면 바로 주식을 팔아치울 단기 투자자들이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권 분쟁은 곧 주가 상승이라는 공식을 믿은 단기 투자자들이 금호석유화학을 경영권 분쟁 테마주로 인식하고 몰려든 것이다. 현재 소액주주의 정확한 수치는 알 수 없지만 지난 2월 박철완 전 상무가 2차 경영권 분쟁을 일으키면서 소액주주들의 비중이 더 높아졌을 가능성이 있다. 


소액주주 비중 늘고 외국인과 기관은 떠나...박철완 엑시트 의도 '들통'


반면 회사의 비전과 가치, 실적을 중시하는 외국인과 기관은 금호석유화학이 좋은 실적을 거두고 있고, 향후 전망이 나쁘지 않은데도 지난 1년간 금호석유화학을 떠났다. 

회사의 장기적 가치를 중시하는 외국인과 국민연금 등 기관이 금호석유화학에 대한 투자를 줄인 것은 금호석유화학이 1차 경영권 분쟁으로 주가급등에 따른 차익실현을 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소액주주들의 잃어버린 재산을 금호석유화학 주식을 장기 보유하던 일부 외국인 투자자와 기관 투자자가 얻어간 셈이다. 

지금은 경영권 분쟁 테마주가 되어버려서 단기 투자자들이 몰려들었고, 이들은 이익이 나면 바로 떠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외국인과 기관입장에서 투자 매력도가 떨어진 상태다. 

주가가 정체된 원인으로 외국인과 기관들이 박철완 전 상무의 경영권 분쟁을 회사를 보다 바람직하게 바꾸기 위한 의도라기 보다 최대주주인 자신이 주가를 끌어올려 매각하기 위한 '엑시트(출구전략)'의 일환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사실상 박철완 전 상무의 잇따른 경영권 분쟁을 오히려 주가 불안요소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박철완 전 상무 입장에서는 주가가 15만원 대로 떨어진 상황이기 때문에 경영권 분쟁을 일으켜 주가를 띄워야 최대의 이익을 얻을 수 있다. 박 전 상무는 주가가 30만원 가까이 올랐던 지난해 5월에도 주식을 처분하지 않았다. 경영권 분쟁 이후 주가가 올랐다고 해서 바로 주식을 처분하게 되면 일부러 시세차익을 얻기 위한 목적으로 경영권 분쟁을 일으켰다는 것이 입증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주가가 현재 15만원 대까지 크게 떨어지면서 박철완 전 상무 입장에서는 보유한 주식 매도를 위해서는 주가를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박 전 상무는 15일 공식 자료를 내고 "15만원대 전후에 불과한 현재 시장에서의 주가는 회사 측 안일한 배당 정책과 미흡한 자사주 소각 정책 때문"이라며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금호석유화학 전 상무의 경영권 분쟁을 엑시트로 보는 기관과 외국인들이 많아졌고,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는 단기 투자자들이 많이 몰려들어서 투자 매력이 줄어들며 주가가 발목을 잡힌 것"이라며 "만약 박철완 전 상무의 2차 경영권 분쟁이 없었다면 꾸준한 실적과 성장성으로 장기투자자들이 안정적으로 붙고, 배당 테마주로도 시장의 관심을 받으며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일부 개인주주 박철완 전 상무 편들고, 사측과 박 전 상무 공방전 '혼돈' 양상


외국인들과 기관은 금호석유화학 주식에 손을 떼는 분위기지만 일부 개인주주들이 박철완 전 상무의 손을 들어주고, 회사 측과 박 전 상무간에 공방전이 고조되는 등 혼돈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 

개인주주들 일부는 박철완 전 상무에게 의결권 행사를 위임하자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박 전 상무 측은 의결권 대리 행사 권유를 위해 필요한 참고서류를 지난 10일 공시했으며, 이후 네이버 주주게시판에는 개인주주들이 모여 박철완에게 위임권을 주고 이를 인증하는 글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이들 일부 개인주주들은 금호석유화학 주가 하락을 경영진 책임으로 돌리는 박철완 전 상무의 의견에 동의하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 금호석유화학은 "주주 박철완 측이 전자위임을 공시하지 않았음에도 홈페이지를 통해 불법적 전자위임장 모집을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포탈 사이트 주주 게시판을 중심으로 주주 박철완 측의 의결권 대리행사권유 위탁기관 소속직원의 문자로 보이는 글이 유포되고 있다"며 법적조치도 불사할 것임을 알렸다. 

주가가 속절없이 하락하며 피해를 입게 된 개인주주들 일부가 박철완 상무에게 의결권까지 위임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박철완 전 상무가 2차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한다고 해서 주가가 오를지는 의문이다. 외국인과 기관들이 들어오지 않는 이상 주가 상승은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박철완 전 상무가 2차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할 가능성도 낮아보인다. 개인주주들의 비중이 21%로 높아졌으나 아직도 외국인(20%)과 기관(16%) 비중이 36%에 이른다. 이들은 현 경영진을 더 신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편, 금호석유화학은 오는 25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사외이사 2명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 1명 선임 △제45기 재무제표와 이익배당 승인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 총 4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앞서 박 전 상무는 자신의 사내이사 선임과 2명의 사외이사 선임을 제안했다. 박 전 상무의 사내이사 선임안은 안건에서 제외됐으며 박 전상무가 추천한 2명의 사외이사 선임안은 상정돼 25일 주총에서 표 대결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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