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의 난'을 일으키며 금호석유화학을 경영권 분쟁에 빠뜨렸던 박철완 전 상무가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본격적 행보에 나서고 있다. 금호석유화학 최대 주주로써 현재의 낮은 주가에 만족할 수 없는 박 전 상무가 또다시 '2차 조카의 난'을 일으켜 주가 띄우기 및 엑시트(출구전략)에 나섰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주가 부양효과는 미미하고, 박 전 상무의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태도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최대주주이자 전 상무.(사진=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전 상무)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최대주주이자 전 상무.(사진=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전 상무)

 


박철완 전 상무, 2월들어 2차 조카의 난 돌입...엑시트 목적 추정


박철완 전 상무는 지난 9일 경영 투명성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목적으로 주주제안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주주제안의 구체적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이어 11일엔 금호석유화학과 OCI가 작년 12월에 서로 맞교환한 자기주식 (OCI가 취득한 금호석유화학 주식 17만1,847주)에 대한 의결권 행사를 금지해 달라는 내용의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했다. 

2021년도 정기주주총회를 전후하여 금호석유화학에 대한 경영권 분쟁이 공식화됐고, 2022년도 정기주주총회에서도 경영권 분쟁 상황이 계속될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 금호석유화학이 경영상 필요 없이 현 경영진 및 지배주주의 경영권을 강화할 목적으로 자기주식을 처분한 것은 법률상 효력이 부인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주된 내용이다. 

박 전 상무는 21일에는 고(故) 박정구 회장의 글로벌 경영 마인드를 접목한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포부를 갖고 있다는 보도자료까지 배포했다. 

재계에서는 박 전 상무의 이같은 행보를 보고 '2차 조카의 난'이 열렸다고 본다.  

박 전 상무는 지난해 1월 말 주주제안을 하며 본격적으로 경영권 분쟁의 서막을 열었다. 박 전 상무는 △ 배당 대폭 확대안 △대표이사·이사회 의장 분리선임안 △내부거래·보상위원회 신설 정관 변경안 △박철완 상무 사내이사 선임안 △이병남·민준기·조용범·최정현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후보 선임안 등을 제안했다. 개별 홈페이지를 열고 소액 주주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하지만 지난해 3월 26일 있었던 주주총회에서 박찬구 회장이 승리하며 1차 경영권 분쟁은 막을 내렸다. 박 상무의 주주제안은 주주총회에서 모두 부결된 반면, 사측 안건은 대부분 통과됐다. 박 전 상무는 해임됐다. 

당시 '조카의 난'이 종식됐지만 올해 3월 정기 주총 전에 박 전상무가 또 다시 2차 난을 일으킬 것이란 예상이 있었다. 당시 주가가 상당히 떨어진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주가는 더 떨어졌다.

현재 금호석유화학 주가가 15만원대로 떨어지면서 작년 5월 6일 29만8000원 대비 반토막이 난 상태다. 최대주주인 박 전 상무 입장에서 엑시트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주가를 띄워야 하는 상황이고,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난'을 또 다시 일으키는 것이다.

그런데 과거보다 난에 성공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현재 회사 내부에 박 전 상무의 편은 없다시피한 상황인데다 다수의 주주들도 박철완 전 상무의 의도를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 전 상무, 뜬금없는 "선친 박정구 전 금호그룹 회장 경영 마인드 계승하겠다"


고(故) 박정구 금호그룹 회장 (사진=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전 상무)
고(故) 박정구 금호그룹 회장 (사진=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전 상무)

이런 상황에서 박 전 상무가 내놓는 포부와 보도자료 내용들은 공감하기가 어렵고, 일부는 그야 '내로남불'의 전형이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그는 2월 21일 배포한 '금호석유화학 최대주주 박철완, 선친 경영마인드 계승할 터'라는 제목의 보도자료에서 뜬금없이 아버지인 박정구 전 금호그룹 회장을 치켜세웠다. 

박 전 상무는 "1996년 박정구 전 금호그룹 회장이 금호그룹 창사 50주년을 맞아 회장으로 취임하며 미래 그룹 핵심사업으로 정보통신을 비롯해 바이오, 우주항공, 해양, 타이어 등을 제시하며 금호그룹을 이끈 장본인으로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고 했다. 

정작 금호석유화학의 전신이 된 석유화학 부문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박 전 금호그룹 회장이 석유화학 사업을 실제 경영이나 주력사업부문으로 중시했다고 볼 수 없다는 지적이다. 

박 전 상무는 "박정구 금호그룹 전 회장은 동아생명과 금호생명을 합병한 것을 비롯해 금호캐피탈과 금호종금, 금호건설과 금호타이어도 합병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는 강수를 두는 위기관리 능력을 선보인 바 있다"고 했다. 

하지만 2000년 5월 동아생명을 인수합병한 금호생명(현 KDB생명)은 이후 유동성 위기를 겪다가 워크아웃에 돌입해 2010년에서야 산은에 매각됐으며 현재까지도 부실 공방이 이어지며 매각에 번번히 실패하고 있는 기업이다.  

금호종금과 금호캐피탈은 매각된지 오래됐으며, 부실로 전면감자 및 경영진 처벌까지 이뤄진 업체들이다. 금호타이어도 외환위기 직후 군인공제회에 매각됐으며 이후 되사왔으나 경영난으로 워크아웃에 들어가 중국 더블스타에 매각됐다. 박 전 상무가 금호그룹에 인수된 뒤 사실상 실패의 역사가 이어진 기업들을 거론하면서 공감을 갇기가 힘들다는 지적이다.   

박철완 전 상무는 "고 박정구 회장의 장남으로 현재는 개인 최대 주주로 금호석유화학의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며 "비전을 제시해 금호석유화학이 명실상부한 세계적인 기업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선친의 경영철학인 의(義)를 실천하고, ‘비전 경영’을 제시하며, 미래 먹거리를 창출할 수 있는 혜안을 가진 경영자로 복귀해 주주가치를 제고하는데 힘을 보태고 싶다"고 했다.


박 전 상무 그동안 몸담았던 행적 보면 '물음표'...'내로남불' 전형 지적도


그러나 그가 그동안 몸담았던 회사에서의 행적을 보면 물음표가 남는다. 박철완 전 상무는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편에 섰다가 팽당하고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에게 협조한 인물이다. 금호아시아나가 박삼구 회장 주도하에 대우건설, 대한통운 M&A 당시 박철완 전 상무가 금호아시아나그룹 전략경영본부에 있었고, 금호석화 박찬구 회장만이 유일하게 인수를 반대하여 지금 현재 금호석유화학그룹으로 독립하게 됐다.  당시 박철완 전 상무는 M&A에 동조하여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몰락에 기여했다.

박 전 상무는 지난 2002년 부친인 박정구 금호그룹 회장 작고 이후 아시아나항공을 거쳐 둘째 작은아버지였던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전 회장 휘하의 전략경영본부 소속으로 근무하며 박삼구 전 회장 편에 섰었다. 

2010년 박삼구 전 회장의 오판으로 그룹 전체가 워크아웃 및 자율협약 등 채권단 관리에 들어간 직후 당시 박철완 부장과 그의 모친인 김형일 씨가 박삼구 및 채권단에게 아시아나항공 경영권을 요구했으나 거부당했다. 이 일을 계기로 박삼구 전 회장과도 사이도 틀어져 버렸으며, 이후 넷째 작은아버지인 박찬구 회장 편에 붙어 금호석유화학에 오게된 케이스다. 

금호그룹이 망가질 때 전략경영본부에서 요직을 맡아 근무하면서도 회사 몰락을 막지 못했었다. 과거 본인이 그룹과 회사에 있을 때 뚜렷한 업적을 보이지 못했는데 이제 와서 금호석유화학 현 경영진을 비판하며 선친의 뛰어난 경영능력을 이어받아 자신은 '비전 경영'을 할 수 있다는 얘기를 신용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박삼구 전 회장 일가와 금호아시아나그룹에 있을 당시에 박 전 상무가 지금 그렇게 강조하는 아버지 박정구 금호그룹 회장의 사업과 유산이 날아가는 것은 한마디도 하지 못하고 꼼짝없이 있다가 이제 와서 비전과 경영을 논한다는 것은 전형적인 내로남불식 행태"라고 지적했다.   

시장에서는 박철완 전 상무가 사실상 금호석유화학의 경영에 뜻이 있다기보다는 주가를 부양하여 엑시트 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다고 보고 있다. 이런 사실이 퍼질대로 퍼진만큼 작년 초 박 전 상무가 첫 조카의 난을 일으켰을 때의 주가부양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금호석유화학 주가는 24일에도 전일보다 4000원 하락한 15만6000원으로 장을 마감하며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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